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랑 손 잡고 걷고 싶다
모르겠다. 분명 통계상으론 연애하는 비율이 점점 줄어드는데, 왜 밖에만 나가면 손 잡고 걸어다니는 커플들만 보이는걸까.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내가 지금 상태가 이상해서 커플이 많아 보이는걸까?
이 망할 놈의 우울증은 왜 틈만 나면 심해지는건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어거지로 버텨왔던 감정들이 호르몬 치료 이후 한 번에 와르르 몰려오는 기분이다. 대체 난 언제까지 혼자 우울해하면서 연애하는 망상이나 해야 할까.
근데 손에 다한증이 있어서 손을 잡을수는 있을까? 생각해보면 내 손에 땀이 너무 많긴하네. 하여튼 도움 안 되는 몸이야. 우울하고 또 우울한 기분이 가끔씩 계속 이어진다. 끝도 없는 우울이란 이런 느낌이 아닐까?
누굴 만나고 싶어도 이젠 용기도 안 생기고,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만나더라도 도저히 여자랑 손 잡는 상상은 안되고... 여러모로 답답한 상황이다.
지금 상황에서 같이 밖에 나가주는 사람은 엄마밖에 없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늘 그랬다. 난 이상할 정도로 친구를 안 사귀고 엄마랑만 계속 밖에 다녔다. 지금도 같이 밖에서 밥 먹거나 영화 보는 사람은 엄마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걸까. 이제는 '그냥 엄마랑 손 잡고 다닐까?'라는 생각까지 든다. 근데 지금까지 밖에 잘 나가지도 않던 아들이 갑자기 엄마랑 손 잡고 어디 놀러가자고 하면 엄마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밖에서 엄마랑 손잡고 다니면 왠지 사람들이 쳐다볼 거 같기도 하고...
드디어 미쳤나보다. 이젠 별 생각이 다 드네. 역시 말 못하는 아싸로 사는건 참 힘들다.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