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이 방치되고 있다
저는 ‘애들은 공부나 해야지 무슨~’이라는 말이 사실상 10대를 방치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10대에 배워야 하고, 알아야 할게 얼마나 많은데 많은 어른들은 10대라면 그저 독서실에서 공부나 해야한다고 말하죠. 전 이 현상이 10대, 나아가 20대를 망치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흔히 ‘국영수 위주의 교육’이 문제라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국영수 위주로 구성된 교육은 문제가 있죠. 하지만, 국영수도 ‘제대로’ 배우면 생각보다 많은 걸 배울 수 있습니다. 특히 국어는요. 국어 비문학 지문 제대로 읽고 정리하면 논리력, 추론력, 사고력을 기르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수학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현재의 학교에서 다루는 국영수는 ‘누가누가 많이 외우나’ 경쟁이 되었을 뿐, 교과서를 설계한 교수님들이 의도하는 교육을 하지 못하죠. 전 이게 문제라고 봅니다. 물론 국영수 위주 교육이 문제긴 하지만.
근데, 제가 진짜 말하고 싶은건 이게 아닙니다. 전 지금 10대들이 사실상 공교육의 보호를 못받고 야생에 방치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학교에서 진짜로 배워야 할 내용, 예를 들어 정치, 노동, 성(성교육 + 성정체성 교육), 제대로 된 진로교육을 못 받고 있는거죠.
진로교육을 예로 들어볼까요?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진로 교육은 ‘좋은 말 대잔치’였습니다. 온갖 종류의 강연을 들었죠. 회사에서 근로계약서 쓰는법, 임금이 체불되었을 때 구제받는 법 등 현실에서 진짜 필요한 내용은 단 하나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전 오히려 이게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고등학생부터 알바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데... )
성교육도 마찬가지죠. 콘돔은 어떻게 사용하는건지, 성정체성에는 뭐가 있는지같은 건 사실상 못 가르치고 허구헌날 성폭력, 성추행 내용만 가르치죠. 그것도 맨날 했던 얘기만 반복하고
( 사실 이건 성교육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기도 합니다. 알려줄 건 많은데 시간은 없고, 콘돔 사용법같은거 가르쳤다간 학부모들이 난리를 치니... 뻔한 얘기만 해주는거죠 )
정치교육은 말 할 필요도 없습니다. 헌법재판소와 법원이 ‘교사의 정치적 중립‘을 절대시한 여파로, 지금 교사들은 정치 현안에 대해 정말 요만큼의 발언도 안합니다. 아니, 못하는거죠. 말했다간 누군가가 바로 교육청에 신고를 하니( 아니 교수들은 온갖 뻘소리를 하는데 왜 교사들은... 물론 위대한 헌재는 '교수와 교사는 다르다'라며 무시했지만 )
학교에서 정상적인 정치교육을 못 받으니 학생들은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얘기 or 수능 강사들이 하는 뻘소리를 들으면서 자라게 됩니다. 예를 들어보면 '한국은 경쟁국가가 아니다'가 있습니다. 예 뭐... 그렇대요.
이게 뭐죠? 뭐 학생들은 정치에 관심 갖지 말라는건가요? 당장 (매우 일부지만) 만 18세부터 투표권이 있는데? 그게 아니어도 20살 되면 바로 투표해야 하는데, 정치 교육은 언제 받죠? 알아서 하라는건가요?
대체 언제까지 10대들을 야생에서 방치할건지 모르겠네요. 세상 모든 고3이 수능보는 것처럼 생각하는 문화는 또 언제쯤 사라질건지... 학생일 때 알려줘야할 내용이 있는건데ㅜㅜ
이런 이유 때문에 한때 대안학교 열풍이 불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부모님께서 대안학교를 보내셨었고요. 초등부터 고등학교까지 대안학교를 다녔는데 이래서 절대 후회 안 됩니다.
언제쯤 이런 현실이 바뀔 수 있을까요... 지금 10대들은 방치 수준이 아니라 거의 버려진 상태라고 봐서요.

10대 때 반드시 가르쳐주고 알려줘야 할 내용이 있는데 사실상 못하고 있으니...
다른 내용을 배우고 싶으면 대안학교를 가야만 한다는게 참 슬픕니다. 공교육에서 보듬어줄 방법은 정녕 없나...
cmt ale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