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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 김수영

문통최고 문통최고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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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3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스들과 스펀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펀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있다 절정 위에는 서있지
않고 암만 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장이에게
땅 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장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들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개인적으로 연예인의 발언 실수에 대해선 저 지구 끝까지 찾아가면서 욕하고, 국힘 정치인의 망언에 대해선 '정치가 원래 그렇지' 따위로 반응하는걸 굉장히 싫어합니다. 오히려 반대로 국힘 정치인이 이상한 말 하면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 욕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그런 점에서 전 이준석, 홍준표같은 부류가 정말 싫습니다. 얘네 둘이 그동안 한 막말만 모아놔도 논문 3-4편은 나올겁니다. 그런데 왜 이준석과 홍준표의 정치 행보에 대해선 이렇게 조용하죠? 이준석은 지지율도 없는데 언론이 계속 보도해주고, 홍준표는 명태균 건으로 감옥 가기 직전인데 뭐 잘났다고 계속 보도해줘요?

 

하나 더, 연예인이나 유명 인플루언서가 뭐 하나 잘못하면 과거에 있었던 모든 행적들까지 탈탈 털어서 욕하는거. 정말 싫습니다. 백종원이 잘못 좀 했다고 과거에 있었던 일, 지금 회사 관련된 일(월급같은 항목 포함)까지 탈탈 털어서 몹쓸 사람 만드는게 정상인가요?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면 꼭 어디선가 현자처럼 나타나는 인간들도 극혐입니다. '그러게 내가 뭐랬냐. 쟤는 이러이러한게 문제였는데... 왜 안 고치냐'라는 식으로 말하는 인간들. 팬임을 자처하지만 하는 말을 보면 인터넷 훈수러에 가까운 인간들.

 

연예인의 발언 실수, 사소한 논란에 대해 난리칠 힘이 있으면 그동안 이준석이 했던 망언이나 좀 모아봐요. 아님 지금 국힘 대선 나온다고 하는 인간들의 과거 발언 좀 살피던가( 동성애 혐오 발언만 찾아도 아마 노다지일겁니다 ).

 

연예인이 무슨 항상 고귀하고 순결하고 선해야 되는 슈퍼맨도 아니고, 인플루언서가 항상 논란 없이 순항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가혹한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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