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도 단단히 미친 느낌
제 정신이 드디어 미쳤나 봅니다. 이젠 하다하다 망상 연애까지 하고 있네요. 뭔 소리냐고요? 일단 들어보시죠. 좀 사연이 길어요...
일단 현재 저는 부모님 외에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이 없습니다. 대학은 오자마자 비대면이었고, 이후에도 딱히 사람을 사귀고 싶지는 않아서 혼자 지내다 보니 이렇게 되었더라고요.
중고등학교 때에도 비슷했습니다. 다만 그 때는 거의 항상 붙어다니던 친구가 한 명 있었습니다. A라고 칭해두죠( 참고로 A는 남자입니다 )중2 때 처음 만났는데, 진짜 거의 매일 붙어다녔어요. A는 또 외향형 + 인싸라 집돌이에 아싸인 저를 데리고 여기저기 많이 놀러다니기도 했죠.
중2 때 같은 학교에서 처음 만나서 중3 때 같은 반이 되었고, 고등학교로 올라가선 다른 학교로 갈라졌지만, 학원을 같은 곳에 다녀서 계속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전 A를 제외하곤 제대로 사귀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친구가 몇 몇 없습니다. 학원에서 새로 만난 친구를 제외하면.
계속 붙어다니고, 맨날 얘기하고, 같이 밥 먹고 그러다 보니까 제 안에선 이상한 감정이 싹텄나봅니다. 친구로서 좋아하는건지 아니면 애인으로서 좋아하는건지 뭔지 모를 감정이 한동안 저를 괴롭혔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 친구는 대학을 바로 가고, 전 재수를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줄어들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남들에게 먼저 연락을 거의 하질 않는데, 그 친구는 앞서 말했듯 초인싸다 보니 자연스럽게저와의 연락도 줄어들었죠.
그러다가 재수 끝나고 오랜만에 자취하는 A네 집에 갔는데... 거기서 뭔가 이상한 말을 듣게 됩니다. 치킨 먹다가 갑자기 ’문재인 중국몽‘이니 ’문재인 페미니스트‘니 하는 말을 하더라고요. 전 사실 여기서 중국몽이란말을 처음 들어봤습니다.
친구가 하는 말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잘 모르는 내용이기도 했고, 괜히 말했다가 사이만 어색해질 것 같아서 아무 말을 안 했습니다. 그 이후 친구는 군대에 가고 전 대학 생활을 계속 했죠( 정확히는 중간에 입대했다가 일주일만에 나왔지만. 아무튼 )
그렇게 A에 대해 잊어가던 중... 문제의 사건이 발생합니다. 지난 번에도 말했듯이 친구가 갑자기 전화해선잘 지내냐고 말한 뒤 대뜸 ’문재인 때문에 경제가 망했다‘라고 외친거죠. 제가 ’아니야~ 코로나 때문에 그런거야‘라고 하니까 친구는 ’너 대깨문이냐? 문재인 ㄱㅅㄲ해봐. 못 하네? ㅎㅎ‘ 이러더라고요.
그 후로 친구는 ’우리 소대에 대깨문이 한 명 있는데, 말이 안 통한다‘라며 나름 하소연(?)을 하더라고요. 이통화를 하고 진짜 충격받았습니다. 사실 쟤가 박근혜 탄핵도 열렬히 지지했고, MB 다스건으로 감옥가는것도 보고 그랬는데... 그냥 인터넷이나 sns에 돌아다니는거 보고 그랬었나 봐요.
근데, 그렇다고 쟤가 인터넷 보리수라고 하기엔... 지금까지 저랑 만나면서 했던 말을 종합해보면 그런 애가아니거든요. 그냥 sns나 포털에 떠있는 뉴스 좀 보고 그랬던거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 통화때문에 충격받아서 지금은 A랑 연락 거의 안해요. A는 인스타 보니까 새로운 대학 들어가서 잘 적응하고 있고요. 항공대 들어간거 같던데 )
뭐 이런 상황인데... 본론으로 돌아오면 제가 지금 하도 사람을 안 만나서 그런가,요즘 들어서 자꾸 자기 전에침대에서 A를 대상으로 망상 연애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 A의 성격과는 상당히 다른, 매우 상냥하고 착하고 날 위로해주는 가상의 A를 만들어서 혼자 밤에 생쇼를 하고 있습니다...
주로 뭘 하냐면 내용은 제가 여러가지를 만들지만 항상 마지막은 (상상 속에서) 제가 엉엉 울면 A가 다정하게 위로해주는걸로 끝납니다. 아니면 둘이 다정하게 손잡고 팔짱끼면서 연애하는 상상을 하거나...
요 며칠 동안 이 망상 속에서 너무 울었더니 실제 제 감정도 이상해지는것 같네요. 맨날 망상 속의 저는 엉엉울거든요. 별의 별 이유로... 군대가는 (가상의) A 앞에서 울거나, (가상의) A가 다쳤다고 울거나... 적어놓고보니 진짜 미친놈같네요ㅜㅜ 실제로 제가 A랑 연애를 한다면 모를까, 저 혼자서 이런 짓을 하는거니...
제가 혼잣말을 많이 한지는 꽤 됐는데, 이런 식으로 이상한 망상에 빠진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마 트랜지션으로 인한 부작용(우울증 + 외로움)과 공시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가 겹쳐서 저런 괴물을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혼자 있는게 좋기는 한데 누군가한테 기대서 울고 싶고, 안기고 싶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만 점점 커지는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실제 사람을 만나기엔 말도 더듬고, 다른 사람끼리 만나면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견해차이, 감정 스트레스를 겪기 싫어서 이렇게 상상 속에서 혼자 연애질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면 안된다는걸 머리로는 아는데, 자꾸 밤에 누우면 또 혼자 망상을 하게 되네요. 요즘 따라 꽤 자주 ‘환상’ 속에 빠져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제가 만든 가상의 세계관에서 가상의 A랑 연애하며 지내고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 정신상태가 많이 안 좋은가 봅니다. 집에만 계속 있어서 그런건가...
사실 이런 내용은 어디 상담센터에 가서 말해야 하는데, 말할 자신도 없고 상담 받을 자신도 없어서 그냥 이음에 써봤습니다. 저도 제가 미쳤다는거 압니다. 이렇게 상상 연애하면 안된다는거 아는데... 왜 자꾸 하는건지 모르겠네요. 그냥 엉엉 울고싶은건가..( 공부는 수요일 저녁부터 쉬고 있습니다. 공부할 정신상태가 아니네요 )
유튜브에서 몇 년 전에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서 연애하는 사람’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땐 “뭐 저런 인간이 있냐 ㅋㅋㅋ”하고 넘겼는데, 그게 제 얘기가 될 줄은 몰랐네요... 나 진짜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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