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 대화를 못하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
한국은 활발한 대인관계가 미덕인 사회입니다. 겉으로는 공부해라, 취업해라를 외치지만 정작 대인관계가 전무하면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회이기도 하죠. 타인과 원활하게 대화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는걸 인정 안하는 느낌이고요.
전 이상하게 어릴 때부터 사람과 대화하고, 만나서 노는 걸 못했습니다. 말더듬이 없던 초등학교 때나, 말더듬이 많이 줄어들었던 고등학교 때나 이상하게 타인과 대화하는게 제일 힘들었고요( 도대체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ㅜㅜ )
항상 누군가가 옆에서 뭐라뭐라 질문을 하고 얘기를 하면 거기에 반응을 해주는 정도였지, 제가 주도해서 말을 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나 싶네요. 그나마 고등학교 땐 어찌저찌 말을 했던 것 같은데, 고등학교 졸업하고 4년 가까이 혼자 있다보니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사실 대인관계를 깊이 추구하지 않는게 저의 가장 큰 문제같기도 합니다. 고등학교 때도 학교 안에서는 반 애들이 뭐 물어보면 알려주고, 대답해줬지만 학교 밖에선 일체 연락을 안 했으니까요. 지나칠 정도로 집에 혼자 있는 걸 좋아했죠. 그 땐 그게 맞는 줄 알고...
원래도 아싸 성향이 정말 심했는데, 요즘은 도가 지나친 느낌입니다.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준비가 전혀 안 됐으니... 말더듬 문제는 일단 미뤄놓더라도, 타인과 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안하는데 꼴에 외로움은 있다는게 참 신기합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도 아니고, sns를 하는 것도 아니고, 요즘 유행을 아는 것도 아니고,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요즘 신곡을 듣는 것도 아니고,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밖에 나가는 것도 아니고...
하는 거라곤 김어준 방송 시청 + 온갖 망상밖에 없으니... 그렇다고 사람을 만나기 위해 지금부터 노력을 하는것도 아닌데, 외로움과 우울증은 느끼고 있다는게 어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진짜 외로우면 사람을 만나기 위한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하던가... 아니면 그냥 지금처럼 살던가... 제가 생각해도 제 자신이 참 이상한 것 같습니다. 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네요.
하루하루 기운 내서 살면 된다고 하지만 그게 참 힘드네요. 이 감정을 잊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하는데 기운도 너무 없고요. 솔직히 이젠 '정상인'인 척 연기하는게 너무 힘들어요. 집에만 콕 박혀 있고 싶네요. 그러면 안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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