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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자극 영상은 과연 필요할까 2

문통최고 문통최고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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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얘기해보겠습니다. 앞 글에서 저는 한국 강사들의 성향을 3가지로 분류했습니다. 화만 내는 사람, 화는 줄이고 자기계발 얘기만 하는 사람, 화를 안 내고 나름 논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 이렇게요.

 

그럼 이제 이 분들이 떠드는 공부자극영상을 분석해보죠. 일단 1세대 강사들의 얘기는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맨날 화내고, 짜증내고, 학생을 을로 보는 사람들이 떠드는 내용은 들을 가치도 없고, 사회에 별 영향도안 미친다고 봅니다. 옛날 20년 전, 15년 전에는 그런 공부자극이 유행했을 지 몰라도 지금 시점에서는 효과가 떨어진거죠.

 

그러나 2세대 강사들의 공부자극은 좀 다릅니다. 일단 현재 수능 1타 강사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영향력이 있습니다. 워낙 유명한 강사들이고, 방송까지 나오는 사람들도 있어서 사람들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요.

 

이 분들의 공부자극 영상은 문제가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건 ‘나도 이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했으니, 너희들도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된다. 일단 명문대에 가면 기회도 많고, 사람들이 너희 노력을 인정해주니까’ 따위의 말들이죠. 

 

학생들 입장에선 강사가 공부를 잘해서 대학에 갔고, 결과적으로 성공했으니 저 공부자극에 설득됩니다. 그리곤 약간 나태해질 때마다 공부자극의 수준을 높이게 되죠. 더 자극적이고, 험한 말이 나오는 영상을 찾게됩니다. 

 

( 강사들도 공부자극에 맛들리다 보면 이제 어떤 공무원 강사처럼 ‘여러분들이 열심히 살았으면 9급 공무원준비를 안 했겠죠’같은 망언을 내뱉게 됩니다 )

 

그렇게 억지로 억지로 공부를 하다가 입시에서 실패하면 큰 좌절을 맛보게 되죠. 강사가 명문대에 가야 기회가 많고 성공한다는데, 나는 명문대에 못 갔으니까요. 그렇게 정신 건강이 안 좋아진 상태에서 입시를 끝내게됩니다. 큰 문제죠.

 

3세대 강사들의 공부자극은 좀 묘합니다. 왜냐면, 일단 2세대 강사들이 하는 구시대적인 능력주의 발언은잘 안하거든요. 대신 세상을 가르쳐주겠답시고 더 이상한 발언을 내뱉습니다.

 

 ‘앞으로 세상은 1%와 99%로 나누어질거다. 넌 어디에 속할거냐. 99%에 속해서 매일 닭다리에 맥주 한 잔으로 만족?’ 따위의 말이나, ‘이과 기준으로 잘 모르겠으면 일단 의대에 가라.‘ ’(과탐 기준) 이것도 못해? 문과가서 생윤같은 거나 해!‘같은 엄청난 발언들이 나오죠. ’한국은 경쟁국가가 아니다.‘라는, 제가 정말 싫어하는 발언도 있네요

 

제가 가장 걱정하는게 3세대 강사들입니다. 그냥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가면 다 해결된다‘ 따위의 내용이면 쉽게 반박이 되는데, 저런 식의 요상한 발언은 반박하기 어렵거든요. 심지어 세상을 오래 산 기성세대들중에서도 저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반박은 더더욱 힘들어집니다.

 

저런 강사들한테 몇 년 동안 강의를 들으면 어떻게 될까요? 어찌 됐든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사는 훌륭한 시민이 될까요? 물론 그럴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상한 계급주의에 빠지게 됩니다.

 

“ 내가 여기까지 온 건 순전히 내 탓, 나의 노력 덕분이야. 그럼 나보다 못한 대학을 나오고, 못한 직업을 가진사람은 노력을 안해서 그렇겠네?”라는 생각부터 “역시 세상은 이미 계급사회야. 이걸 바꿀 순 없어”라는 비관적인 생각까지.

