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공부 안하는 고3은 가치가 없는건가
수능 강사들이 자주 하는 말 중에 이런게 있습니다. 주로 고3들에게 ‘왜 지금 수능공부를 해야 하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나오는 말이죠. 대충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고3 때 수능 공부를 열심히 해 봐야 나중에 무슨 인생을 살든 열심히 살 수 있다. 지금, 이렇게 하기 싫은 공부를 1년 동안 미친듯이 해 봐야 나중에 내가 좋아하는게 생겼을 때 열심히 도전할 수 있는거다. 안 그러면 남들처럼 하고 싶은 일이 생겨도 중간에 포기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게 된다.'
수능 강사들의 뻘소리가 참 많지만, 이거보다 심한 괘변은 없는것 같아요. 왜 모든 고3 학생들이 수능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죠? 지금도 고3 때부터 각종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데? 집안 형편 상 도저히 공부할 여건이 안 돼서 20살 되자마자 바로 취업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 학생들은 당신들이 말하는 ’고3‘에 포함 안 되나요? ’20대‘에서 빠지는건가요? 모든 20대라면 당연히 대학을 가고, 방학 때 해외여행도 가야 하나요? '다양한 도전'을 해보고?
’수능 공부를 열심히 해 봐야 나중에도 열심히 산다‘라는 말 자체도 문제지만, 마치 모든 고3들은 수능 공부를 할거라는 생각이 더 큰 문제입니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아직도 많다고요. 하긴 뭐 힘든 환경에 처한 학생이 강사에게 상담을 하면 ’나한테 위로용 상담 하지마라‘라고 대차게 까는게 수능 강사인데 뭘 바라겠냐만.
그리고, 열심히 수능 공부만 하면 결과는 상관없다고 말할거면 왜 ’명문대를 가야하는 이유’ 이딴 말을 하죠? 왜 ‘인서울 정도는 해야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는다’라는 말을 하죠? 말을 할거면 똑바로 하던가. 강사가 저딴 말을 하면 학생들 학벌주의만 더 심해진다고요.
뭘 열심히 수능공부만 하면 된다고 입을 털어... 니가 인서울은 해야 한다고 말했으면서. 열심히 수능공부 했는데 입시해서 실패했을 때 느끼는 엄청난 좌절감, 실패감, 불안, 우울은 누가 책임지죠? 노력하면 다 극복할수 있다고요? 웃기고 있네. ‘명문대에 가면 기회가 많다. 그래서 명문대에 가야 한다’ 이딴 말 하는 주제에.
강사들은 일부러 그러는건지, 아니면 수십년 동안 고3들 앞에서 강의만 하니까 뇌가 굳어버린건지, 왜 수능을 안 보는 고3은 생각도 안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일부러 무시하는 느낌이랄까?
철지난 능력주의만 신봉하고, 학벌사회를 옹호하는 주제에 분수에 맞지도 않는 ‘인생철학’ 전파는 왜 하는건지. 그냥 몇몇 강사들처럼 대놓고 학벌사회 옹호하고, 직업별로 차별발언하고, 고시 신화나 설파하세요. 겉으로 합리적인 척, 논리적인 척, 인생의 깨달음을 모두 얻은 척 하지 말고( 그리고 강사들 몇 살이나 먹었다고 인생 훈수를 둡니까... 지금 수능강사들 나이 많아봤자 40대인데... )
저번주 스트레이트에서 영화 ‘다음 소희’ 관련 영상을 만들었길래 생각나서 써봤습니다. 수능을 인생 필수 관문인 것처럼 취급하는 문화는 대체 언제쯤 사라질건지...
시장 최적화된 사람들이라고 보시는게... 사실 고등학교만 나와도 아니 학력이 어떻게 되었든 충분하게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죠

근데 강사들은 그냥 수능 가르치는 사람일 뿐인데 왜 사람 인생을 자꾸 가르치려 들까요...

강사들보다 훨씬 많이 배운 대학 교수들도 강의 중에 인생 훈수 거의 안 하는데... 특히 ‘열심히 살아야 한다’ 따위의 말은.
강사들 겨우 대학 나오고 수능 강의한 게 인생의 전부면서 뭘 그리 인생 훈수를 두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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