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감정이 왔다갔다하는지 이유를 알 것 같기도
어제 호르몬 주사를 맞은지 3개월이 지나서 했던 피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호르몬 수치가 나왔는데 여성호르몬(에스트라디올) 214,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0.22 이렇게 나왔더라고요.
원장님이 설명해주시길 호르몬 수치는 잘 조절되고 있어서 별 문제 없다고 하셨고, 여성호르몬은 여성이 생리할 때의 평균 수치 정도로 나오면 된다고 하셨어요. 그 평균 수치가 200 언저리고요. 즉 저의 호르몬 수치는 정상이라는 겁니다.
근데, 여기서 하나 깨달은게 있습니다. 바로 트랜지션을 할 때는 여성이 생리할 때의 호르몬 수치가 계속 지속된다는 겁니다. 다만 그 수치가 주사 맞은 직후엔 올라가고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진다는 차이가 있을 뿐.
검사 결과를 듣고 지금까지 인터넷에서 본 수많은 생리 후기가 생각났습니다. 갑자기 안 먹고 싶던 음식이 먹고 싶어졌다거나, 갑자기 주변사람에게 사소한 걸로 짜증을 낸다거나, 급격하게 우울하고 외롭다거나 등등... 적어보니 모두 제 증상이네요?
이래서 사람들이 ‘트랜지션을 시작하면 감정기복이 심하다’, ‘사소한 걸로 짜증냈다가 우울했다가 외로웠다가 즐거웠다가 난리를 친다’라고 했구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여성이 생리할 때의 호르몬 수치가 늘 지속되는거니 감정이 차분해질리가 없는거죠
저도 어제는 밖에 나가서 좀 걸으니까 기분이 좋았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계속 꿀꿀하고 외롭네요. 제가 생각해도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한 것 같아요. 그래도 왜 제 감정이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갔다 하는지 이유를 발견해서 다행입니다. 감정 컨트롤만 잘 하면 지금의 혼란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솔직히 정신과나 상담 센터에 가서 지금 제 증상을 설명하는게 좀 꺼려지고요. 글로 적어놓으면 진짜 이상한 놈 그 자체라. 또 막상 제 증상 설명했는데 정신과 의사나 상담사가 이해 못하고 뻘소리하면 더 상처받을 거 같고요. 그냥 제 감정을 인정하고, 너무 힘들 땐 밖에 나가서 걷는걸로 해결하면 될 거 같아요.
그나저나 오늘부터 다시 공부하고 있는데, 진짜 공부할 마음 안 생기네요. 하긴 뭐 언제는 공부하고 싶어서 공부했냐만, 오늘처럼 기분이 꿀꿀하고 외로울 때 공부하는게 제일 힘든거 같아요. 이런 저런 잡생각만 드네요 ㅎㅎ
정신과 의사분들 진짜 별의별 케이스 다 보셔서 그정도로는 반응도 없으실거 같은데. 제가 들은 제일 황당한 케이스는 남편분이 바람을 피셨는데 본부인이랑 외도하는 분 사이에서 이간질을 하셨는지 어떤년이 더 미친년이냐고 판단해 달라고 무려 두분이 같이 찾아오셨다는...... 이 정도는 되어야 놀랄 수준이 되나 보더라고요. 너무 부담 가지지 마시고 힘들다 싶으면 한 번 고려해보세요.

언젠가 한 번 가긴 가야할거 같은데 아직은 엄두가 안 나네요. 나중에 돈이 모이면 제 돈으로 한 번 가보는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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