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 운운하는 말의 본질은 이거라고 생각해요
할 거면 하고 말 거면 말아라.
이 구호는 선악의 문제뿐 아니라 훨씬 넓은 범위에 적용되는 것인데,
최근에 발명된 구호가 아니라 오랫동안 구전되어 온 구호입니다. 전통적인 것이라고 봐야 하죠. 동시에 정말 악질적인 문구입니다.
위선이란 얘기를 하도 보리수들이 독특한 용어로 이용하고 있어서 그렇지,
저는 그 정서가 유독 보리수들에게서 툭 튀어나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할 거면 하고 말 거면 말라는 이전 세대의 뿌리깊은 정서적 빈곤함,
이것이 보리수의 특성과 합쳐진 결과물이 오늘날 인터넷의 분위기가 아닌가 해요.
그렇다면, 근래 범람하는 위선론을 효과적으로 반박하기 위해선 위선이라는 주제 하나만 반론하는 것이 그다지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없고,
아예 '할 거면 하고 말 거면 말아라' 자체를 무너뜨려서 발본색원하는 편이 낫지 않나 싶습니다.
그 점에서 보자면, 이 'A하려면 A해야 하고 그 이외는 안 된다'라는 구호는 선악의 판단(진실된 선이냐 위선이냐)을 떠나서 보더라도 문제가 있는 부분인데,
1. 논리적 일관성의 추구에 경도된 나머지 비현실적인 인간관을 가정하며
2. 형식적 일관성 이상으로 인간 행동의 결과가 중요하다는 것을 고려하지 못하는데다
3. 사람들이 택하는 삶이 아무것도 안 하는 요지부동의 삶으로 수렴할 우려가 있다는
세 가지 측면의 문제를 꼽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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