 

내용이 엄청 길어졌는데 짧게 요약해보자면, 전 이제 강사들이 공부자극으로 포장되는 이상한 조언 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세상을 예측하는 말은 더더욱. 강사 입장에선 좋은 의도로 얘기한다지만 학생들에게 이상한 신념을 심어주게 되니까요.

 

학생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과연 내가 이렇게까지 잔소리를 들어가며 공부해야하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세상에 대해 온갖 불안을 야기하는 말과 내 인격을 모독하는 느낌이 드는 말까지 들어가면서 공부를 해야 할까요? 이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면 모든게 해결되나요? 아닌 것 같은데...

 

진짜 강사라면 제발 조용히 강의나 합시다. 좀...

 

+) 전 모든 학생들이 일명 ’모범생‘처럼 살아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인생을 사는 방법이 꼭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가고, 취업하는 것만 있나요? 공부를 안하면 억지로 공부자극을 줘서 책상에 앉히는게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재밌는 인생을 살게 해야죠.

 

’일단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는게 제일 좋다. 무슨 삶을 살든. 이것도 제대로 못하면 다른 건 더 못한다‘ 따위의 말을 하는게 아니라... 어떻게 수능 공부 열심히 하는게 좋은 인생의 척도입니까... 

 

저는 고등학교 3년을 진짜 모범생 그 자체로 살았습니다. 학교에선 밥 먹는 시간과 화장실 가는 시간말고 공부만 했어요. 하지만, 저의 삶이 올바른 방식이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고등학교 때 배낭여행도 가보고, 다양한 책도 읽고, 경험을 많이 하는게 좋지... 수능공부만 하는게 뭔 도움이 된다고...

 

모든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수능공부를 하는 세상이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재미도 없고 쓸데없이 어려운시험을 왜 모두가 준비해야하는지 모르겠네요. ( 수능이 쉬운 시험이라는 것도 동의 못합니다. 국어 비문학이 얼마나 어려워졌는데... )

 

생각나는데로 써서 글이 중구난방이네요. 길이도 쓸데없이 길고요. 이 긴 글을 다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유튜브에서 가끔씩 알고리즘으로 이상한 조언, 잔소리 영상이 뜨면 주체를 못하고 글을 쓰게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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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다보니까 20대의 미스테리한 공정관은
3세대 강사들의 묘한 쓴소리(공부자극 영상)도 한 몫하지 않았나 싶네요
그리고 모든 학생이 '모범생'처러 살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과
모든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수능공부를 하는 세상이 사라졌으면 하는 점에서 크게 공감이 가네요..
22.12.2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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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통최고 글쓴이
2
Bodhi
쓴소리와 가스라이팅을 오가는 묘한 이야기들이 강사들에게서 많이 나오죠. 유독 20대만 갖고 있는 진짜 ‘미스테리한’ 공정관의 원인으로 강사들 쓴소리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2.12.21.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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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린 애들 가스라이팅 하는 역겨운 영상이 많죠.
22.12.21.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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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통최고 글쓴이
여름빛깔
정말 상상 이상으로 많습니다.. 사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19살 20살 애들 앉혀놓고 뻘소리하는 수능 강사나, 취업을 바라는 간절한 2-30대 앉혀놓고 뻘소리하는 공시 강사나...

타인의 간절함을 이용해서 자신의 사상을 주입하는 강사가 너무 많습니다. 그나마 교사들은 정부의 규제라도 받지, 강사는 규제도 안 받고...

수능 공부할 때 강사들의 뻘소리에 대해 하나하나 생각하고 분석했던 제 자신이 한심하네요. 뭐하러 그런 소리를 분석했는지
22.12.21.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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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회인들한테도 똑같은 소리 한번 지껄여보라 하고 싶음
22.12.2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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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통최고 글쓴이
여름빛깔
이게 직장생활을 오래 한 사람이 이직이나 회사생활에 대해서 조언을 하는 것도 아니고, 평생 공부하고 강의만 한 사람이 학생들에게 인생에 대해 조언을 하니 어이가 없습니다.

진짜 사회 현장에서 날고 구르는 시민들에게도 강사들이 똑같은 소리할 수 있나 궁금합네요. 아, 본인들한테 수업 듣고 사회로 나간 사람말고요. 진짜 강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시민들한테.
22.12.21.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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