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빈&부다페스트 여행 - 9
빈 여행 2일차 계속됩니다.
원래 미술관을 하루에 3개씩 가는건 생각을 잘 안했었는데, 이날은 파리 이후로 처음 1일 3미술관 구경하게 됐네요.
이날의 마지막 미술관 관람지인 알베르티나 미술관입니다. 원래 황족이 개인 컬렉션을 소장하던 곳이 1차대전 이후 지금까지 미술관으로 쓰이는 곳이죠. 여기는 다른 미술관에 비해 다른게 상설전과 특별전의 비율이 1대1 수준이라는 건데요, 이날은 바스키아 작품을 상당히 전시하고 있더라구요.
정면에서 본 알베르티나 미술관입니다. 미술관으로 들어가려면 우측 측면으로 가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구조인데요, 저 동상있는 쪽에서 야경 사진 찍는게 어느새 꽤나 핫스팟으로 자리잡았죠.
미술관 들어갈 때가 점심시간이라 밥을 먹어야 했는데, 마침 이 미술관 옆에 '비트징거'라는 매우 유명한 소시지 스탠드가 있어서 거기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빈에서는 소시지가 식당에서 먹는다기 보다는 길거리 음식 개념이다보니 아래와 같이 생긴 소시지 스탠드(포장마차 스러운)에서 서서 먹는게 보편적이랍니다.
오후 2시 갓 넘은 시간인데 줄이 꽤 깁니다. 그래도 소시지 특성상 바로바로 나오기 때문에 크게 겁먹으실 필요는 없어요. 날이 추운게 좀 그랬긴 했지만 저희는 그래도 10~15분 정도 기다리니까 바로 순서가 돌아오더라구요.
메뉴는 크게 소시지와 핫도그 2종으로 나뉘는데요, 쉽게 생각해서 소시지를 빵에 끼워주면 다 핫도그입니다. 다만 우리가 흔히 먹는 스타일이 아니라 스태프핫도그 치즈덕(이거 다 아시려나....)과 같은 형태로 나오는 겁니다. 빵 한가운데를 뚫어 비워진 공간에 소시지를 끼워파는 방식이죠. 소시지 종류는 9가지인데 저희는 이 중에서 가장 인기있는 거 2개를 골랐습니다.
딱 봐도 소시지 자체도 큼직하고 잘 구워지고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이네요. 기대되는 순간입니다.
나왔습니다. 오리지널 소시지(젭프리즈너)와 커리 소시지(커리부어스트), 감자튀김과 함께 글뤼바인, 제로콜라 각각 1개씩 시켰는데요, 나중에 여기다가 피클 하나 더 추가했습니다.
제가 시킨 오리지널 소시지 입니다. 빈 사람들이 생각하는 비엔나 소시지가 보통 이거인데, 보시다시피 빨간 색에 허브 같은 것들이 곁들여져 있는데 파프리카 가루가 들어가서 저런 색이 나오는 거에요. 그렇게 맵지는 않은데 파프리카의 풍미가 확실히 진합니다. 머스타드 소스와 궁합이 정말 좋았어요.
이건 커리부어스트(커리소시지)입니다. 독일, 특히 베를린에서 인기있는 소시지인데, 커리 소스와 가루가 같이 얹어져서 나와서 매콤하고 진한 커리 특유의 풍미가 매력적인 맛입니다. 아마 한국 사람들 입에는 이게 더 맛을지도요? ㅎㅎ
글뤼바인도 맛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까 소시지를 한 종류 더 시켜먹어도 될 것 같았는데 그게 좀 아쉬웠던 거로 기억합니다.
이제 알베르티나 미술관으로 들어갑니다. 참고로 알베르티나 미술관은 본 미술관 외에 알베르티나 모던이라는 별관도 별도의 장소에 떨어져 있는데 통합 입장권도 판매하고 있으니까 현대미술 관심있는 분들은 가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가 로비입니다. 천장을 좀 특이하게 유리로 막아둔게 특징이죠. 참고로 여기 입장료가 18유로로 꽤 비싼편인데 사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최상층에 있는 메인 작품들 위주로만 봐도 충분히 본전은 합니다.
알베르티나를 대표하는 모네의 작품입니다. 모네의 그림은 어디서 봐도 바로 두드러지게 보이는데요, 특히 물과 빛을 이렇게까지 잘 활용하는 작가는 지금까지도 잘 없죠. 언젠가 다시 파리를 가게되면 그가 살면서 작품활동을 했던 지베르니는 꼭 가보고 싶어요.
알베르티나에는 피카소의 작품도 꽤 있는데, 이 작품은 피카소가 노년에 거주하던 남프랑스의 마을을 배경으로 그린 겁니다. 참고로 피카소는 프랑코 독재정부에 매우 비판적이었기 때문에 죽고 나서 민주화가 된 다음에야 모국인 스페인에 묻힐 수 있었죠.
