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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우리 역사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

문통최고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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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애초에 국힘 의원이 조선에 대해 망언하는 세상에서 너무 큰 바람같다만. 뭐라 했더라? 조선이 망한건 일본 때문이 아니었나였나? 대한민국 의원이 한국 역사에 대해 이런 망언을 하는 세상에서 시민들에게 너무 과한 요구를 바라는 것 같다만. 그래도, 우리 역사에 대해 조금 진지하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커뮤를 보면 맨날 나오는게 있다. '영국이 지하철 개통할 때 우린 뭐했냐' 진짜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5-6년 내내 커뮤에서 본 것 같다. 더 나아가면 미국의 비행기, 전투기 사진 올리면서 미국 역사를 칭송하고 우리 역사를 비하하는 글들도 많이 보인다. 애초에 왜 한국인이 미국 국방력 갖고 자부심을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국방력이면 또 몰라 )

 

오랜만에 학교에서 역사 수업을 듣다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이래서 인문학 수업은 대학에서 들어야하나보다. 윤석열이 말했던 '인문학은 소수만 공부해도 된다'가 얼마나 멍청한 생각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거든. 생각의 폭을 넓히고, 시야를 넓히는게 인문학 수업의 목적이니까.

 

오늘은 학교에서 19세기 조선 사회에 대해 공부했다. 19세기 우리 역사는 긍정적으로만 분석할 수 없다. 정치는 세도정치로 망가졌고, 대외관계는 서세동점의 위기였으며, 내부에서도 여러 문제가 터져나왔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우리는 조선이 망하고 일제강점기로 들어간다. 

 

이런 역사적 맥락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어차피 망할 나라였다. 일본이 없었어도 망할 나라였다라고 생각하면 되는걸까? 그게 우리 역사가 주는 교훈일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19세기는 분명히 조선 사회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여러 변화가 일어났다.

 

신분제는 동요하고, 새로운 사상이 나왔으며, 새로운 문화가 도래하던 시기였다. 기존의 신분질서가 동요하면서 중인 신분의 사람들이 지위상승을 노리던 시기였다. 중인들이 누구인가? 역관, 의관, 율관 등 지금으로 치면 전문직 직종의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주요 관직 진출을 시도하고, 모임을 가지던 시기가 19세기였다.

 

상업이 발전하고, 사회가 변하던 시기가 19세기였다. 즉, 정치는 세도정치로 망가졌더라도 사회나 경제적으론 변화의 바람이 불고있었다는 뜻이다. 19세기 조선 역사에서 우리가 배울 건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정치가 제대로 읽지 못하고,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치가 사회의 모든 발전을 이끌 순 없으나, 중요 시점에서 물꼬를 틀 수는 있다. 세도정치는 이점을 못했다. 우리는 이걸 배워야 하는 것이다.

 

'사회가 변하고, 사람들 인식이 변하는 상황에서 정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지금 현재에도 통용되는 질문이다. 정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정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런 것을 과거 우리 역사에서 끌어내야지 단순히 '영국은 지하철 만들었는데 우린 뭐했어? 에휴 그러니까 망했지'라고 평가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하나 더, 위에서도 말했지만 19세기는 중인 신분의 성장과 동요가 두드러지던 시기였다. 이들이 모임을 가지고, 관직 진출을 도모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일본이 들어와서 폭력적으로 나라를 빼았았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유럽의 부르주아 신분처럼 새로운 시대를 이끌 수도 있던 전문직 직종이 일본의 부역자가 되어버렸다. 군부독재의 부역자가 되어버렸다.

 

일본 덕분에 나라가 발전하고 근대화에 성공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이 말이 안된다는 증거가 여기있다. 일본 덕분에 정체하던 한국 사회가 발전한게 아니라, 도리어 일본 때문에 제대로 된 근대 사회로의 발전이 가로막힌 것이다. 조선은 일본이 없었더라도 망할 사회가 아니었다. 일본이 없었으면 유럽 부르주아 시민계급의 성장처럼 새로운 역사가 펼쳐졌을 수도 있으니까.

 

조선 후기의 결말이 일제 식민지라 임진왜란 이후를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듯하다. 이해는 가지만, 때로는 우리 역사에 대해 조금만 진지하게 접근해봤으면 좋겠다. 역사는 그러라고 존재하는거니까. 

 

+)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인데 한국의 19세기에 대해선 아직 연구가 부족하다. 대표적인 학설이 존재하는게 아닌 여러 가설이 존재하고 있다. 즉, 우리는 아직 19세기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다. 이 점을 인정하고, 우리 역사에 대해 조심스럽게, 진지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 국힘 의원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너무 무리한 요구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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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가볍게 접근하긴 하는듯
24.05.31. 15:34
문통최고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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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sugar
한국의 국회의원이 조선에 대해 망언을 하는 세상에서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만. 그래도 시민들은, 우리는 역사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개항기도 마찬가지고.
24.05.3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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