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도 기억나는 훈련소 일화
예전에 민갤에서 적었던거 같은데, 한번 더 적을게요. 몇 달 전에 말했다시피 전 2021년 7월 말에 육군 신교대에 입소한적이 있습니다. 물론 힘들어서 일주일만에 나왔지만요.
신교대에 있던 일주일 동안 의외로 많은 일들이 있었으나, 아직도 뚜렷하게 기억하는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입소 후 모든 훈련병들이 적었던 체크리스트죠.
종류도 다양해서 한 3개 정도 적은거 같은데, 그 중 하나에 이런 질문이 있었습니다. '당신의 성적 취향은 무엇입니까? 1) 이성애자 2) 동성애자 3) 양성애자'
저 진짜 이거보고 신교대에서 뚜껑 열릴 뻔 했어요. 아니 뭐 이런 사생활을 그냥 종이 하나 띡 던져주고 고르게 해요? 물론 그 땐 격리중이라 모든 훈련병 주위로 커튼이 쳐져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어떤 바보가 저 체크리스트에 '동성애자' '양성애자'라고 체크를 하겠습니까? 동성애자나 양성애자 초반에 걸러내서 예의주시하겠다는 의도는 알겠는데, 저게 먹히겠냐고요.
또, 군대에서 소문이 얼마나 빨리 퍼지는데, 내가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라는게 다른 훈련병들에게 알려지면어떡하죠? 저 진짜 신교대에서 이 질문보고 너무 짜증더라고요.
다른 질문도 있었습니다. '본인의 가정환경(소득수준이었나)은 어느 정도라 생각하십니까 1) 상 2) 중 3) 하( 5단계였던 것 같기도 )' 이건 또 뭐죠? 설마 집안이 가난하고 어려운 훈련병이 있으면 또 따로 관리하려고 했나요? 도대체가 이런 편견은 왜 안 사라지죠?
이런 질문들을 보면서 '참 군대 안 바뀌는구나... 징하다 징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심지어 이 때가 페이스북 육대전에서 맨날 폭로 올라오고 언론이 (문정부 까려고) 맨날 인용하던 때였는데도. 제가 입대하기 불과 몇 주 전에 이미 육대전에서 '훈련소에서 왜 쓸데없는거 조사하냐'라고 폭로가 올라왔었는데도.
신교대에서 이런 질문지 몇 개랑, 자기 전에 감동적인 노래 틀어주면서 대놓고 효심 강요하는거 등등을 겪으니 더 있기가 싫더라고요. 물론 그 때 체력도 안 좋았지만, 군대 특유의 분위기가 전 너무 싫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 만에 집에 오고, 일단 군대를 뒤로 미뤘습니다. 그렇게 대학을 복학해서 아직 비대면 수업일때 꿀을 최대한 빨고, 공군을 가려고 했는데, 또 못 가겠더라고요. 중학교 때부터 미루고 미뤄온 트랜지션에대한 욕구가 드디어 폭발한거죠.
그래서 어찌저찌 트랜지션을 시작했고, 어느덧 3달차가 되어갑니다. 정신과 진단서랑 호르몬 6개월 처방 기록 + ct로 유선발달만 확인하면 5급 면제를 주니까 군대 문제로 다행히 잘(?) 해결됐네요.
트랜지션을 안 하고 그냥 군대에 갔다면 아마 지금쯤 '성정체성으로 인한 현역부적합' 판정을 받고 집에 왔을것 같네요. 성정체성은 억지로 누른다고 누를수 없으니.
글이 이상하게 흘렀는데, 정리하자면 전 군대야말로 민주 정부가 끊임없이 관심 갖고, 규제하고, 억제해야하는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군대에 대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진 문정부에서도 저런 이상한 질문이 나왔는데, 윤각하처럼 군대를 풀어놓으면? 또다시 옛날 부조리가 부활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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