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슬슬 공부를 해야하는데
벌써 한 달이네요. 아무것도 안하고 우울과 망상으로 가득한 삶을 산게. 집에선 '뭐 걱정있냐. 뭐 생각하고 있냐. 왜 요즘 무기력하냐. 왜 이렇게 게으르냐. 이럴거면 휴학을 하지 말지' 따위의 말이 들려오는데,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만 더 꿉꿉해집니다. 어차피 내 고민 말해봤자 이해도 안 해줄거면서...
요즘은 하루종일 망상이나 하고 있습니다. 과장 안하고 진짜 '하루종일' 망상만 하고 있어요. 이거라도 해야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상상 속에선 제가 마음 아파할 일도 없고, 친구랑 영원히 함께할 수 있으니... 내가 원하던 이상적인 고등학교 생활도 할 수 있고요.
이제는 '그냥 이대로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내일부턴 다시 공부를 해야 하는데, 이제는 진짜 현실로 돌아와야 할 시간인데 너무 힘드네요. 망상 속에선 늘 행복하고 좋기만 한데...
요새 한 일주일 동안은 진짜 망상만 하면서 지냈습니다. 이렇게 실컷 망상하면 기분이 풀릴 줄 알고요. 근데 아니네요. 망상은 망상일 뿐 현실의 저를 위로해줄 순 없다는 것만 깨닫게 되네요.
근데 망상을 멈추진 못하겠어요. 어디 가서 상담 받을 자신도 없고요( 정확히는 부모님이 제 정신질환을 아셨을 때 저한테 하실 말이 너무 두렵고 무서운거지만 )
지금 심정으론 어떻게든 대학을 졸업하고 공시를 붙은 뒤에 혼자 살면서 망상이나 하고 싶습니다. 다시 사람들을 만날 용기도 안 나고, 어차피 만나봤자 말더듬 때문에 재대로 말도 못할게 뻔하니까요. 그냥 혼자 회사나 다니면서 쉬는 날 누워서 망상이나 하고 싶습니다. 일단 취업부터 해야 하지만...
다시 공부를 해야 하는데 도저히 의욕이 안 생기네요, 끝도 없이 무기력하고 우울하고 망상만 하게 됩니다. 그래도 내일부턴 진짜 공부하려고요. 여기서 더 공부 안 했다간 부모님이 극대노하실 것 같거든요.
이런 이상한 감정이 생긴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습니다. 시간이 꽤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부족한가 봐요. 현실을 열심히 살다보면 이 감정도 사라지겠죠...? 사라진다고 믿고 싶어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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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제 증상을 잔뜩 적어서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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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호르몬 맞는 병원에 가서 간단하게 제 증상을 얘기했습니다. 원장님께서 퀴어 프렌들리 정신과 목록이 올라온 사이트를 알려주셨네요. 좀 찾아보고 가보려고요.
확실히 간단하게나마 제 증상을 얘기하니까 확실히 낫네요. 호르몬 때문에 그런거라고 원장님께서 얘기해주시니 위안이 좀 되네요.
지금의 혼란이 언젠가 끝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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