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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런던 여행기 - 11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2)

LaMer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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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를 부지런하게 올려야 하는데 요즘 바쁘기도 하고 시스템 오류때문에 글 써놓고도 저장이 안 돼서 날려먹고 참 다사다난하네요ㅎㅎㅠㅠ

아무튼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2번째 후기부터 이어가 보겠습니다. 

 

현재 국립미술관에서는 '베르메르 특별전'을 실시하고 있는데, 예정 종료일은 올해 6월입니다. 그 기간동안 전세계 각지의 유명 미술관에 소장된 베르메르의 작품들을 사실상 거의 모두 끌어모아 여기서 전시하고 있는건데요 그래서 제가 이전에 덴하그의 마우리츠하위스에 가서 진주귀걸이 소녀 작품을 못 봤던 거였죠. 

 

요하네스 베르메르는 사실 거장으로 꼽히는 화가들 가운데서도 살아 생전의 행적이 알려진게 극히 적은 인물입니다. 43년이라는 그리 길지 않은 삶을 살면서 무려 15명이나 되는 자식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온전히 작품 활동에만 전념할 수도 없었고 출신 성분도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어서 겨우 화가 교육을 마쳤을 정도죠. 거기에 본인 작품을 그렇게 드러내는 성격이 아니었던 터라 지금까지 베르메르의 작품이라고 남아 있는건 전부 합쳐서 37점 밖에 안됩니다. 

 

베르메르의 작품이 본격적으로 빛을 본 것은 그가 사망하고 나서도 200년 가까이 지난 19세기 중반쯤 되서였는데, 평범한 소재이지만 특유의 색감과 은은함이 매력으로 다가오면서 알려지기 시작하더니 오늘날에 와서는 렘브란트와 함께 네덜란드의 황금기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작품 가격도 어마어마하게 비싸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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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메르 특별전은 상설전과 별도로 입장료 10유로를 받는데 온라인 예매가 따로 없어서 하는 줄도 몰랐네요. 그래도 현장에서 티켓 구매가 가능해서 바로 구매하고 들어갔습니다. 사실 공간이 그리 크진 않은데, 베르메르의 작품 갯수가 원체 적은 편이기도 한데다가 그 작품의 크기가 그리 큰 편은 아니라서 더 그런 것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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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마주한 작품은 1660~1661년작으로 추정되는 델프트의 풍경(Gezicht op Delft)입니다. 베르메르는 델프트에서 거의 평생을 살다시피 했는데요, 당시 델프트는 상업과 원양 어업의 중심지로서 네덜란드 국가의 전성기를 함께한 도시입니다. 잔잔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주는 이 작품은 몇 안되는 베르메르의 풍경화인데 보면 옅은 파란색 하늘과 짙은 수면과 대지가 대비되는 모양인데, 특히 수면에 비친 건물들의 묘사가 실제 물에 비친 듯한 느낌을 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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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메르가 20대 초반에 그린 작품인 '디아나와 요정들'(Diana en haar Nimfen) 입니다. 디아나라고 하면 잘 모를텐데 아마 '아르테미스'라고 하면 잘 아실겁니다. 베르메르의 작품 중에 유일하게 그리스.로마 신화를 배경으로 한 작품인데, 이 때부터 베르메르 특유의 색채 대비가 눈에 들어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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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드레스덴 미술관에 소장되었다가 특별전시때 넘어온 '편지를 읽는 여인과 열린 창문'(Brieflezend meisje bij het venste, 1657–1659) 입니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 2021년에 복원 작업이 이뤄진 건데, 복원 작업을 통해 그간 잘 드러나지 않았던 큐피트의 모습이 제대로 나왔고 선명한 색감이 살아났습니다. 특히 노란색과 파란색이 눈에 확 들어오죠. 참고로 베르메르는 저 파랑색을 표현하기 위해 광물을 갈아서 색을 냈다고 합니다. 형편이 그리 여유있는게 아니었을텐데도 작품에 진심이었던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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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메르를 대표하는 명작 중 하나죠. '우유 따르는 하녀'(Het melkmeisje, 1658~1660년입니다. 가까이서 보면 작품이 꽤나 작은데요(45.5 x 41cm), 사실 이건 베르메르 작품들이 대부분 그렇습니다. 

이 작품이 특히나 의미가 깊은건 사후 200년 가까이 빛을 못보던 베르메르가 프랑스 비평가의 눈에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거장의 명성을 얻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햇빛이 들어오는 유리창을 배경으로 느껴지는 소재의 생생한 질감, 색채의 대비와 차분한 느낌. 저는 개인적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짙고 선명해지는 색감이 눈에 들어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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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소장된 '루트를 든 여인'(De luitspeelster, 1662~1663년)입니다. 루트는 당시 독일, 네덜란드에서 주로 사람들이 즐겨 연주하던 타악기로 지금의 기타와 유사합니다. 앞의 작품과는 다르게 옅은 노랑을 많이 쓰면서 짙은 색의 소품과 대비를 이루는게 눈에 보이는데, 좀 더 그림의 느낌이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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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메르의 작품들은 대부분이 저정도로 작아서 작품 하나 보려면 어느 정도 기다려야 했습니다. 루브르에서 모나리자를 봤을 때가 생각나는데요, 그만큼 베르메르가 현대에 들어와서 거장으로 명성을 떨치는 부분도 있어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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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프릭 컬렉션에 소장된 '장교와 웃는 소녀'(De soldaat en het lachende meisje, 1657년)입니다. 머나먼 해외에서의 항해를 마치고 돌아온 장교가 소녀에게 다녀온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을 배경으로 한 건데요, 그래서인지 벽에 있는 당시의 세계지도가 눈에 더 들어오는 작품이죠. 

