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일 땐 공부나 해야지!'가 맞는 말일까

자매품으로 '학생일 때 무슨 스트레스가 있다고~ 18살이면 한창 좋을 땐데'가 있습니다.  10대들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하나도 생각하지 않는 말들이죠.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학생들에게 진로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학생들이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고, 자신의 성향과 진로에 대해 깊이 탐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죠( 현실의 진로 교육은 이렇지 않지만 )

그런데요, 왜 학생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거나, 공부 이외에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 '학생은 공부나 해야지!'라고 외치는걸까요? 아니 자신의 성향에 대해 깊이 탐구하라면서요. 본인의 정치성향은 어떤지, 성정체성은 어떤지, 뭘 좋아하는지, 미래에 무슨 직업을 가질지 고민하는게 제일 중요한거 아닌가요?

일단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부터 가라고요? 미래는 나중에 생각하라고요? 그게 말이 됩니까?( 실제로이런 말하는 사람들 꽤 있습니다. 경험은 대학 가서 하고 지금은 일단 아무튼 공부하라고. 일단 지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면 나중에 무슨 일을 하든 쓸모가 많을거라고 )

내가 뭘 좋아하고 나중에 뭘 하고 싶은지를 알아야 지금 공부할 의욕이 생기죠. '여러분이 지금 공부할 수 있는건 부모님들이 본인의 노후자금을 여러분들에게 투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같은 정신교육만 할게 아니라( 사실 이 정도면 양반이죠. 옛날 수능강사들 정신교육 듣다보면 진짜 환장할거 많아요 )

재미도 없고, 내용은 가면 갈수록 어려워지고, 집안 환경과 경제형편에 따라 공부할 수 있는 여건도 달라지는데 아무튼 공부하라고 외치는게 맞는걸까요? 10대 때 공부만 했는데 20대 때 갑자기 정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사회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솔직히 사람이 어떻게 몇 년 동안 공부만 합니까? 무슨 옛날 고시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독서실에 갇혀서 공부만 하라는게 맞냐고요. 그것도 10대 학생들한테. 하고싶은 것도 많고 호기심도 가장 많을 계층한테'학생 땐 공부를 해야지!'라고 외치는게 맞는 조언일까요?

본인이 좋아하는 것도 못하고, 관심 있는 분야 공부도 못하는게 지금의 학생들인데 무슨 의욕이 생기겠어요. 자신의 자아를 죽여가면서 공부하라고 하는데( 이렇게 공부해서 대입 성공하는 사람은 또 얼마 안되고 ) 

10대일 때 기존 공부 이외에 배워야 하고, 알아야 할 내용들이 많다고요. 10대일 때 자신의 성향과 취향과 진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요. 무슨 대학 가서 고민하래. 대학 가면 바로 계획 짜서 취업 준비해야지. 요즘 취업이 얼마나 어려운데.

10대 학생들이 공부 이외의 분야에 관심이 많으면 '공부나 해!'라고 외치면서 무시하는 문화가 사라졌으면좋겠습니다. 이래놓고 '20대의 정치적 무관심이 심각하다'라고 외치는건 대체 뭔 심리인지... 지들이 10대때 정치 관심 갖지 말라고 했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