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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좋아하게 되는 날이 올까

문통최고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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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갈 엄두가 안 납니다. 일단 밖에 나가서 산책을 하든, 스터디카페에 가서 공부를 하든 뭐라도 해야 하는데 도저히 엄두가 안 나네요. 밖에서 사람들끼리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온갖 감정이 들거든요. 그리움, 후회, 슬픔, 우울, 외로움, 부러움 등등 온갖 감정이 저를 괴롭힙니다.

 

그 감정을 느끼기 싫어서 밖에는 되도록 안 나가요. 어차피 하반기부턴 복학을 해야 돼서 밖에 나가야 되는데, 보나마나 끝없는 우울에 빠지겠죠. 몇 년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생각이 너무 많은게 병인듯 합니다. 원래도 잡생각이 많은 스타일이었는데 호르몬을 맞고 나니 진짜 온갖 생각이 다 나네요. 요즘 드는 생각은 '과연 내가 나를 좋아하게 되는 날이 올까?'입니다. 아무리 봐도 좋아할 구석이 없는 나란 인간을 과연 내가 괜찮다고 보는 날이 올지 모르겠네요.

 

저를 구성하는 많은 요소 중에서 지금 제가 제일 싫어하는건 소위 '아싸 성격'입니다. 그동안은 '사람 덜 만나고 밖에 안 나가면 돈도 아끼고 좋지'라는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 사람과 대화하는 법이나 관계를 맺는 법은 아예 모르고, 어떠한 취미 생활도 없고, 밖에 나가지도 않는 성격...

 

이러니까 주변에 사람이 없죠. 물론 말더듬도 이 성격이 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만, 생각해보면 말더듬이 없던 초등학교 때도 똑같았어요. 학교 친구들이 같이 놀자고 집까지 찾아와도 놀기 싫다고 방으로 들어가버리곤 했거든요. 말더듬이 시작된 이후엔 제가 다른 사람에게 먼저 말을 꺼내거나, 놀자고 한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조금만 말을 많이 하면 호흡이 가빠지고, 말더듬이 심해진다는걸 스스로 느끼고 있던터라 항상 절제하는 연습만 했거든요. 고등학교 땐 왕따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애들이 뭐 물어보면 가르쳐주고, 질문하면 대답은 했지만 그 이상의 관계를 추구하진 않았죠. 이땐 말더듬이 그렇게 심하지 않았는데...

 

제가 주도해서 친구들을 사귀고, 만나서 놀자고 한 일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학교 안에선 그럭저럭 두루두루 친하게 지냈는데, 학교 바깥에서도 친하게 지낸 애가 없었다는게 제일 큰 문제같아요. 약간의 변명을 하자면, 좀만 말을 많이 하면 말더듬이 생기다보니 그걸 경험하는게 너무 싫어서 일부러 대인관계를 피한 것 같습니다. 

 

적어놓고 보니 참 요상한 인간이네요. 요즘은 진짜 무슨 낙으로 사는건지 모르겠습니다. 맨날 비슷한 망상이나 하고... 마인드는 중학생 쯤에서 멈춘 것 같고... 사회에서 요구하는건 점점 많아지는데 할 자신은 없고... 공부를 하고 면접을 통과해서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걱정만 태산이네요. 

 

제 성격이나 특성을 지금와서 바꿀 순 없으니,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가야 할 팔자같은데, 이렇게 생각하니까 진짜 막막하네요. 어제 청년 고독사 다큐를 봤는데, 감정상태가 지금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나중에 혼자 자취해서 잘 살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밤입니다.

 

글이 엄청 기네요... 죄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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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우울감 때문에 잠수타며 살기도 했었어요. 저도 꽤 심했었는데 빠져나오려고 한게 야구직관 이었어요. 직관 가도 싼 티켓사면 비용도 안크고 가보면 혼자오는 분들이 많아서 부담도 안되더라고요. 그러다 인스타그램에서 한화팬들 사진 올리는 분들 팔로우 하게 되고 댓글로나마 소통하게 되고 하면서 우울감이 많이 해소되고 점차 나아지게 되었어요. 야구가 아니더라도 다른 스포츠나 문화생활이나 취미를 붙여보시는 것도 생각해보세요. 잘 지나갈 수 있어요. 힘내요
23.06.25. 23:22
문통최고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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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sugar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지금의 혼란을 잘 이겨낼 수 있길 바라며...
23.06.25. 23:24
profile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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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난처한 상황은 자신이 해결하기는 매우 힘들겠죠, 하지만 그 자신이 타인의 도움을 받기 힘든 위치에 있다보니 감정 소모도 심해지고, 많이 고통스럽겠습니다. 시간이 방법을 찾아주길 바랍니다.

23.06.25.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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