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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정서적으로 학대하고 있다

문통최고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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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인간이 되려면 학창시절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많은 경험을 하고,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책도 많이 읽어보고, 사람도 많이 만나봐야 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아닌 사람도 있나 봅니다. 사회에서 어른들이 '바람직한 10대의 모습'으로 얘기하는 걸 보면 진짜 기가 찰 때가 많아요.

 

'하루 9-10시간씩 1년 동안 열심히 수능 공부를 해 봐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무슨 인생을 살든 좋은 인생을 살 수 있다' 한 수능 1타 강사가 한 말입니다. 어른들이 10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잘 알려주는 상징적인 문장이라고 생각해요. 

 

'애들은 공부나 해라. 뭘 취미 생활을 하고, 경험을 하고, 사람을 만나냐. 그냥 독서실에 죽치고 앉아서 국영수 공부나 하는게 인생에 도움되는거야~'라고 외치는 느낌입니다. 그러면서 세상에 대해 온갖 부정적인 얘기는 쏟아냅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직업이 사라지고~ 저출산이 가장 큰 문제고~ 같은 말들이요. 

 

'애들은 공부나 하고, 사회에 대해선 어른들이 얘기해주는게 정답이니까 그냥 받아들여.' '힘들긴 뭐가 힘들어? 니 나이 때가 제일 좋은건데. 애들이 스트레스는 무슨 스트레스.' '애들이 공부를 해야지 뭔 연애를 하고, 취미생활을 하고,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에휴'같은 말들이 너무 많이 나옵니다. 

 

어른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10대란 무엇일까요? 어릴 때부터 부모와 주변 어른들이 하는 말을 모두 귀담아 듣고( 예를 들면 교복도 안 줄이고, 화장도 안 하고, 연애도 안 하고, 얌전하게 집에만 있고 등등), 평소에는 공부만 죽어라 하고, 어른들이 좋아할 법한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 뒤, 얌전하게 대학에 진학하는 걸까요? 

 

그렇게 20대가 되면 좋은 인간이 되는 걸까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법도 제대로 모르고,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부모와 주변 어른들이 바라는 인생을 살면 되는걸까요? 제대로 10대 시절을 보내지 않았는데 좋은 대학을 나오고, 괜찮은 직업을 가진게 무슨 소용이죠? 

 

사람과 관계맺는 법에 대해서 모르는 채로 남은 인생을 살라는건가요? 10대 시절을 저렇게 보내라고 말해놓고선, 취업한 청년들에게는 '마땅히 이성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라고 말하나요? 진짜 양심이 없는건가? 

 

어른들이 아이들에 대해서 지나치게 권위적으로 대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애초에 이상한 스타일의 교복을 몇 년 동안 입히는게 문제인데 교복을 줄이지 말라고 말한다거나, 한창 꾸미고 싶을 나이인데 화장하지 말라고 한다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연애하지 말라고 한다거나, 좋아하는 분야가 생겼는데 그거 하지 말고 공부나 하라고 재촉한다거나 같은 일이요. 

 

20대야 투표권이 있으니 억지로라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데, 10대는 진짜 아무 관심을 못 받네요. 교육이 중요하다고 그렇게 외치는 사람들이, 저출산이 문제라고 그렇게 외치는 인간들이 왜 정작 지금 태어나서 살고 있는 애들한테는 관심을 안 갖는지.

 

애들이 더 안 태어난다고 뭐라 할게 아니라, 지금 태어난 애들한테라도 좀 집중합시다. 요즘 애들 이상하다고 외칠게 아니라, 왜 요즘 애들이 이렇게 되었는지 어른들부터 돌아봤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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