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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원망스럽다

문통최고 문통최고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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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난 무교라 신의 존재를 믿지 않지만, 만약 신이 있다면 그에게 신세한탄 좀 하고 싶다. 왜 하필 나란 인간을 이렇게 만들었냐고. 자기비하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된 게 너무 원망스러워서 한마디 하고 싶다. 

 

굳이 정상 / 비정상을 나누자면 비정상에 더 가까웠던 어린 시절의 가정환경( 초등학교 - 중학교 ), 심할 정도의 대인기피, 말을 하면 할수록 도통 나아지지 않는 말더듬과 말막힘, 밖에 도통 나가지 않는 히키코모리, 쓸데없이 잡생각만 많고 취미는 하나도 없는 인생, 하필 소수자 중의 소수자인 성정체성까지...

 

왜 하필 나란 존재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왜 하필 작은 거에도 신경쓰고 스트레스 받는 몸인지 모르겠다. 이젠 엄마 아빠가 큰소리로 나한테 뭐라고 하거나, 술 먹고 티비 보면서 큰소리로 떠드는 것조차 신경쓰인다. 티비에서 이상한 드라마와 예능이 범람하는 것조차 짜증난다. 눈과 뇌가 썩어가는 기분이랄까.

 

이중인격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가끔씩 나한테 크게 소리치는 엄마도 밉다. 하필 나랑 똑같은 성향이라 집돌이 그 자체인 아빠도 밉다( 집 -회사 그 자체인 분이라... 쉬는 날엔 집에서 티비 보는게 전부. 술 먹으면서 ) 그냥 다 원망스럽다.

 

대인기피나 우울증을 극복하려면 자기비하를 안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맞는 말이다. 자기의 가능성을 너무 낮춰보는건 정신질환에 도움이 안되니까. 최대한 자존감을 높이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사는게 정답이라는 걸 머리로는 안다.

 

근데, 그게 실천이 안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객관적으로 생각할수록 나란 인간은 너무 이상하니까. 혼자서라도 꿋꿋하게 잘 살아가는 것도 아니고, 미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 나름의 취미생활을 가진 것도 아니고, 밖에 나가지도 않으니까. 제대로 소리내서 말도 못하는 인간이니까.

 

밖에 나가서 사람들끼리 화목하게 지내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해지고 우울해진다. '도대체 난 어디부터 어떻게 잘못됐길래 저 사람들처럼 못 되는걸까.' 따위의 후회, 걱정, 우울, 불안, 답답함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다. 하긴, 따지고 보면 다 내 업보다. 지금까지 그나마 몇몇 사람들이 만나자고 연락한 걸 매몰차게 거절한건 나니까.

 

소리내서 사람과 제대로 된 대화를 한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하루에 소리내서 말하는게 몇 분이나 되는지 가늠조차 안된다. 소리내서 말하는건 최소한의 질문과 대답만 하고, 혼자서 소리 안내고 말하는것만 몇 년을 한건지 모르겠다. 근데, 왜 나는 혼자서 말할 때조차 더듬냐고. 이것도 짜증나고 원망스럽다. 

 

제대로 논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난다. 남들 한 번씩은 간다는 노래방이나 놀이공원은 안 간지 어느덧 10년이다. 가족 이외의 사람과 영화 본 것도 10년은 된 거 같다. 사람들과 즐겁게 수다 떤 기억은 나질 않는다. 항상 모임에 가면 말더듬 + 대인기피 성향때문에 구석에서 조용히 밥이나 먹었으니까.

 

수영장, 스키장같은 곳은 안 간지 15년은 된 거 같다. 초등학교 때 엄마 아빠랑 같이 간 거 이외엔 저런 곳을 갔던 기억이 없다. 여행은 엄마 아빠랑 몇 번 갔지만, 가족 이외의 인물과 놀러 간 기억은 없다. 하긴 주변에 사람이 없는데 다른 사람이랑 어떻게 여행을 갔겠냐. 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다. 집에서라도 제대로 쉬었나? 그것도 아니다. 

 

혼자라도 가면 되지 않나고? 밖에 나가서 사람들끼리 화목하게 지내는 걸 보면 우울증이 더 심해져서 집 밖에 나가질 못하겠다. 친구는 대학교 방학해서 재밌게 살고 있던데. 난 대체 왜 이러는지.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만 축 늘어져 있는 꼴이라니. 

 

어쩌다 이런 인간이 됐는지 모르겠다. 모든게 우울하고 짜증난다. 이걸 누가 20대의 인생이라고 보겠냐. 꽃다운 나이라는데. 운명같은 사랑을 만난다는데.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는데. 가장 행복할 나이라는데. 근데 난 왜 이런걸까. 

 

진짜 뭐라도 해야 되는데, 아무것도 하기 싫다.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싫다. 병원에 가는 것처럼 누가 강제로 할 일을 제공하지 않는 이상 계속 침대나 책상에 붙어있고 싶다. 

 

하긴, 뭐 어쩌겠나. 내가 이런 인간인걸. 나중에 취업한 이후에 혼자 살면서 고독사나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졸업이나 취업은 어찌저찌 되겠지 뭐. 강제로 해야하는 상황이면 억지로라도 하니까. 그 이후가 문제지만. 

 

 

그냥 속상해서 이런저런 넋두리를 해봤습니다. 이음에 이런 글만 쓰는건 좋은게 아닌데...  아마도 전 이런 상태로 살아갈 운명인가봐요. 뭐 어쩌겠어요. 죽지 않고 무사히 인생을 살아가길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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