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환경 자체를 개선해야 되는데

신규 공무원의 퇴직율이 높다고만 기사를 쓰면 뭐 어떡합니까... 기자들아... 그래서 뭐 어떡하라고. 정작 한국에서 공무원이면 굉장히 좋은 직업에 속하는데. 여전히. 신규 공무원의 퇴사 문제를 마치 '공무원이 유달리 노동환경이 안 좋구나.'라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솔직히 청년 노동자들 대부분은 공무원보다 못한 대우를 받으면서 일하고 있거든요.

그럼 신규 공무원의 퇴직율은 어떻게 봐야할까요? 그냥 한국의 노동환경 자체가 안 좋은겁니다. 지나칠 정도로 월급은 낮고, 노동강도는 세고, 권한은 없는데 책임은 가득하고, 직군에 따라 악성민원이 가득한데 신규직원이 모두 떠안아야 하고... 이게 공무원 사회에서만 벌어지나요?

아닙니다. 다른 기업들은 더 심해요. 중소기업 경우엔 아직도 월급 밀리고, 최저시급 안 지키고, 4대 보험 가입 안되고, 상사가 폭언이나 성희롱하는 곳도 가득하니까요. 월급이요? 공무원이 유달리 적은게 아닙니다. 다른 청년 노동자들도 다 비슷해요. 그만큼 우리 사회가 청년들을, 더 나아가서 노동자들을 지나치게 싼 값에 부리고 있는 겁니다.

그럼 신규공무원 퇴직율은 뭐냐? 거기에만 초점을 맞춘거죠. 왜냐고요? '공무원'이니까요. 지들 멋대로 신의 직장이니 뭐니 이름 붙여놨는데 신규공무원이 우루루 그만둔다고 하니까 좋다고 기사 쓰는거죠. '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나약하나' 식의 꼰대짓하기에도 딱 좋고요. 언론이 원하는 것만 바라봐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한국의 노동환경 자체가 문제에요. 물론 공무원 사회만의 문제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다른 곳에서 일하는 청년 노동자에게도 적용되는 문제입니다. 업무강도는 높은데 월급은 적고, 권한은 없는데 책임은 가득한거. 대부분 이렇잖아요? 이런 문제를 지적해야 되는데 왜 '신규공무원 퇴직율이 높다!'에서만 기사가 끝나냐고요. 

공무원이 별로라고 엄청 기사 나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9급공무원 정도면 한국에서 굉장히 좋은 직업에 속합니다. 그게 한국 노동계의 불행이죠. 저렇게 일 많이하고 월급 적은 곳이 꽤 나은 곳이라니.  왜 청년들이 몇 년 전부터 계속 공무원 시험을 보는건지 그 이유를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공시 응시율이 떨어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축에 속하거든요.  

+)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공무원 시험을 보는 젊은 층이 많이 줄어든 것은 기업에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여를 많이 올리고 워라밸 중심으로 문화를 바꾸려는 혁신이 있었던 반면 공공 부문에서는 그러한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인센티브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사회 초년생들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급여를 개선하고 그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적 동의를 얻는 작업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은 급여를 많이 올리고 워라밸 중심으로 문화를 바꾸려는 혁신을 했다...? ...? 뭐지? 멀티버스 속 기업인가? 공무원의 월급을 올려야 한다. 그래도 맞는 말을 하긴 하는데... 안됩니다. 한국에서 공무원을 바라보는 인식은 '책임은 가득해야 하지만 받는 혜택은 쥐꼬리같아야 한다'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니까요. 

최저임금 올린거로도 나라 망한다고 염병을 떨었는데 공무원 월급 인상? 나라 곳간 거덜난다고 보수 언론에서 먼저 난리칠겁니다. '드디어 한국 베네수엘라 되었다' 이딴 말이 나돌거고요. 할거면 최저임금부터 인상하라고요. 공무원만 월급 적은 것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