이탈리아 출신 유명화가 모딜리아니의 작품입니다. 얼굴 묘사가 특이한데, 이집트와 아프리카의 인물 조각상, 마스크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죠. 살아 생전에는 인정을 못받고 비참하게 죽어야 했지만, 사후에 큰 인정을 받은 참 안타까운 작가입니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작가 호안 미로의 작품입니다. 가우디와 같은 카탈루냐 출신인데 이분의 작품들도 꽤 걸작이 많습니다. 1982년 스페인월드컵 메인 포스터도 미로가 그린걸로 유명하고요.
샤갈의 작품은 언제봐도 색이 참 풍부해요. 자신의 꿈에서 봤던 것들을 표현하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었죠.
개인적으로 칸딘스키, 말레비치 같은 작가들의 컴포지션 작품들을 참 좋아라합니다. 어떻게 도형과 선만으로 저런 작품을 남겼는지 봐도봐도 놀랍고 신기해요.
이런저런 작품들 보고 나오니 1시간 조금 더 걸렸네요. 저 때 시간이 오후 3시 반쯤이었는데도 하늘이 꽤 어둑어둑했어요. 여기 광장에서 보이는 저 큰 건물이 오페라 극장인데, 바로 이 광장에서 오페라극장 야경과 함께 인물사진 찍는게 유명하죠.
저녁에 오페라 공연을 볼 예정인 오페라 극장의 뒷편입니다. 앞뒷면 모두 아름답기 그지 없는데, 정작 이 건물이 지어졌을 당시에는 너무 파격적이어서 엄청난 혹평을 받았고, 이를 견디다 못한 설계자가 자살하기까지 했답니다.
오페라 보기까지 시간이 좀 남았었는데 와이프님께서는 호텔에 들어가 쉬시길 원하셨고 저는 카페 하나 더 가고 싶어가지고 와이프를 먼저 돌려보내고 저 혼자 조금 더 돌아다녔습니다.
서서히 어둠이 내려앉고 있는 빈의 케른트너 거리입니다. 빈이 다른 도시에 비해 좀 두드러지는 특징이라면 하얗게 외벽을 칠한 건물들이 참 많다는 건데요, 이게 어쩌면 빈을 더 아름답고 특색있게 만드는게 아닌가 싶어요.
거리를 정면으로 마주보는 저 큰 건물은 바로 합스부르크 왕조의 중심역할을 했던 호프부르크 왕궁(중에서도 구왕궁)입니다. 건물이 안쪽으로 더 크고 넓게 있어서 보이는게 다가 아니랍니다...ㅎㅎㅎ
원래는 지금 보이는 사진 바로 우측편의 카페 '데멜'(여기랑 자허, 젠트랄을 통칭 빈 3대 카페라고 합니다)로 가고싶었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ㅠㅠ)하고 다른 카페를 찾아 나서야 했는데, 바로 근처에 또 유서깊은 카페인 '레오폴드 하웰카'를 발견해서 곧바로 거기로 향했습니다. 여기도 줄을 서긴 해야했는데 그래도 길지가 않아서 10분만에 자리가 바로 났어요. 15년 전에 빈 여행할 때눈 이렇게 줄서서 들어가는 경험이 한번도 없었는데, 스마트폰 여행 시대가 되서 그런지 다들 너무 많이 알고 찾아오는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여기 방문하실 계획이시면 다들 원하시는 카페 예약 가능여부 확인하고 1달 전에는 미리 잡아두는 걸 추천합니다.(그런데 데멜을 그 예약 자체를 안 받....)
하웰카의 분위기는 고풍스러운 자허나 데멜과는 꽤나 다릅니다. 오히려 뭔가 편안하면서 시끌벅적한 느낌이 있죠. 그런데도 남녀노소 할것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이 카페를 찾고 있으며, 종업원들도 꽤나 잘 차려입고 손님들을 응대하고 있지요. 이 카페도 역사가 100년이 넘었답니다.
여기서 제가 시킨 아펠스트루델입니다. 이 메뉴의 원조가 바로 오스트리아인데, 확실히 제가 알고 먹어봤던 그 스트루델이 여기 있었어요. 특별히 더 맛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가장 교과서적인 느낌이랄까요??
여기서 시킨 커피는 알콜을 넣어 마시는 커피인데, '마리아 테레지아'라는 위엄넘치는 이름의 커피 메뉴입니다. 이 메뉴는 비엔나의 다른 유명카페에도 다 있는데, 위에 크림을 얹은 블랙커피에 오렌지 리큐어(그랑 마니에르)를 섞어 마시는 거에요. 확실히 진한 커피와 오렌지향의 강렬함, 그리고 크림의 부드러움이 3박자를 이루는게 참 묘했네요ㅎㅎㅎ
전날보다는 좀 더 이른 저녁시간에 찍어본 슈테판 성당입니다. 확실히 여기 주변은 언제나 사람이 북적거려요.
이제 드디에 다음편에는 오페라 감상 후기가 올라갑니다. 늘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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