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삶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전 유퀴즈가 실내 프로그램으로 바뀐 이후로 유퀴즈를 잘 보지 않습니다. 연예인이 많이 나와서? 유재석 먹방이 사라져서? 아닙니다. 왠지 중-고등학교 때 엄청 본 것 같은 '특별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계속 나오니까요.
최근에는 유퀴즈에 회계사였다가 경찰이 된 사람이 나왔습니다. 이 사람의 인생 자체는 뭐라 하고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개인의 인생은 개인이 선택하는 거니까요.
근데요... 꼭 강사들은 이런 영상을 보고나서 학생들한테 '인생은 예측한대로 되지 않는다! 여러분들의 꿈을 찾아가라! 이 사람을 봐라! 회계사했다가 경찰로 바꾸지 않았냐!' 이러더라고요?
맨날 겉으로는 '여러분들이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사세요'를 외치면서 툭하면 저런 '특별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뭐죠? 맨날 20대 때는 다양한 도전을 해야한다고 외치면서, 정작 대학 가면 무슨 도전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면 '다양한 알바'나 대답하면서.
요즘은 당신들이 늘상 말하는 '평범한 인생'을 살기에도 벅찬 시대라고요. 서울에 있는 괜찮은 4년제 대학 나와서 적당한데 취업한 뒤, 연애하고 결혼하는게 얼마나 힘든데( 이게 당신들이 말하는 '평범한 인생' 이잖아요. 아닌가요? ) 지금 청년들은 사회가 정한 '평범한 인생'을 살기에도 바빠 죽겠는데 왜 자꾸 '특별한 인생'을 강요하는건지.
우리 인생은 우리가 알아서 살테니까 제발 강사들이나 유튜버들은 남의 인생에 대해 함부로 얘기하지 맙시다. 이러니까 사람들의 우울증이 심해지지. 아무나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마치 누구나 도달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해놓고, 거기에 도달 못하거나 다른 목표를 추구하면 실패한 인생 취급하니까
강사한테 힘들다고 얘기하면 '누구에게나 아픔은 있다. 나한테 위로용 상담하지 마라' 따위의 대답이 돌아오고, 지금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물어보면 '일단 명문대에 가면 나중에 무슨 일을 하든 도움이 된다. 여러분들이 지금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공부하는게 가장 가성비가 좋다(?)' 따위 대답을 하는데 어떤 학생들이, 청년들이 멀쩡한 정신상태를 갖겠습니까. 내가 힘들어도 힘들다고 얘기도 못하는데.
진짜 제발 '특별한 인생' '독특한 인생' 좀 강요하지 마요.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다 생각이 있고 계획이 있는데 왜 그걸 우리보다 조금 더 산 어른들이 함부로 짓밟는거죠? 아니 하고싶은대로 하면서 살라면서요. 이럴거면 인생조언 자체를 하지 말던가.
cmt ale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