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에서 오랜만에 나온 청년 연애-결혼 이야기
Q : 청년들이 연애를 안 합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조사(2022년)에 따르면, 19~34세 중 65.5%가 연애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전 세계적인 현상인데, 우리나라가 조금 더 급격하게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에게 “왜 연애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연애에 무게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답합니다. 사랑과 연애를 ‘뺄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간과 돈을 써야 할 뿐만 아니라 감정까지 소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연애가 힘들어집니다. 지금 당장 이뤄야 할 목표가 많은데, 연애로 인해 소모되고 싶지 않은 것이죠. 뭔가 이룬 다음에 연애하겠다는 청년이 많습니다.
Q : 결혼을 안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인가요?
그렇습니다. 우리 사회가 점차 개인화되고 있잖아요. 반면에 결혼은 배우자나 자녀를 책임지는 것이고, 계속 서로를 봐주는 일이에요. 이게 쉽지 않습니다. 희생이 필요해요. 이것을 ‘뺄셈’으로 생각하면 결혼이 어려워집니다. 결혼이 인생을 불안하게 하고, 구속한다고 느껴요.
혼자 사는 것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뀐 이유도 있습니다. ‘내가 나로 잘 살고 싶기 때문’에 결혼과 연애를 선택하지 않는 것이죠.
Q :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는 이유 1위가 ‘결혼자금이 부족해서’였습니다.
돈이 없으면 결혼을 못하는 시대가 됐어요. 결혼식 행사 비용만 대략 4000만원이 든다고 가정하면, 월 100만원씩 저금해도 3년 이상 걸립니다. 과거에는 청년들이 집이 없는 게 당연했어요. 단칸방이나 반지하에서 신혼 살림을 시작해도 ‘우리는 이제 시작이고,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저성장 시대고, 그런 자신감을 갖기 어렵죠.
Q : 그래서 결혼의 조건이 더 까다로워졌을까요?
‘겉으로 보이는 삶’의 기준치가 높아졌어요. 조건을 비교하게 되고, 간을 보고 재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자본 중심의 사회로 가면서, 결혼이 ‘신뢰 공동체’가 아니라 ‘경제 공동체’가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경제적으로 오고 가는 것들에 민감해지면서, 결혼을 놓고 덧셈과 뺄셈을 더 많이 하게 됐어요.
결혼정보회사(결정사)의 영향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정사는 배우자의 조건에 따라 등급과 계급을 매기잖아요. 결정사의 기준에 휘둘리기 시작하면 눈이 끝없이 높아집니다. 그러면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결혼의 무게감이 더 커지겠죠.
Q : 부모 입장에서는 연애와 결혼을 안 하는 자녀가 걱정될 수 있어요. 어떻게 대화해야 할까요?
자녀에게 “너 결혼은 안 하니”라고 물어보면 아마 정색할 겁니다. 잔소리로 느껴지니까요. 부모가 먼저 자녀의 연애나 결혼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순간, 자녀는 부담을 느껴요.
저는 오히려 부모의 연애 시절 이야기를 자녀에게 들려주라고 권하고 싶어요. ‘성과 문화’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결혼 탐색 인터뷰’ 과제를 내줍니다. 부모님을 인터뷰하는 건데요. 어떻게 연애를 시작했는지, 결혼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지, 결혼이 인생에서 어떤 의미인지, 앞으로 어떻게 결혼 생활을 이어갈 것인지 물어보는 겁니다.
Q : 연애와 결혼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라는 거군요.
맞습니다. 이 과제에 대한 부모와 자녀의 만족도가 모두 높았는데요. 엄마와 아빠의 관계가 안 좋은 줄 알았던 한 학생은, 인터뷰를 하고 나서 부모님 사이에 끈끈한 믿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해요. 어떤 학생은 결혼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안심하게 됐고요. 부모의 결혼 이야기는 자녀의 결혼관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Q : “아이를 언제 낳을 거냐”는 질문도 명절 단골 질문입니다.
아이를 낳는 건 본인들이 결정하는 겁니다. 다 각자의 삶이 있어요. 대신 키워줄 것도 아니면서, 간섭으로 느껴지는 얘기는 안 하는 게 좋습니다. 요즘 청년들이 아이를 안 낳는 건, 사회적인 이유가 더 큽니다. 일단 아이를 키우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들고요. 출산과 육아를 도맡는 여성들의 경력 단절 문제도 있습니다. 스웨덴처럼 회사마다 어린이집이 있고, 아이가 아플 때 아빠든, 엄마든 눈치 보지 않고 조퇴할 수 있다면 왜 아기를 안 낳겠어요.
Q : 결혼과 육아에 대한 무게감을 국가와 사회가 덜어줘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네. 그래서 저는 (프랑스처럼) 동거를 제도화하면 좋겠습니다. 동거인에게 결혼과 동일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거죠. 동거를 통해 낳은 아이도 국가에서 똑같이 지원해 준다면 출산율도 올라갈 겁니다.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이 그렇게 무겁고 어려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에 얽매이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제목은 중앙일보답게 대박 어그로를 끌었지만, 내용은 좋네요. 그래 잘 모르면 전문가를 찾아가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