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때가 좋은거다
정말 어릴때부터 귀에 피나도록 들은 말입니다. 자매품으로 '니 나이 때 무슨 스트레스가 있어~ 제일 좋을 땐데'도 있죠. 진짜 주변에서 엄청 들었습니다. 전 고등학생 때 성격 완전 안 좋았는데요.. ㅎㅎ
제가 저 말을 싫어하는건 다른 이유가 있는게 아닙니다. 중학생 - 고등학생들이 왜 스트레스를 받고, 왜 공부하느라 힘들어하는지 전혀 이해할 마음 없이 대충 하는 조언같아서 싫었습니다. 마치 청년들에게 '노오력이 부족하다'를 외치는 것 같다랄까.
물론 공부하는게 사회생활하는 것보다야 쉽죠. 누가 그걸 부정하나요. 근데 학생들이 힘들다고 얘기를 하면, 좀 들어주고 이해해주면 좋을텐데 그냥 밑도 끝도 없이 '공부할 때가 좋은거다'라는 말을 하니...
그리고 어릴 때 스트레스가 왜 없습니까? 전 고등학생 때 진로 때문에 머리 깨질뻔 했는데. 부모님 노후 준비는 안 돼있지, 집에 자식이라곤 나 하나지, 성적은 항상 애매모호하게 나오지, 하필 원하는 과는 취업 안되는 사학과지... 정말 머리 터지는 줄 알았는데 뭔 스트레스가 없어요.
고3 초반에 이 문제로 슬럼프가 정말 세게 와서 자퇴하고 공무원할 생각까지 했습니다. 빨리 취업해서 돈 벌려고요. 주변에서 하도 말리고 + 공직 사회도 대학 정도는 나와야 한다길래 관뒀지만요.
어떤 시사프로에서 '10대들은 아무 관심도 받지 못한다'라고 말했던게 생각나네요. 20대들은 그나마 투표권이라도 있으니까 어거지로 관심 받는데, 10대들은 진짜 아무 관심도 없다고.
정말 공감했습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공부해서 좋은 대학가라고 기계처럼 읊조리기나 하지 학생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힘들어하는지 관심을 가지는 사회일까요? 어떻게든 학생들을 이용해먹는 사회는 아닐까요?
'공부할 때가 좋은거다' 이제는 거의 속담처럼 쓰이는 말이지만 어릴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나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공부하는게 재밌지도 않고( 정말 내신공부 재미없었어요 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 미래는 엄청나게 불안한데 일단 지금 할 수 있는 건 공부밖에 없으니 공부를 하는건데 말이죠.
고등학생 3년을 스트레스와 짜증, 불안, 걱정으로 살아서 그런가 자꾸만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 남들은 고등학생 때가 제일 즐겁고 추억할게 많다는데 전 왜 빡쳤던 기억밖에 없는지ㅜ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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