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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너가 유독 그리운 이유는 뭘까

문통최고 문통최고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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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이면 너를 잊을 수 있을까. 대체 언제쯤이면 힘들고 우울할 때마다 너랑 연애하는 망상을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이 기막힌 행동을 그만둘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내가 고등학교 시절을 후회하고 그리워하는 행동을 멈출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너한테 다시 연락해서 밥이나 한 번 먹자고 말할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내가 너한테 자연스럽게 연락할 수 있을까.

 

대체 왜 시간이 지날수록 더 그리운거냐고. 호르몬 때문에 그런거라고 말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보고 싶잖아. 내가 제대로 사귄 첫 친구라 그런가? 같이 붙어다닌 기간이 너무 길어서 그랬나?  만약 내가 지금같은 아싸 성향이 아니라 인싸 성향이고, 평소에 만나는 친구가 많았던 상황에서 너를 만났어도 같은 상황이었을까? 

 

'차라리 내가 여자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자주 해보지만 항상 같은 결론에 도달해. 너랑 나는 동성이었기 때문에 친해진 거였다고. 너나 내가 여자였으면 우린 친구는 커녕 학원에서 가끔 얼굴만 보는사이가 됐겠지.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차라리 내가 호르몬을 20살 때부터 맞았다면 너랑 계속 연락할 수 있었을텐데. 그 땐그래도 가끔 연락을 했으니까. 차라리 내가 고등학교 때 확실하게 마음을 정했다면 너를 외면하진 않았을텐데. 이럴 줄 알았으면 계속 연락할 걸. 내가 사소한 걸로 삐져가지고 스스로 연락을 끊어버린 멍청한 짓만 안했어도. 

 

어릴 때 일부러 친구 안 만나고 사람들이랑 대화 안 한 것의 나비효과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어. 그 때는 친구나 애인이 아무도 없어도 혼자서 잘 살 줄 알았는데. 고등학교 땐 다른 모든 것에 관심을 끊고, 특히 교우관계나 연애는 하나도 안 하는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대체 왜 그랬을까. 

 

그 때부터 트랜지션에 관심 가졌으면서. 이미 인터넷에서 여성호르몬 좀 맞으면 감정 기복 온다는거 알았으면서. 왜 그 때의 나는 스스로 인간관계를 차단했던걸까. 학교에서 그렇게 극단적으로 공부 안해도 됐었는데. 

 

그 때 친구를 많이 사귀고 운 좋게 연애도 했다면 지금 너를 이렇게 그리워하진 않을텐데. 어차피 다른 사람이랑 만나면 되니까. 너랑은 가끔씩 얼굴이나 보면서 밥이나 먹으면 됐을텐데. 왜 그 때의 나는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걸 선택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너가 보고싶어. 인스타랑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 몇 장을 대체 몇 번이나 돌려본지 모르겠어. 매일 카톡 프로필과 인스타에 들어가서 혹시 뭐 새로 올라온거 없나 확인한게 대체 며칠 째인지도 모르겠고. 어쩌다 난 이렇게 된걸까.

 

넌 너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 난 왜 이러는걸까. 다른 애들은 다들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 왜 나만 고등학교 시절에서 멈춰버린걸까. 정작 고등학교 시절만큼 공부는 안 하면서. 

 

다시 연락이라도 해보고 싶은데 도대체 뭐라고 연락해야 할 지 모르겠어. 네 생일인 12월까지 기다렸다가 그때 연락해봐야 하나. 아니다. 지금 심정에서 연락했다가 네 목소리라도 들으면 겨우 진정시킨 마음 다시 요동칠 거 같다. 안 되겠네.

 

물론 난 아직도 너가 작년에 갑자기 전화해선 나한테 대깨문 어쩌고 한 걸 기억하고 있어. 그것 때문에 엄청속상하고 화났었던 기억도 나고. 근데 이쯤되니까 차라리 그런 말을 듣더라도 너랑 한 번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유작가님은 백분토론에서 '정치성향이 다른 사람과 넓은 의미의 친구는 될 수 있어도 친한 친구, 애인, 부부는 될 수 없습니다'라고 말씀하셨지. 맞는 말씀이야. 근데 지금 심정이라면 너가 하는 온갖 이상한 얘기를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아.  만약 너가 진짜 순수한 2찍이라고 해도( 물론 난 너가 sns에서 이상한 걸 봐서 그렇게됐다고 여전히 믿고 있지만 )

 

어차피 너한테 닿지도 않을, 닿을수도 없는 글을 뭐이리 길게 쓰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이래봤자 내 마음만아프다는걸, 나만 힘들다는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 근데 왜 난 이런 글을 쓰고 있는걸까. 왜 자꾸 너가생각나냐고.

