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생각하는 수능 제도의 가장 큰 폐해

많은 사람들의 수능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어떻게 지금까지 공부한 내용을 하루 안에 평가할 수 있냐, 하루 시험 잘 본거로 평생 좋은 학벌 가지는게 말이 되냐 등등 여러가지 말이 나오죠. 모두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수능의 문제점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수능 신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이죠. 소위 말하는 '개천에서 용 난' 사례가 가끔씩 나오고, 그걸 학생들에게 주입시킵니다. 그러면서 마치 누구나 조금만 노력하면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게 제일 큰 문제에요.

 

이러한 수능 신화를 제일 부추기는 건 역시 수능 강사들입니다. 한국의 과한 교육열과 수능제도의 가장 큰 혜택을 보는 분들인지라 수능만큼 공정하고 정의로운 시험은 없다며 떵떵거립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공부를 안 했어도 누구나 고3 1년만 빡세게 준비하면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고 거짓말을 하죠. 실제로는 아닌데.

 

선행학습은 필요없다. 그런거 안 해도 고3 때 수능 공부 충분히 잘 할 수 있다. 수능 강사들이 주구장창 주장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면서 대치동의 과한 교육열을 지적하죠. 마치 자기가 교육 전문가라도 된 것처럼. 실제로는 전혀 아닌데.

 

오히려 어릴 때부터 선행학습을 지속적으로 하고, 어릴 때부터 공부 습관이 잡혀 있어야 고3 때 수능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는거라고요. 생각해보시면, 고2 때까지 공교육만 겨우 따라가던 사람이 고3 때 갑자기 하루 10시간씩 수능 공부를 할 수 있겠어요? 못 합니다. 

 

이미 어릴 때부터 국영수에 대한 기본적인 선행학습은 되어 있어야 고3 때 수능 강의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거라고요. 더 나아가서 특목고를 다니냐 안 다니냐, 무슨 지역에 사냐, 부모가 자식의 대입을 위해 어디까지 지원해줄 수 있냐, 자식이 수능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이냐 등등 다양한 요소가 대입에 영향을 미칩니다.

 

근데 수능 제도는 마치 이 모든 외부변수를 무시하고 '너만 1년 동안 죽어라 공부하면 충분히 좋은 대학 갈 수 있어!'라고 외치는 기분입니다.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능력주의와 학벌주의, 계급주의를 심화시키죠. 수능이 좋은 제도라고 말할수록 역으로 많은 학생들에게 '좋은 대학을 못 간건 100% 니 책임'이라고 외치는 꼴인데, 그걸 모르나 봅니다.

 

물론, '수능이 이렇게 문제가 많은 제도이니 '킬러문제'를 없애서 개혁하자!'라고 말하는건 진짜 바보같은 짓입니다. 진짜 진짜 바보가 할 법한 말이에요. 그것보다는 고등학교 때부터 서열이 생겨버린 현실, 주요 대학 학종은 특목고가 싹쓸이하고 있는 현실, 노력한다고 모두가 좋은 대학에 갈 수 없는 현실을 지적해야죠. 

 

주요 인강 프리패스 끊어줬으니 된거 아니냐? 독서실 끊어 줬으니 됐잖아? 좋은 대학 못 간건 전부 니 탓이야!라고 말할 게 아니라고요.

 

그리고, 인서울을 '당연한 거'로 취급하는 문화도 바뀌어야 합니다. 인서울 대학, 소위 말하는 급 낮은 인서울까지 싹싹 긁어모아야 상위 20%에요.

 

어른들이 말하는 서울의 좋은 대학,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대학 갈려면 상위 10% 언저리엔 들어야 해요... 인서울이 만만한게 아니라고요. 인서울 정도는 해야지가 아니라, 인서울 했으면 엄청 잘한거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그리고, 지방 4년제 대학 맨날 무시하는데 거기가 진짜 평균이에요.

 

공부를 못해서 지방 4년제에 가는게 아니라, 고등학교 3년을 성실하게 보낸 사람들이 지방 4년제에 간다고요. 수능 제도가 확산되면서 인서울이 평균이고, 조금 공부 잘하면 중경외시, 공부를 더 잘하면 sky를 간다는 이상한 인식이 생겼는데, 이것도 큰 문제입니다.

 

'누구가 조금만 노력하면 수능을 통해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라는 잘못된 믿음이 이제는 좀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대학 갈려면 엄청나게 많은 비용과, 노력과, 환경과 운이 필요하다고요. 학생들에게 무슨 인식을 심어주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