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질어질한 댓글 참 많네
아바타2 영상에서 어떤 분이 환경 보호해야 한다 식의 댓글을 적으니까 '유튜브에 선민 의식 티내지 말고 아프리카에 기부나 해라' 따위의 대댓글이 적히네요.
인터넷 세상은 참 기묘합니다. 분명 한국은 반지성주의나 혐오가 만연한 사회가 아닌데, 인터넷 세상은 다른것 같아요. 뭐만 하면 위선자다, 선민의식이다 난리를 치니...
고등학생 땐 조선일보에서 ‘강남좌파’란 말이 왜 나왔는지 이해를 못 했습니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저 때 입사 논술시험에 ‘강남좌파에 대해 서술하시오’란 문제까지 냈거든요.
“왜 보수 세력은 강남좌파를 미워할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유독 강남좌파 욕하는 칼럼이 너무 많이 나오는데..ㅜㅜ”라는 생각이 몇 년 동안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알 것 같아요. 그들이 왜 강남좌파를 싫어하는지, 그리고 인터넷에서 왜 맨날 위선 타령을 하는지. 그들은 자기와 비슷한 사람이 올바른 소리를 하는게 싫은 겁니다.
강남좌파의 경우엔 분명 자기처럼 강남에 살고, 재산이 많고, 민주당을 지지하면 세금 더 내야 하고 규제 심해진다는 걸 아는데도 진보를 자처하니 싫은거죠. 저 강남좌파 때문에 본인들의 이익이 줄어드니까요.
인터넷 커뮤니티나 트위치에서 맨날 나오는 위선자 타령도 비슷합니다. 보리수들이 보기엔 너나 나나 비슷한 인간들인데, 유독 몇몇 사람들이 올바르지만 듣기 싫은 소리를 하니 거슬리는 거죠.
하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 자체는 올바른 말이라 반박을 할 수 없으니 위선자라고 공격하는 겁니다. 위에서 얘기한 환경 문제가 대표적이죠. 보리수들이 유독 비건 얘기만 나오면 미치는 것도 같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위선은 나쁜 걸까요? 더 정확히는 현재의 진보세력이 환경 문제, 노동 문제, 성소수자 문제 등에 대해 진보적 입장을 얘기하는게 잘못된 걸까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튜브에서 백종원 대표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착한 행동은 처음엔 위선으로 시작하지만, 반복하다 보면 습관이 되고, 자기생각이 된다’
전 이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진보와 보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새로운 사상을 공부하나 마냐에 있습니다. 진보는 계속 끊임없이 공부하고, 생각하고, 신념을 만들어 갑니다. 환경 문제를 예로 들면, 옛날엔 환경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으나 계속 책도 읽고 다큐도 보고, 환경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환경보호론자가됩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환경 보호를 실천하죠. 카페 갈 때 텀블러를 들고 간다거나, 편의점에 갈 때장바구니를 든다거나, 되도록 배달을 덜 시키고 직접 가서 먹는다거나 같은거요.
이게 잘못된 걸까요? 물론 트위터에 계신 일부 이상한 분들처럼 다른 문제엔 전혀 관심 안 가지고 일부 환경문제, 성소수자 문제에만 신경쓰면서 진보를 자처하면 안되겠죠. 그건 소위 말하는 ‘패션좌파’니까요.
하지만, 기존의 진보 담론인 노동, 인권, 평등 문제도 알고 있지만 추가적으로 환경 문제, 성소수자 문제에 위와 같은 방식으로 관심을 가지는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위선이고 뭐고 이젠 환경문제 관심 가져야 돼요 좀... 평소에 환경문제에 둔감했는데 아바타2를 계기로 환경문제에 신경쓴다? 전 좋은 현상이라고 봅니다.
( 아바타2가 해양 다큐라고 불릴 정도로 잘 찍어놔서 ㅎㅎ... )
본인이 세상의 여러 문제에 대해 관심 갖기 싫다. 인정합니다. 귀찮아서 무시할 수도 있죠. 개인의 선택이니존중합니다. 하지만, 애써 사람들이 모르는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들을함부로 무시하진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부탁인데 각자 알아서 좀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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