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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내가 퀴어라는 걸 사람들이 모르잖아요. 그게 바로 차별이에요

문통최고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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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노동자 희정이 쓴 논픽션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2030' 성소수자 노동자 20명을 인터뷰한 책에서 이들은 직장에서 불이익을 겪지 않기 위해 '패싱'(passing)이라는 전략을 쓴다. '패싱'이란 '어떤 사람을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으로 여기게끔 외양과 행동을 위장하는 일'이다. 한마디로 퀴어로서는, 이성애 규범의 사회에서 '평범'한 척, 행세하는 일이다.

 

퀴어축제 관련 행사가 서울시에 네 번이나 거푸 거부당했다. 3월에는 퀴어퍼레이드를 위한 서울광장 사용 불허, 4월에는 기념강연회 대관 신청 반려, 토론회 대관 취소, 강연회 장소 대관 불허가 이어졌다. 한편 '학생이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는 충남과 서울에서 연이어 폐지됐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공공 도서관과 교육청 등에 '동성애 조장' 등을 이유로 성평등 도서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고, 이에 경기 지역 학교들이 1년 간 2500권의 책을 폐기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쯤하면 퀴어라는 존재 자체에 '불허', '반려', '취소' 딱지가 붙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급기야는 퀴어를 '권력을 가진 다수'로 일컫고 '반 동성애 세력' 스스로를 소수자로 위치짓는 프레임마저 생겨났다. 보수 기독교계에서 자주 쓰는 표현 가운데 '성 독재'가 있다. 일련의 성소수자들로 말미암아 "자유민주주의의 기초인 양심과 신앙에 따라 반대할 자유를 박탈하는 성 독재"가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독재'의 사전적 정의는 '특정한 개인, 단체, 계급, 당파 따위가 어떤 분야에서 모든 권력을 차지하여 모든 일을 독단으로 처리함'이다. 성소수자들은 권력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존재'를 반대할 자유란 없다. 그러나 존재를 반대할 자유, 달리 말해 '혐오'라 불리는 일이 학교에서 광장까지 성소수자들의 전 생애에 걸쳐 자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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