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 때 보여준 행동만으로 손석희를 욕할 수 있을까
전 회의적입니다. 일명 조국 사태 때 손석희가 우리 마음에 드는 행동을 안했다고 그의 모든 행적을 욕할 수 있을까요? 진보 커뮤를 보다보면 이런 분들이 많이 보이거든요. 손석희는 조국 대표한테 사과해라를 비롯한 수많은 분노 섞인 글들이.
손석희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친민주당도 아니었고, 완전 진보성향도 아니었습니다. 뉴스룸을 진행하면서 우리를 실망시킨 행동도 분명히 있죠. 근데, 하나만 생각해보자고요. 지금 손석희를 대체할 언론인이 있나요? 지상파에서, 방송에서 손석희 정도로 인터뷰를 잘하는 언론인이 있냐고요.
김어준이요? 전 예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김어준을 제 2의 손석희로 보지 않습니다. 뛰어난 언론인인건 맞지만 손석희를 대체할 언론인처럼 보이진 않거든요. 딕션도 안 좋고, 사람들에게 호감을 줄만한 인상도 아니고( 생각보다 이거에 민감한 사람들 많습니다. 저도 옛날에 그랬고요 ), 무엇보다 자기 주관이 너무 확실해요. 가끔 김어준 인터뷰를 보다보면 자기가 정해놓은 답을 인터뷰이에게 요구하는 측면도 보입니다. '나는 이런 대답을 원하는데, 내가 하면 사람들이 안 믿으니 전문가인 당신이 얘기해주세요' 이런 느낌으로.
손석희가 우리에게 실망시킨 점이 있습니다.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손석희의 역대 모든 행적을 비판하고 비난하는게 정당한 일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손석희 특유의 파고드는 질문, 생각하지 않으면 금방 넘어가게 되는 손석희의 유도질문이 전 좋거든요.
(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손석희 인터뷰는 2017년 대선 당시 안희정과 했던 인터뷰입니다. 여기서 전 안희정이 생각보다 좋은 정치인이 아니라는걸 알았거든요 )
이번에 손석희가 백종원과 했던 인터뷰도 보기 좋았습니다. 일부러 백종원에게 대항하는 가맹점주 입장에서 질문하는 모습. 감정적으로 질문하는 것이 아닌 특유의 논리로 질문을 이어나가는 모습 오랜만에 보니까 좋더라고요.
손석희의 뉴스룸이 그립네요. 손석희 앵커브리핑 들으면서 감탄한게 엊그제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