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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학년도 수능 헤겔 지문이 시사하는 바

문통최고 문통최고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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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교육부가 22학년도 수능 헤겔 지문을 두고 이런 말을 했습니다. ' 교과 수업에서 일반적으로 다루고 있는 수준보다 높은 인문(철학) 영역의 배경지식이 요구됨. 또한 '정립, 반정립, 수렴적 상향성, 절대정신' 등의 전문용어가 빈번히 사용되고 있으며, 지문에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 고난도의 추론이 요구됨.'이라고요. 

 

저기... 이거 교육부가 만든 자료 맞죠? 분명 교육부 직원들은 평가원이 왜 이런 스타일의 지문을 냈는지 알텐데... 나라가 진짜 엉망이네요. 평가원이 헤겔 지문을 이렇게 만든건 이유가 있다고요. 일부러 지문 속에서 정보 제공을 안 한거에요. 이걸 교육부가 모를리가 없는데... 하긴 대통령이 좋빠가를 시키는데 뭐 어쩌겠냐만

 

22학년도 수능 국어는 다른 의미로 역대급이었습니다. 수능이 끝나고 단순히 '어려운 수능이었다!'로는 표현이 안되는 혼란이 있었죠. 왜 그럴까요? 바로 평가원이 기존의 출제 스타일을 버렸기 때문입니다. 

 

수능 국어에 대해선 그동안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평가원 스타일의 지문이 출제된다'고. ebs 연계가 70%( 지금은 50% )로 정해져 있긴 하지만, 굳이 ebs 문제집을 안 풀고 들어와도 지문 그 자체로 다 이해되고 풀리게 평가원이 설계했거든요. 지문 자체도 구조가 깔끔하게 짜여진 글이라서 강사들이 '구조 독해'니 '스킬'같은 걸 가르쳤고요.

 

실제로 제가 수능을 보던 2019학년도, 2020학년도만 해도 학생들이 ebs 문제집( 수특, 수완 )을 거의 안 봤습니다. ebs 문제집 속 고전시가 파트만 집중해서 봤지 나머지 파트는 학교에서 내신 수업으로 쓰는게 아니라면 굳이 안 봤습니다. 강사들도 그냥 한번씩 가볍게 풀어보고 넘어가라고 가르쳤고요.

 

( 참고로 수능 문학 속 고전시가는 ebs 문제집에서 100% 연계됩니다. 물론 범위는 다르지만, 작품 자체는 ebs 문제집에서 나온 작품을 냅니다. 예를 들어 속미인곡이면, 수특에선 앞 부분이 나왔지만 수능에선 뒷 부분이 나오는 형태로요. 그래서 학생들이 ebs 속 고전시가는 열심히 공부했죠 ) 

 

그런데 2022학년도 수능 국어에선 그 기조가 바뀐겁니다. ebs를 풀지 않으면, 그것도 제대로 이해하고 들어오지 않으면 수능문제가 안 풀리게 설계한 겁니다. 지문 자체도 평가원이 그 동안 내던 '깔끔한 형식의 지문'이 아니었고요. 그래서 수능 끝나고 난리가 난거죠. 평가원이 달라졌다고.

 

또 하나, 그동안 수능 국어 비문학에서 어려운 지문은 주로 '경제 지문'아니면 '과학 지문'이었습니다. 처음 보는 낯선 개념어가 쏟아지는 형태의 지문이 어려웠던거지 인문/철학 지문은 어렵지 않았거든요. 근데, 평가원이 엄청 어려운 철학 지문을 냈으니 학생들이 엄청 당황했던겁니다. 어려운 인문/철학 지문은 대비가 덜 됐거든요.

 

이렇게 어려운 헤겔 지문을 출제한 평가원의 의도는 이랬을겁니다. '다들 ebs 문제집 학교에서 열심히 풀잖아? 그럼 거기 있는 내용은 다 알겠네, 그지? ebs에서 나왔던 내용은 빼고 지문 만들게~ 앞으로 ebs 속 내용은 배경지식 삼아 좀 알고 와~' 

 

평가원이 이런 식으로 나오니  2022학년도 수능이 끝난 이후 주요 국어강사들 커리큘럼이 달라지더라고요. 수특 수완 속 비문학을 가볍게 여기던 기존 풍조에서 벗어나 좀 꼼꼼하게 가르치는 방식으로. 사실 그동안은 ebs 비문학 지문들 수업에서 거의 안 다뤘거든요.

 

그럼 평가원은 왜 이런 식으로 출제 기조를 바꿨을까요? 왜 ebs 문제집 속 내용 정도는 알고 들어오라고 했을까요? 전 여기에 두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뇌피셜이에요 ) 하나는 너무나도 높아져 버린 학생들 수준 때문입니다. 기존의 깔끔한 지문은 학생들이 너무 잘 푸는거죠. 

 

그래서 난이도를 올려야 하는데, 아무렇게나 올릴 순 없으니 ebs 속 지문을 간접연계하되 ebs에 있던 내용은 간단히 적어버리는 방식을 택한거죠. 이 방식은 22학년도 수능 국어에서 잘 먹혔습니다.  강사들의 강의 방식도 바꿨으니까요.

 

두번째 이유는 'ebs 연계의 실질화'라고 생각합니다. 수능 국어에서 ebs 문제집을 70%(지금은 50%) 연계한다고 하지만, 그동안 학생들은 실제로 사설 강사들의 문제집을 풀지 ebs를 풀진 않았으니까요. 저도 물론 그랬고요. 이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고, 겸사겸사 난이도를 올릴 필요성도 있어서 평가원이 이런 선택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평가원의 이런 선택이 100% 잘했다곤 할 수 없습니다. 갑자기 출제 기조를 바꾼건 분명 비판받아야 합니다. 또한 이런 식으로 출제 기조를 바꾸면 ebs 강의와 문제집으로만 공부하는 학생들은 좋은 점수를 받기 더더욱 힘들어집니다. 

 

ebs 연계를 실질화한건 참 좋은데, 지문 자체가 워낙 난해하게 나오다 보니 대비가 힘들어지는거죠. ebsi는 강사들 수준은 진짜 끝내주는데 정작 좋은 문제집이 없다는게 가장 큰 단점이거든요. 요즘 수능 국어는 기출 + ebs만으론 절대 대비 못하고 온갖 지문을 끌어모아다가 풀어야 하는데 ebs는 이게 부족하니까.

 

22학년 헤겔 지문엔 이런 시사점이 있습니다. 단순히 '공교육에서 안 배운게 왜 나오냐! 없애라!'가 아니라고요... 평가원이 저런 식으로 문제를 출제할 수 밖에 없는 이유, 학생들이 ebs만으로는 이 문제를 대비 못하는 이유 등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인데... 

 

그리고, 저런 지문을 싹 없앤다고 칩시다. 그럼 대입은 뭘로 뽑죠? 분명 학종이나 수시에서 각종 면접 강화될거고, 논술 강화될텐데? 수능은 그나마 ebs라도 있어서 어찌저찌 공부할 수 있지만, 면접이나 논술은 뭘로 대비하죠? 서울에서 사교육 못 받는 애들은 대학 가지 말라는건가요?

 

교육 문제는 진짜 엄청난 전문가가 와도 잘 해결 못하는 분야입니다. 근데 그걸 교육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진짜 70년대 후반에 대학 간게 전부인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으니... 차라리 아이라도 키워봤으면 몰라...

 

지금 학교 현장에서 고통받고 있을 학생들이 불쌍할 따름입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도 학교에선 제대로 된 입시 도움 못 줬는데... 수능까지 망가지면..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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