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힘든 사람을 보며 기운을 차려야 하나?
엄마가 화낼 때마다 꼭 나한테 하는 말이 있다. '알바하고 혼자 돈 벌면서 대학 다니는 애들도 있는데. 넌 복받은 줄 알아야지. 행복하게 살고 있으면서.'라는 말. 내가 힘들고 고민이 있다고 가끔씩 말할 때마다 그걸 단칼에 잘라내는 대답이다.
뭐 어떡하라는걸까? '나보다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도 있으니 너의 고민과 힘듦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일까? 편하게 사는 주제에 징징대지 말라는 소리일까? 난 힘들 자격도 없는건가? 고민도 못하나?( 근데 왜 저 말이 공무원 직렬 바꿀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는 질문에서 나온걸까... )
가만 보면 우리는 타인의 힘듦과 아픔에 대해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만약 진짜로 힘든 사람이 힘들다고 얘기하면? 엄마말대로 혼자 알바하고 돈 벌면서 힘들게 대학 다니는 사람이 힘들다고 말하면 과연 그 사람을 따뜻하게 위로해 줄까?
' 다 그렇게 사는거지. 너만 힘드냐? 다 힘들지. 애도 아니고 징징대긴' 이라는 대답이 돌아오진 않을까? 진짜 힘든 사람이 힘들다고 말해도 무시하고, 소위 '객관적으로 힘들지 않은' 사람이 힘들다고 말하면 '진짜 힘든 사람'과 비교하면서 무시하고. 뭐 어쩌라는건지 모르겠다.
역시 고등학교 졸업하고 9급이나 보는게 정답이었나 보다. 맨날 돈 없다고 난리치는데 뭣하러 대학에 왔을까. 9급이든 아니든 대충 아무데나 취업해서 돈이나 벌었어야 했는데. 다 내 잘못인가 보다.
괜히 호르몬 맞는다고 난리쳐서 군대도 못하고( 군대 얘기 아직도 엄마가 한다.... ), 괜히 쓸데없이 휴학해서 시간이나 버리고, 대충 아무데나 취업하면 될 것을 쓸데없이 고민이나 하고. 다 내 잘못이다. 쉬는 날엔 맨날 집에만 있고, 친구도 없고, 성격도 이상한것도 문제다. 다 내가 잘못했나 보다.
또 울게 되네. 누군 이러고 싶어서 이러냐고. 나도 평범하게 사람들이랑 관계 맺고, 놀러다니고, 이성이랑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싶었다고. 나도 그냥 한번에 대학 가서 대충 아무 공시나 보고 싶었다고. 근데 그게 안된 걸 나보고 어떡하라고.
진짜 내 기준에선 나름 열심히 살고 있는건데. 아직도 어디가서 주문할 때 말이 안 나와서 답답한데. 나중에 어디에 취업하든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어떻게 엄마 아빠 부양해야 하나 미칠 것 같은데( 국민연금 나오기 전까진 어떻게든 내가 부양해야 하니까 ) 왜 다 내 탓으로만 돌리는지.
짜증나고 힘들고 우울하다. 누구보다 평범하게 살고 싶고, 남들처럼 살고 싶은데 왜 그게 안되는걸까. 진짜 공시 직렬 바꿀지 말지 고민된다고 말한게 그리 큰 잘못이었나? 고민된다고 말도 못하나? 언제는 갑자기 통보하지 말고 미리 말하라며?
한번에 완벽한 인생을 살아야 만족할 건가 보다. 대학도 한번에 가고, 취업도 방황하는거 없이 한 번에 딱 하고, 밖에서 사람도 만나고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갖고, 취미 생활도 하고 그래야 하나 보다.
그런가 보다. 난 조금도 방황하면 안되나보다. 집안에 돈도 없는데 괜히 돈이나 축내는 놈이 되었나 보다.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이고 고집센 놈이 되었나보다. 다 내 탓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