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공부만 하진 마세요
공부를 하더라도 저처럼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친구 한 명도 안 사귀고 공부하는 짓은 하지 마시길... 물론 전 '학교에서는' 같은 반 애들과 나름 사이좋게 지냈습니다. 모르는게 물어보면 알려주고 그러면서. 다만 학교끝나고 연락하는 친구가 없었을 뿐이죠.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네요. 그렇게 모든 교우관계 다 차단하면서 공부 안해도 되는데. 고등학교때 친구도 사귀고 쉬는 날 놀러 나가도 됐는데. 그 땐 왜 그렇게 사람들과 만나길 싫었던건지.
아직도 기억나네요. 고등학교 입학하고 얼마 안 지났을 때, 어떤 남학생이 저한테 이름을 물어보면서 친하게지내자고 했는데 제가 무시한거. 그 땐 친구 안 사귀고 혼자서 조용히 공부하는게 가장 좋은 줄 알았거든요. 대체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고등학교 땐 주변에서 맨날 연애 얘기만 하는게 정말 지겹고 짜증났어요. '쟤네들은 인생 최고 고민이 연애인가? 난 지금 나중에 뭐해먹고 살아야 할지가 최고 고민인데?'같은 생각도 했고요. 진짜 허구헌날 주변에서 연애의 시작부터 끝까지 주구장창 연애 얘기만 하는게 정말 싫었습니다.
근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까 친구들이 맞았던 것 같아요. 고등학생일 땐 연애도 해보고, 친구들이랑 다같이놀아보는 경험을 하는게 저처럼 공부만 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 같아요. 고등학생일 때만 느낄 수 있는 풋풋함이란게 있으니까요.
이젠 잘 모르겠어요. 어릴 때부터 사람들이랑 대화도 잘 안 했는데,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혼자서 재수 - 대학 비대면 - 공시 준비를 하다보니 이젠 사람들이랑 어떻게 대화를 해야할지 감이 안 잡히네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새로운 사람들이랑 금방금방 친해지는지 신기하기만 하고요.
혼자 지낸 시간이 너무 길다보니 지금처럼 다시 사람을 만나고 싶고, 연애를 하고 싶을 때 도대체 어떻게 사람을 사귀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사람을 만나려면 밖에 나가야 하는데 지금은 밖에 나가기도 싫고요.
혼자 지내는 것도 편하고 좋긴 하지만, 가끔씩은 '내가 고등학교 때 너무 혼자 지냈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도 혼자 지내다보니 이젠 사람들이랑 만나는거 자체가 부담입니다. 심지어 명절 날 친척들과 만나는 것조차도.
기분이 꿀꿀하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고등학교 때 공부만 하는게 아니었는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혼자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공부를 했던건지. 좀 놀았어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