혼잣말의 도사가 되어도 괜찮은걸까
전 사람과 대화만 하면 말을 더듬는 괴상한 습관이 있어서 사람들 사이에선 말을 거의 안해요. 그래서 학교, 학원, 친척 등 주변사람들은 제가 조용하고 말이 거의 없는 사람인 줄 알죠. 말을 하고 싶어도 문장 하나를 제대로 완성하지 못하니 아예 말을 안하거든요.
근데, 제가 사실 말하는걸 안 좋아하는게 아닙니다. 청음에 글쓰는걸 보면 아시겠지만 전 말하는 것도 좋아하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해요. 가끔 뭔가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청음에 폭탄같은 장문의 글을 쓰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어딘가 생각을 풀어내야 하는데, 딱히 풀어낼 곳이 없어서청음에 쓰는거죠.
근데, 글 쓰는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저한텐 특이한 습관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혼잣말을 너무많이 한다는거죠. 사람과 대화를 해야 할 사안인데도 말더듬 때문에 대화를 못하니 그 욕구를 혼자서 푸는겁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이랬던거 같네요.
말을 더듬기 이전엔 초등학교 2-3학년부터 전 제 옆에 가상의 친구가 있다고 생각하고 혼자서 대화를 해 왔어요. 혼잣말이 아니라 진짜 대화 그 자체요. 세상의 모든 이슈, 지금 내가 드는 생각에 대해 저 혼자 대화를 했던거죠. 이게 고등학교 때에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상한 글 보고 혼자 토론하는 거로 발전했고, 수능 공부할 땐 혼자서 강의하는 거로 발전하고, 지금은 혼자서 정치 시사방송하는 지경까지 왔네요.
제가 이러는게 이상하다고 생각한게 한 두번이 아닙니다. 근데 다른 곳에선 말을 못하는데 말하고 싶은 욕구는 넘처나니까 결국 혼잣말을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제가 또 혼잣말 할 때는 말을 거의 안 더듬거든요.. 참 운명의 장난인지.
인생은 마이웨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만 살아도 되는건지 가끔은 의심스럽습니다.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해도 되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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