 

진짜 대체 언제쯤이면 너를 잊을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나도 다시 옛날처럼 마음 편히 혼자 살 수 있을까. 애인이나 친구 없이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고 큰소리 뻥뻥치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 아니면 지금 감정 그대로 과거로 돌아가서 너랑 더 친하게 지내고 싶어.

 

만약 나한테 기회가 한 번만 더 주어진다면, 그 때는 네 연락을 끊지 않을게. 내가 먼저 너한테 놀러가자고 말하고,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고 말할게. 노래방이나 pc방 가기 싫다는 말도 안 할게. 

 

한번만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진짜 잘할 수 있는데. 그럼 아직도 우리는 친한 친구 사이일텐데( 설령 좋아한다고 고백은 못 했어도 ) 왜 그 때의 나는 그러지 못한걸까. 너가 옆에 있을 때 왜 더 잘해주지 못했을까. 바보처럼. 

 

너랑 평생 붙어다닐 수 없다는 걸, 내가 먼저 연락하고 관심 갖지 않으면 너가 먼저 연락할 일은 없다는 걸 왜 그 때는 몰랐을까. 대체 왜. 지금같을 때 너가 옆에 있으면 참 좋을 거 같은데...

 

꿈에서라도 너가 나왔으면 좋겠다. 거기서라도 네 옆에 붙어있게. 그렇게라도 네 얼굴을 보고, 네 목소리를 듣고 싶어. 꿈에서라도 너한테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싶고. 어차피 꿈인데 거절당하면 뭐 어때.

 

너랑 망상하는건 슬슬 줄여야겠지. 가끔 꿈에서나 나오길 기대하면서 현실을 살아야겠지. 넌 어차피 내가 걱정 안해도 알아서 친구들 사귀고, 애인도 사귀고, 인생도 열심히 살테니까.  

 

어릴 때부터 너의 그 '인싸력'을 참 부러워했는데. 대체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랑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늘 밖에 나가면 같이 놀 사람이 있는건지 늘 궁금했는데. 물론 넌 실제론 의외로 진중하고 차분한 성격이었지. 그러니까 나랑 같이 놀았던거고. 별의 별 생각이 다 나네.

 

솔직히 현실로 돌아가기 두려워. 그냥 너랑 상상 속에서 연애나 하면서 살고 싶어. 그러면 안 되겠지만. 언젠가 나중에, 지금의 혼란이 다 끝나면 그 때 너한테 다시 연락할게. 그 때 얼굴 한 번 보자. 

 

나랑 제대로 사귄 첫 친구. 내가 진심으로 좋아한 첫 친구. 아싸에 집돌이이던 나를 여기저기 데리고 갔던 친구. 나랑 제일 오래 붙어있던 친구. 지금에서야 얘기하는 거지만 난 너랑 함께 있는 시간이 참 좋았어. 

 

만약 다음 생에 우리가 그 때처럼 다시 만난다면, 그 때는 너를 외면하지 않고 붙잡아둘게. 동성친구지만 참 좋아했어. 아니, 지금도 너를 좋아해. 하지만 이제는 천천히 잊으려고. 나중에 결혼하게 되면 꼭 나한테 연락해줘. 가서 진심으로 축하해 줄테니까.

 

그래도 고등학교 때까지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다음 번에 다시 만날 때까지 열심히 살아. 나도 열심히 살아볼테니까. 사랑해. 다음 생에는 이 말을 네 앞에서 직접 해줄게. 그 때는 내 고백을 받아줘. 이만 줄일게.

 

 

오늘따라 유달리 친구 생각이 많이 나네요. 친구한테 (닿을 수 없는) 편지 컨셉으로 한 번 써봤습니다. 또 울게 되네요. 언제쯤 전 친구를 잊을 수 있을까요? 나이가 20대 중반이나 됐는데 왜 제 마음은 고등학생에서 멈춰버린건지... 그 때로 돌아간다면 진짜 잘해줄 자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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