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더듬의 가장 큰 문제점
바로 '말을 소리내서 안 하는 버릇'이 생긴다는 겁니다( 한풀이 좀 할게요..ㅜㅜ 너무 답답해서...ㅠㅠ ) 대신 소리 안 내고 혼잣말하는 버릇이 생깁니다. 그 혼잣말을 소리내서 말하면 안되냐고요?
그러면 말더듬과 말막힘이 시작됩니다. 참 뭣같은 일이죠. 소리 안내고 혼잣말 할 때는 그래도 좀 유려하게 말이 나오는데 그걸 밖으로 표현하면 말더듬이 시작된다는게.
이런 식의 인생을 오랫동안 살다보면 큰 문제점이 생깁니다. 사람과 대화를 못하는거죠.. 아니, 더 정확히는 '내 요구사항을 말로 명료하게 전달하는 경험'을 못하게 됩니다. 필요한 내용이 있어도 말을 또박또박 못하고 그냥 참거나, 아니면 가끔씩 곧바로 욱하는 성질이 나옵니다. 이게 제일 큰 문제에요. 대인관계가 아예 불가능한 지경에 다다른거죠.
말더듬을 겪는 사람들이 단순히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라 말을 안하는 것 같죠? 절대 아닙니다. 누구보다 말하고 싶고 대화하고 싶은 사람들 투성이에요. 근데 대화를 시도하면 말이 안 나와서 버벅대는 경험을 너무 많이 하다보니 그냥 대화를 포기해버린 겁니다.
말더듬이나 말막힘은 그래도 대화를 많이 해보면, 즉 내가 소리내서 말을 많이 하다보면 그래도 좀 좋아집니다. 근데 모종의 계기로 몇 년 동안 소리내서 말을 안 했다면? 상태가 급격하게 안 좋아집니다. 저는 현재 후자의 상태고요. 재수 - 코로나 - 코로나 - 휴학 및 집콕을 겪다보니 뭔 말을 못하겠어요.
가뜩이나 아싸 중의 아싸라 이전에도 사람과 대화를 잘 못했는데...(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때에도 주변에서 누가 질문을 해야 대답을 했지, 내가 먼저 뭘 물어본 기억은 없네요 ) 그래도 그 때는 애들이 뭐 물어보면 설명도 해 주고 그랬는데... 지금은 하루에 소리내서 말한거 다 합치면 5분은 말하나?
맨날 집에만 있고, 엄마 아빠가 뭐 물어보면 간단히 대답하는게 전부라 대화 능력과 대인관계 능력이 유아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어찌보면 유아보다도 못 하겠네요. 애들은 자기가 필요한거 또박또박 말하니까.
말더듬이 이렇게 심해진 상태인데, 설상가상으로 전 원래 다른 사람에게 잘 다가가지 못합니다. 인간관계 쌓기 참 힘들고 피곤한 스타일이거든요. 다른 사람에게 먼저 연락해서 만나자고 한다거나, 먼저 다가가서 말을 못합니다.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심지어 그게 가족이어도.
이러니까 고등학교 때 학교 안에선 뭐 그럭저럭 지냈는데 정작 따로 연락하는 친구는 한 명도 없는 괴상한 상태가 됐던 겁니다. 일부러 피하기도 했고요. 공부에 방해되고 쉬는 날 밖에 나가기 귀찮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로.
전 이런 사람입니다. 이젠 대인기피증까지 생긴 것 같아요. 사람과 만나서 소리내서 말하는게 너무 무섭고 두렵거든요. 근데 뭐 어쩌겠어요. 다 제 업보인데. 그러니까 누가 고등학교 때 다른 애들한테 연락 안하고 집에서 혼자 있으래? 진짜 그 땐 왜 그렇게 살았는지. 근데 다시 돌아가도 애들이랑 무슨 얘기를 하면서 놀아야 하나 고민되긴 합니다.
외로움과 고독한 삶을 스스로가 선택했으니 책임져야죠. 아마도 전 이런 식으로 살 운명인가 봅니다. 사람은 못 만나고, 만나기 싫고 귀찮은데 뭔가 한없이 우울한 상태. 혼자 사는게 익숙하면서도 불편한 상태. 잡생각만 가득하고 망상만 가득한 상태.
그냥 뭐 그렇다고요. 어디 풀 곳이 없어서 적어본 넋두리였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저란 인간은 참 이상한 존재같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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