거의 뒷모습만을 간략하게 묘사한 장교와, 앞을 바라보는 소녀의 선명한 묘사가 대비되는 것도 흥미롭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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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된 작품인 '레이스 뜨는 여인'(De kantwerkster, 1669~1670년)입니다. 베르메르 작품 가운데서도 가장 크기가 작은 걸로 알려져 있는데요(21x24cm) 다소 추상적으로 묘사된 여인과 섬세한 레이스 작업이 대비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사실 실제로 보면 참 좋은 작품인데, 사진이 원체 안좋게 찍혀서 제대로 보여드리지 못한게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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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베르메르 하면 가장 유명한 작품이 바로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Meisje met de parel, 1665년)입니다. 원레 헤이그의 마우리츠하위스에 소장된 작품이라 거기서 보려고 했는데 다행히 여기서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에서야 '북유럽의 모나리자'라는 극찬을 받고 있지만, 1881년 경매장에 나오기 전만 해도 이 작품을 주목하는 사람은 아예 없었던게 더 놀랍죠. 

작품 자체는 상당히 단순하지만 그 특유의 색채, 인물과 배경의 대비, 반짝이는 물방울 같은 귀고리와 어깨 너머로 돌아보는 시선처리까지 참 하나하나 뜯어볼수록 가치있고 흥미로운 그런 매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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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프릭 컬렉션에 소장중인 '여인과 하녀'(Dame en dienstbode, 1667년) 입니다. 하녀가 여주인에게 온 사랑편지를 전달해주는 장면을 묘사한 작품인데, 이와 유사한 작품이 이따 또 나옵니다. 참고로 저 여인이 걸친 노란색 자켓은 당시 상당히 고가였다고 하는데요, 여러 작품에서 등장해서 나름 베르메르 작품의 아이콘 역할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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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D.C. 내셔널 갤러리에 소장된 '편지를 쓰는 숙녀'(Schrijvende vrouw in het geel, 1665~1666년입니다. 색채 대비가 뚜렷한 앞의 작품과는 다르게 옅은 느낌이 두드러지는데요, 역시나 베르메르의 시그니처 컬러(?)인 연노랑과 파랑의 조합은 매력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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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소장된 '버지널 앞에 서 있는 여인'(Staande virginaalspeelster, 1670~1672년) 입니다. 버지널이라는 악기는 하프시코드와 유사한 건반악기인데, 이것 또한 류트와 함께 바로크 시대에 주로 쓰였던 악기 중에 하나입니다. 베르메르의 작품세계 특징이라면 후기로 갈수록 색의 차이를 좀 완화하면서 부드러운 느낌을 줬다는 건데요 이 작품에서도 그런 경향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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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서 본래 소장하고 있는 '러브 레터'(De liefdesbrief, 1669~1670년) 입니다. 앞쪽에서 본 작품과 비슷하게 하녀가 여인에게 사랑편지를 전달하는 장면인데요, 이 작품은 그걸 바로 앞에서 묘사하기보다는 다른 공간에서 바라보는 시선에서 그려낸 게 특징입니다. 정돈되지 않은 바닥이 뭔가 좀 더 현실적인 느낌이랄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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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에 소장중인 '와인 글라스'(Het glas wijn, 1660년)입니다. 남자가 가져온 와인을 여자가 맛보는 것을 그려낸 건데,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여기서는 붉은 색의 드레스가 눈에 들어옵니다. 베르메르의 초창기 작품에 속하는 건데 그래서인지 좀 더 다양한 색상을 실험해본 느낌이 있네요.

 

 

이렇게 해서 기나긴 작품 감상이 끝났습니다. 네덜란드의 국가적 중흥기 미술의 매력을 마음껏 맛본 2시간 가량이었는데요, 확실히 기존의 종교 혹은 신화를 주제로 한 유럽의 작품들과는 달리 사람과 사물에 주목한 그들의 시도가 더 참신하고 독특하게 와 닿았습니다. 예전에 다른 미술관에서도 네덜란드 화가들의 작품들을 많이 봤지만 이번 계기를 통해 더 제대로 그 맛을 봤달까요. 네덜란드는 확실히 미술품 감상이 여행의 주요 포인트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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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나와 다른 곳으로 향하는 와중에 마주한 자전거 행렬입니다. 원체 자전거들이 많이 다니고 자동차와 유사한 속도로 달리다보니 전용 도로와 신호체계가 확실하게 구축되어 있는 편이죠.(참고로 암스테르담 시가지의 속도 제한은 30km/h입니다) 저런 환경이라면 매일 자전거 타고다닐 맛이 날 거 같아서 부러웠습니다.

 

 

이제 드디어 다음 편으로 넘어갈 수 있겠네요. 좀 더 힘내서 이런저런 후기들 많이 올려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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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메르 하면 아는거라고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밖에 없는데 색상이 컬러풀하고 선명한게 신기하네요. 이미 수백년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린지 얼마 안된거마냥 색이 선명하네요 ㄷㄷㄷㄷ
23.04.21. 17:33
LaMer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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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sugar
물론 복원작업이 어느정도 이뤄지기는 했지만 바로 저 색의 선명함이 200년 가까이 묻혀있던 베르메르라는 작가를 지금의 반열에 오르게 만들어 준 요인이라고 할 수 있겠죠:)
23.04.21. 17:35
profile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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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금..지금은 정상화되었으니 괜찮을겁니다..죄송합니다..
23.04.21. 17:42
LaMer 글쓴이
1
현종수
이게 좀만 냅두고 다시 작업하려 그려면 보안 정책 문제가 발생하더라구요ㅎㅎㅠㅠ 제가 더 신경쓰겠습니다^^
23.04.2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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