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여성적인 성격이면 안되는건가

이게 뭐 남자가 긴머리하고, 화장하고, 치마 입고 다니고 그런걸 말하려는게 아닙니다.( 이것도 사실 본인이 어울린다면 해도 되지만 ) 겉으로는 누가봐도 남성이지만 성격, 취향, 사상은 여성적일 수 있는거 아닌가요? 왜 인터넷에선 미국 보수 사회에서나 통할 법한'마초이즘'이 유행하는걸까요?

사실 전 어릴 때부터 여성적인 성격이었습니다. 체육 시간에 남자 애들한테 축구공 던져주고 축구 시킬 때 같이 억지로 축구하는게 제일 싫었어요. 나도 그냥 벤치에 앉아서 쉬고 싶은데... 5학년 때는 골키퍼 하다가 골을 먹혔는데, 애들이 하도 난리치길래 엉엉 운 적도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때도 남자 애들보단 여자 애들과 더 잘 어울렸죠. 남자 애들과는 도통 말도 안통하고, 맨날 야한 얘기나 하는게 정말 싫었거든요. 남자 애들끼리 거칠게 노는 것도 너무 싫고( 전 어릴 때나 지금이나 남자 애들끼리 모여서 야한 얘기하는걸 정말 싫어합니다. 왜 그걸 밖에서 얘기하는지... )

그리고, 남자가 조용한 성격이면 안되나요? 애초에 조용한 성격 = 여성적인 성격이라도 단정짓는 것도 굉장히 무식한 거지만. 전 어릴 때부터 움직이는거 별로 안 좋아하고 조용히 앉아서 책 읽고 쉬는걸 좋아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남자가 이러면 안되는건가요? 남자라면 무조건 밖에 나가서 뛰어 놀아야 하나요? 너무 싫은데...

인터넷, 특히 남초 커뮤만 보면 저같은 남자는 한국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 모든 한국 남성들이 다 마초같은 성격이 아닐텐데... 분명 저처럼 남초 문화, 군대 문화 싫어하는 사람들 많을텐데... 참 이상하네요.

제가 글을 여성적인 남성으로 적었지만, 이건 남성적인 여성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글일 겁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남성다움' '여성다움'을 사람들한테 강요할 생각인지... 제발 좀 내버려둡시다. 제발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