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팅팅 부었네
하긴 어제 그렇게 울어댔으니... 직렬 바꿀려면 엄마한테 저런 말 한 번은 들어야 되니까.. 그걸 어제 들었다고 생각해야지 뭐. 근데 직렬 바꾸는 얘기 했다고 과거 얘기까지 다 끄집어내서 혼내는건 좀... 이게 그렇게까지 혼날 일인가.
가끔 보면 내가 그렇게 큰 잘못을 했나라는 생각이 든다. 난 나름대로 인생을 열심히 살아온거 같은데, 중간에 조금 뒤쳐지고 방황했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엄마한테 몹쓸 말을 들어야 하는걸까?
세상에 내 편 하나 없다는 생각만 자꾸 든다. 고작 직렬 바꾸는 것도 ( 그것도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닌 ) 엄마한테 이런 말을 들었는데, 더 한 고민을 어떻게 얘기하겠나. 말더듬과 아싸 성격 때문에 힘든거, 성정체성이 동성인지 양성인지 헷갈리는거 이런걸 어떻게 얘기하겠냐고.
철이 너무 빨리 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때 다른 애들은 연애 고민, 주말에 놀러갈 장소 고민같은 거 할 때 나만 대학, 진로, 취업 고민으로 머리 아팠으니까.
왜 그랬냐고? 왜 그러긴. 맨날 아빠는 우리 아들만 믿는다 그러고, 집에 돈 없다 퇴직하고 먹고 살 거 없다만 반복했으니. 이런 상황인데 내가 다 팽개치고 놀 수 있었겠냐고. 누구보다 얌전하게 공부만 했는데.
정작 그 나이 때에 했어야 할 고민, 방황, 친구관계 등등은 하나도 못 한 채 어른이 되었는데. 왜 이런 상황은 엄마아빠조차도 몰라주는걸까. 내가 어릴 때부터 얼마나 취업으로 머리가 아팠는지 알긴 알까?
하긴, 직렬 바꾸고 싶다는 고민을 엄마한테 얘기한게 잘못이지. 대충 좋게좋게 넘어갈 거라고 예측한 내 잘못이지. 이러니까 내가 고민을 말 못하는거라고. 무슨 말만 하면 내 성격, 행동, 과거에 있었던 일까지 다 끄집어내서 나만 나쁘고 이상한 놈으로 만드는데 무슨 고민을 얘기하겠어.
호르몬 맞은게 다행같다. 왠만하면 여자랑 결혼 못하니까. 이런 집안에 누구를 데려온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에게 엄청난 민폐와 실례를 끼치는 것 같다. 그냥 나 혼자 꾸역꾸역 살아가야지.
그나마 기숙사에 와서 엄마나 아빠가 하는 말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었는데, 어제 고민상담 좀 했다고 들을 말 못 들을 말 전부 들은 것 같다. 내가 그렇게 이상한가? 그런가보다. 이상한 놈으로 보이나 보다.
힘들 때 옆에서 괜찮다고 위로 좀 해주면 좋으련만. 주위에 그럴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원. 에휴.


이래놓고 한 쪽에선 20대를 보고 많은 도전을 해라, 많이 방황하고 실패해야 한다 따위의 얘기를 한다는게... 대체 뭘 바라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위로해주는 사람이 없을 때 강한 서러움이 느껴지죠..
항상 응원 드린다는 이야기를 드리지만
더더욱 응원 드립니다 문통최고님!

cmt ale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