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가기
  • 아래로
  • 위로
  • 목록
  • 댓글
정치

군대 내 동성애 문제에 대하여

문통최고 59

4

1

동성애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예토전생처럼 소환되는 사건이 있다. 바로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가 했던 동성애 반대 발언이다. 이 때 앞 뒤 맥락 다 짜르고 마치 문후보가 동성애 반대하는 것처럼 알려져서 지금까지 문통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여튼 홍준표는 이때나 지금이나 마음에 안든다.

 

정확한 맥락은 사실 이렇다. 홍준표가 문후보에게 군대 내 동성애는 합법인지 불법인지 묻는다. 당연히 문후보는 현행법에 근거에 불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홍준표는 바로 동성애가 되냐 안되냐를 질문하고, 문후보는 앞서 말한 군대 내 동성애를 물어보는 줄 알고 '안되죠'라고 답한거다. 

 

문통은 현행법에 기초해서 답변을 했다. 현행 형법상 군인끼리 항문성교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지금은 세상이 쬐끔 좋아져서 '사적공간에서 당사자들끼리 합의한 항문성교는 처벌하지 않는다'라는 조항이 대법원 판례와 법무부 해석으로 나왔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반대였다. 

 

상황 불문, 이유 불문, 장소 불문 아무튼 군인끼리 항문성교했으면 처벌했다. 사적공간에서 군인끼리 사랑을 나눈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죄였다. 군인끼리 사랑을 한다는 죄로 감옥에 보내던 세상이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지금은 대법원이 어떤 사건에서 무죄 취지로 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을 해서 이게 사라졌다 )

 

자, 그러면 문통이 후보 시절에 했던 군대 동성애 금지 발언은 어떻게 봐야할까? 진보 사상에 입각해서 보면 분명히 비판받을 발언이다. 명색히 진보 후보라는 사람이 군대 내 동성애를 없애거나,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는 커녕 아무렇지 않게 '안되죠'라고 말했으니. 문후보의 저 발언을 두고 비판할 사람은 비판해도 된다.

 

하지만, 문후보가 저 상황에서 '군대 내 동성애는 현재는 불법이지만 잘못된 법 조항이고, 언젠가는 없어져야 될 조항이라고 생각합니다. 군인끼리도 사랑을 나눌 수 있죠'라고 말했다고 생각해보라. 과연 문후보가 집권을 할 수 있었을까? 민주당 지지자 중 다수인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사회문화적으로는 보수'인 사람들이 안철수한테 가지 않았을까? 

 

군대 내 동성애를 원천 금지하는 저 법률은 명백히 잘못됐다. 언젠가는 사라져야될 법률이고, 이미 몇몇 서구권에서는 없어졌다. 하지만, 한국에선 이 법률을 주류 정치인이나 법조계가 바꿀 수 없다. 헌재도 저 조항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으니까. 문통이 개인적으로 군대 내 동성애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설령 저 법률에 대해 '폐지' 의견을 갖고 있었어도 실행하지 못했다. 

 

왜 그럴까? 간단하다. 한국 사회가 '남자 동성애'에 대해서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국가이기 때문이다. 군인끼리 사랑하는거 말고, 그냥 남자들끼리 사랑을 나누거나 퀴어축제하는 것도 난리치는 사회인데 군대 내 동성애 금지 법률 폐지? 군인끼리 성관계해도 괜찮다? 아마 지금 상태의 한국 사회에선 난리날거다. 

 

차별금지법. 공공기관에서 각종 이유로 차별하지 말자는 법안. 이 법안조차도 미친듯이 반대하는게 한국의 보수세력이다. 차별금지법 통과되면 소아성애도 존중받을거고, 동성애자들이 아무렇지 않게 군대에서 다른 남자들이랑 샤워할거다. 이딴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사회이다. 

 

차별금지법조차도 민주당에서 통과 못 시킨다. 오죽하면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이재명 대표조차 '21대 국회에선 통과 안 시킬게요'라고 한 발 물러났을까. 그 정도로 대한민국은 보수적인 국가이다. 근데 이 상황에서 군대 동성애 아예 합법화? 가능할리가 없다. 

 

바다 건너 영국에선 무려 '보수당 총리'가 과거 영국군에 존재했던 군인 동성애 처벌법 때문에 고통받은 사람들에게 사과를 했다. 그 말 많고 탈 많다는 현재 보수당 총리가. 나도 한국 사회가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 보수 정치인이지만 적어도 동성애 혐오 발언은 안 했으면 좋겠다. 

 

나도 한국사회에서 동성결혼 합법화, 동성부부 입양 합법화가 하루빨리 시행됐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아닌 차별금지법은 민주당이 휘리릭 통과시켰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 상태에선 불가능하다. 사회 자체가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권위적인데 어떤 정치인들이 용기있게 동성애자들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겠나. 당장 투표가 코 앞인데.

 

문 후보가 2017년 대선 기간에 했던 저 발언을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동성애자들의 권리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애꿎은 민주당만 욕하지말고, 당신 주변에 있는 호모포비아부터 설득시켜라. 그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혐오 의식이 사라져야 민주당이 개혁법안을 만들 수 있으니까.

신고공유스크랩
1
profile image
음 전 생각이 좀 다른데 말만 그랬으면 몰라도 실제 행동으로도 사회의 보수성을 이유로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해 노력한게 없으면 보수로 봐야하지 않나요
23.08.14. 02:22
댓글 등록
취소 댓글 등록

cmt alert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삭제하시겠습니까?

목록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