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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조선”일보의 ’조선‘에 대한 인식

문통최고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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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역사학

거짓, 과장, 허언, 선동 ... 어느 "국뽕" 한국사 강사의 마지막 수업

거짓으로 “역사를 가장 역사답게” 할 수 있나?

 

며칠 전 서울 사는 한 지인이 물어왔다. 현재 100만 이상의 구독자를 가진 한 “입 큰(big mouth)” 한국사 유튜버가 “조선시대”가 “일제 강점기” 때보다 훨씬 더 살기 좋았다면서 조선의 노비제까지 적극적으로 옹호했다고 한다. 그 유튜버가 조선 500년을 통틀어서 양반 주인이 노비를 살해한 기록이 10건 이상 나오면 강의를 그만두겠다고 공언했다며 지인이 물었다. “조선왕조 500년에 정말 그런 기록이 없나요?”

 

그 유튜버의 주장은 역사학의 기초 상식을 모르는 자의 아둔한 발상이다. 노비는 전답, 가옥, 가축과 더불어 조선시대 양반가의 4대 재산이다. 인류사에 스스로 자기 집에 불을 놓은 광인(狂人)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아무 이유 없이 재미로 가축을 죽인 주인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마찬가지로 노예를 함부로 죽인 노주(奴主)가 많을 수는 없지만, 저 유튜버가 말하듯 민본주의가 실현됐기 때문이 아니다. 소나 돼지도 잘 먹여야 깨끗이 관리해야 새끼들을 많이 쑥쑥 낳듯이 노비 역시 배불리 먹이고 잘 입혀야만 그 자식들이 많이 태어나 주인의 재산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노주(奴主)들의 노비 관리는 철저하게 계산적이고, 지독하게 합리적이었다.

 

 밑에는 교수가 갖고 온 온갖 기록들(스킵) 

 

 

대한민국이 조선왕조를 기리는 까닭은?

 

“입 큰” 한국사 유튜버는 왜 스스로 잘 알지도 못하는 조선 노비제를 미화하고 옹호하는 지적 만용을 부려야만 했을까? 일제 강점기에 비해서 조선시대가 훨씬 더 살기 좋았다는 “조선 제일주의”나 “우리민족끼리”의 이데올로기에 포박당해 있기 때문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돼야 한다.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대체 왜 조선시대가 미화되어야만 하는가?

 

자유, 민주, 독립, 인권, 법치 등을 건국이념으로 내건 대한민국은 주자학(朱子學)을 선양하면서 가혹한 노비제를 유지·강화했던 조선왕조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나라다. 대한민국의 성립 자체가 조선왕조의 철저한 부정이었다. 그럼에도 오늘날 대한민국은 정신적으로 조선왕조의 연장선에 서 있는 듯하다. 외국인이 경복궁을 둘러보고 나와서 광화문광장을 걸어가면 대한민국이 마치 조선왕조의 법통(法統)을 이은 입헌군주제의 나라가 아닌가 착각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화폐를 보면 세종대왕, 이순신, 이퇴계, 이율곡, 신사임당 등 모두가 조선시대 사람들이다.

 

조선왕조는 고려 국왕들의 동상을 세우지 않았으며 고려 영웅들을 기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왜 대한민국은 유독 조선왕조의 인물들을 그토록 미화하고 숭모하는가? 왜 한국인은 지금도 조선시대 위인들을 정신적 지주로 삼고서 살아가고 있을까? 철저히 단절되어 식초와 기름처럼 절대 섞일 수 없는 대한민국과 조선왕조가 오늘날 다수 국민의 의식 속에서 마치 같은 나라인 양 연속적으로 인식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뿌리 깊은 유교적 조상숭배의 유습인가?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야 한다는 1960~70년대 민족 교육의 산물인가?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강조하던 1960~1980년대의 대한민국에서 국사(國史)는 단일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민족정기를 드높이는 국가 이념의 요체였다. 한국인의 절대다수는 반만년 이어온 한민족의 문화적 우수성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도록 철두철미한 민족사관(民族史觀)을 주입받았다.

 

물론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중국, 일본, 베트남 등 동아시아 모든 나라가 고유의 민족사관으로 전 국민적 통합을 도모했다. 중국공산당 시진핑 총서기가 오매불망 부르짖는 “중화민족,” 일본의 극우파가 외치는 야마토 민족주의, 북한식 기괴한 “김일성 민족”까지··· 여전히 동아시아 전역을 민족주의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국사(國史) 열풍은 암암리에 조선(朝鮮) 미화로 치달은 혐의가 짙다. 해방 이후 인문학자들의 조선 미화는 무엇보다 이황(李滉, 1501-1570), 이이(李珥, 1536-1584), 정약용(丁若鏞, 1762-1836) 등 조선 선비들의 정신세계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우리 조상” 중에서 모두가 존경하고 흠모하는 민족의 스승을 찾아야만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근대국가 형성기의 민족사관은 대중교육을 통해 전 국민의 의식 속을 파고들었다.

 

문제는 오늘날 한국이 근대적 민족국가 형성기의 나라가 아니라 전 세계로 촘촘한 그물처럼 뻗어나간 네트워크 국가라는 사실이다. 과연 조선 선비들의 정신세계가 21세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인도하고 계발할 수 있는가?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를 발휘하려 한다면, 조선 선비들의 정신세계에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지 분명하게 가려야만 한다. 전통 비판 없는 전통 미화는 맹목(盲目)이다.

한편 “역사를 가장 역사답게” 만든다고 떠벌려 온 “국뽕” 중독의 그 유명한 한국사 강사는 이제 스스로 공언한 대로 마이크를 놓고 강의를 그만둬야 할 것이다. 스스로 역사 교사를 자처한다면 부디 100만 구독자 앞에서 자신만만하게 공언한 바를 그대로 지키길 바란다. <계속>

 

 

전국의 조선사 전공 교수님들 한숨 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요. 이황의 성리학이 조선 역사에서, 아니 동아시아 역사에서, 아니 동양 사상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인지 모르지? 알리가 없지. 이 괴상한 양반이 쓴 글도 많네요. 전부 읽어보죠. ㅅㅂ 기분도 드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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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통최고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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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ㅅㅂ 이순신 성웅화한게 박정희다. 망할 것아.신사임당? 그것도 박정희 때 영웅화된거다. 제발... 교수라면 논문 좀 읽어. 다 나와있다. 신사임당을 슈퍼우먼처럼 만든게 누군데
24.06.01.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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