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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너무 상황이 좋을 때 시사에 입문했나봐요

문통최고 문통최고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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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시사에 입문한게 2016년 총선, 제대로 관심을 가진게 2016년 박근헤 탄핵 시즌이니까요. 제가 첫 시사에 입문해서 본 광경은 정의가 승리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였습니다. 

 

잘못한 사람은 대통령이어도 쫓겨나고, 수사를 받고, 감옥에 가고, 제대로 된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서 사회를 개혁하는 모습만 쭈욱 봤으니 지금 상황이 더 힘들긴 합니다. 지금은 정반대니까요.

 

그래도 전 기억합니다. 2017년 3월 9일, 제발 박근혜 탄핵되야 하는데를 외치며 잠들던 그날을. 다음 날인 3월 10일, 하필 탄핵 선고 되는 시간에 체육이라 상황을 몰라 조마조마했던 기분을. 바로 다음 시간에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셔서 '탄핵은 8대 0 만장일치로 통과되었습니다'를 말해주셨을 때 반 애들 전부가 환호했던 그 풍경을.

 

 2018년 4월 27일,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만나던 그 날을. 그 때 고3이었는데 동아시아사 선생님이 들어오시더니 '역사적인 날이야'라고 하시며 수업 안하고 한 시간 내내 뉴스특보만 본 그 풍경을. 그 때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악수할 때 반 애들이 '오오'하던 풍경을.

 

2018년 9월 19일. 남한의 가수들이 북한에 가서 공연을 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시민들 앞에서 연설하던 그 풍경을. 전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3년 내내 분노와 짜증으로 가득했던 삶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뉴스와 시사방송을 보며 힐링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땐 진짜 왠만한 예능 보는 것보다 뉴스 보는게 재밌었으니까요.

 

좋은 시절은 빨리 간다는 말이 있더군요. 손석희의 앵커브리핑을 들으며 감탄했던 날도, 문통이 집권해서 온갖 개혁정책을 펼치던 날도, 남북이 화해 분위기로 바뀌는 걸 보며 즐거워했던 날도, 다 한 순간의 꿈같습니다. 

 

그러고보면 전진은 드럽게 힘든데 후진은 너무 빠른게 정치같습니다. 문통 5년을 겪으면서 이제 우리 사회도 꿇리지 않는 선진국이 됐다고 좋아했는데, 어쩜 이렇게 급속도로 후퇴하는지... 문통 때 민주당을 보면서 '드디어 민주당이 옛날 버릇을 버렸구나'라고 좋아했는데, 왜 지금은 다시 그 때 그 모습으로 돌아간건지...

 

굉장히 허망하고 씁쓸합니다. 고등학교 때 누구보다 뉴스 많이 봤고, 볼 때마다 야당의 뻘짓엔 분노했을 지언정 정부여당의 행동 때문에 분노하진 않았는데... 언젠가 그 때처럼 좋은 날이 올거라 믿고, 잠시 정치에서 멀어져야겠습니다. 일단 지금은 현생에 집중하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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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잊지마시고 현생에 집중하는 것도 좋아요
23.09.2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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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통최고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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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sugar
투표는 해야죠. 물론 제 지역구는 민주당 우세 지역이긴 합니다만...
23.09.2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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