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가기
  • 아래로
  • 위로
  • 목록
  • 댓글
광장 / 기존 문서

가끔 난 왜 이렇게 태어났나 생각하기도 합니다

문통최고 문통최고 55

1

2

왜 하필 난 누군가를 좋아해도 동성 소꿉친구를 좋아하는가, 왜 난 그냥 트랜지션도 아니고 ‘논바이너리’인가, 독특하게 태어날거면 기가 막힌 말빨이라도 주던가 왜 말까지 더듬게 되었는가, 연애는 하고 싶으면서 사람은 만나기 싫은 이 기막힌 감정은 뭔가 등등...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면 제가 덩치가 크다는 겁니다. 어릴 때부터 키 크다는 말을 들었던터라 겉으로 볼땐 특이해 보이지 않는다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이겠네요. 겉으로는 소위 '일코'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근데 이걸 다행이라고 볼 수 있나... 아닌 것 같은데.. )

 

어릴 때부터 여성스럽다, 내성적이다, 조용하다, 소심하다 등등 별 말을 다 들어왔는데 막상 제가 성소수자가 되니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내가 어릴때부터 특이했던게 이유가 있었구나’라고 이유를 알게 돼서 좋기도 하면서, ’앞으로 이렇게 살아가도 되는걸까... 부모님한텐 살아갈 수 있다고 빽빽 우기긴 했는데...‘라는 생각도 듭니다.

 

’차라리 정체성을 일찍 확인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내가 동성 소꿉친구를 좋아한다는 걸 어릴때 확실하게 깨달았다면 지금보단 관계가 좋았을 거 같은데... 라는 생각도 들고요. 별별 생각이 다 드네요. 

 

물론 그렇다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다시 옛날로 돌아가서 군대에 가거나, 저의 정체성을 부정한채 살아가고 싶지는 않거든요. 근데... 그냥 가끔씩 ’나도 그냥 남들처럼 태어났으면 어땠을까‘라는 망상 아닌 망상을 해봅니다. 

 

성소수자가 제일 힘든건 제가 볼 땐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없다‘같습니다. 다른 고민들은 학교에서든 친구들 앞에서든 집에서든 어디서라도 털어놓을 수라도 있는데, 이 고민은 어디 얘기할 곳이 없으니... 특히 저처럼 어릴때부터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했다면 더 그렇죠.

 

오늘따라 여러가지 생각이 드네요. 원래도 생각이 많고 고민이 많았는데 트랜지션을 시작하면서 감수성만 쓸데없이 풍부해진 느낌입니다. 지금의 혼란이 무사히 넘어가길 바라봅니다...

 

 

 

신고공유스크랩
2
profile image
1

야산에는 가끔씩 특이하게 가끔씩 소나무나 참나무 등 잎이 푸른 나무들 중에 벚나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잎이 푸를때는 산에 어울리지만 개화시기가 되면 야산의 한 점 아름다운 흰색의 나무가 됩니다. 소수자란 그런 것입니다. 세상이 단조롭게 되지 않는 보루인것이죠.

23.04.05. 00:01
profile image
문통최고 글쓴이
1
DPK고양이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그냥 남들처럼 살고 싶은 것 뿐인데 그게 참 어렵네요. 어제는 왜 이리 기분이 꿀꿀했던건지
23.04.05. 08:47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취소 댓글 등록

cmt alert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삭제하시겠습니까?

목록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주간 조회 수 인기글

주간 추천 수 인기글

날짜 (오래된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