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끼리 좋아하는게 자연의 섭리다?
부모님께서 티비를 보다가 저런 말을 하셨네요. '어떻게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고, 여자가 남자를 좋아하는지... 참... 자연의 섭리야' '하지만 그런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는 소수의 사람들도 있지. 그런 사람들도 인정해야 돼' 이런 식으로요.
저 말을 들으니 약간 알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차별하는지. 성소수자를 존중한다고, 이해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왜 성소수자의 권리 향상을 위한 법안 통과는 꺼리는지. 이해한다고 하지만 머리속에 '이성애가 자연스러운거다'라는 말을 하고 있으니 그런거죠.
대충 이런 느낌이겠죠. '이성애가 자연스러운거고 자연의 섭리인데 그렇지 않은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의 성향도 존중해야지' 마치 정상인 사람들은 따로 존재하는데 굳이, 애써, 힘들게 소수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따로 있다고 외치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퀴어축제를 이토록 싫어하나 봅니다. '성소수자의 권리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퀴어축제는 좀...'이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도 알겠어요. 성소수자의 성향이 정상이 아니니까, 일반적이지 않으니까 밖에서 보기 싫은겁니다. 그들의 존재 자체는 어쩔 수 없이 인정하더라도.
'일반적이지 않은 너희들의 성향도 존중은 하는데, 너희들 성향이 자연의 섭리는 아니잖아? 일반 대중들이 보기에 불편하니까 퀴어축제같은건 하지마. 밖에서 남자끼리 스킨쉽은 왜 하니? 좀 숨어지내라'같은 의미로 퀴어축제를 반대하겠죠.
자연의 섭리라... 이러니까 제가 부모님에게 동성연애를 더 선호한다고 말을 못하죠. 물론 이런 저런 사정 때문에 연애를 할 수도 없지만. 그나마 성소수자에 대해 나름 이해를 해주는 부모님인데도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시니...
근데요. 저렇게 '정상인 다수와 그렇지 않은 소수'로 세상을 바라보면 소수자를 혐오하고 배척하기가 너무나 쉬워집니다. 정상 집단과 소수 집단이 얇은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형태니까요. 조금만 다른 마음을 먹으면 충분히 소수 집단을 혐오하게 됩니다.
아버지께서 전장연 시위 보도를 보면서 열변을 토하신게 생각나네요. '이해는 하지만 저렇게 하면 안된다고' 이런 태도가 바로 소수자를 힘들게 하는건데... '정상인 다수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면 안된다'는 사고. 지극히 전체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이고, 군대 문화가 깊게 깔린 사고죠.
이래서 우리 사회가 소수자들이 자기 권리를 주장하고, 밖에서 활동하는걸 꺼리나 봅니다. 정상이 아닌 사람들이니까.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사람들이니까 밖에서 보기 싫은거죠.
그렇다고 예전처럼 소수자를 대놓고 배척하고, 따로 관리하고, 동성애를 범죄로 규율할 수는 없으니 그들의 존재 자체만 인정하는거죠. 대신 밖에서 '내 눈에' 보이는건 싫고. 그래서 '성소수자의 권리는 존중하지만, 장애인의 권리는 존중하지만 저건 좀...'이라는 말이 나오나 봅니다.
씁쓸하네요.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는 사람'이라니... 저런 말을 듣는 자식 심정은 어쩌고... 개인적으로 부모님이, 특히 아버지가 툭툭 내뱉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에서 울화가 올라옵니다. 말더듬 때문에 제대로 반론도 못 펼치고, 기껏 글로 입장을 정리하면 술에 취한채 자기 입장만 반복하시고...
제가 논바이너리라는 걸 인정해주고, 호르몬 치료를 지원해주시는건 참 고마운데, 저런 식의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해집니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진보 사회가 되려면 아직도 많은 세월이 필요한가 봅니다...
+) 성소수자가 돌연변이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