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욕구까지 포기하며 공부해야 할까
재수하던 시절, 한 국어강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자기가 재수종합반에서 강의할 때 앞에 김밥집이있었는데, 저녁시간만 되면 학생들이 거기서 밥 먹으려고 줄을 길게 섰다.
근데, 어떤 학생이 저녁 시간에 그 줄 서는 것도 아깝다고 생각했는지, 나중에 김밥집 아주머니에게 1년치 김밥비를 다 주고는 "매일 저녁에 참치김밥 하나만 만들어서 앞에 놔주세요. 갖고 갈게요"라고 했다. 그리고 그학생은 매일 저녁을 참치김밥만 먹으며 공부를 했고, 결국 좋은 대학에 갔다.
뭔가 옛날 고시 합격후기의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오네요. 어릴 때 고승덕이 고시 공부할 때 자기는 밥 먹는시간도 아까워서 모든 재료를 잘게 썰은 다음, 밥에 비벼서 후루룩 먹고 공부했다는 일화를 본 적이 있거든요( 이걸 어릴 때 봤다는게 참... )
또 다른 일화를 얘기해볼까요? 또 다른 공시 강사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을 합니다. "수험생일 때는 좀 이기적으로 살아야 한다. 친구들 결혼식같은거 안 가도 된다. 그래도 친구 관계 안 끊어진다. 합격하고 나중에 보답하면 된다"라고요.
너무하지 않습니까? 수험생활하는 것 자체가 짜증나고 화나는데, 그 와중에 인간이 가지는 기본적인 욕구까지 포기하며 공부해야 할까요? 저녁을 김밥만 먹었다? 정말 대단하고 엄청난 사람이긴 한데, 그걸 우리가 본받아야 하나요? 점심 저녁 1시간씩 빼도 충분히 많은 공부할 수 있는데요.
결혼식이요? 친하지 않던 친구의 결혼식이면 안 가도 되겠지만, 진짜 친한 친구면 하루 가서 축하해주고 오면 안되나요? 나중에 보답하면 된다고요? 어떻게 보답합니까? 결혼식은 한 번 하고 땡인데. 그거 하루 공부 안한다고 큰일나는 것도 아니고, 좀 갔다 오면 안될까요?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옛날 사법고시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굳이 이렇게까지 기본 욕구까지 포기하며 공부해야 할까요? 심지어 옛날 사법고시도 이렇게까지는 공부 안했는데요. 노무현 대통령님 합격 후기 보면 본인의 합격 비법으로 가족들이랑 계속 대화하고 관계 유지했던게 큰 도움 됐다고 나오는데.
제발 적당히 좀 합시다. 지금이 저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sky만 가면 인생이 피는 시대인가요? 9급, 7급 공무원만 붙으면 환상적인 삶이 펼쳐지나요? 아니잖아요.강사 니네들이 "대학 가도 열심히 살아라" "공시 합격 이후에도 영어 공부해라"라고 말한 건 기억 못하나요?
어차피 대학을 가던, 취업을 하던 우리는 또 무한경쟁사회에 살아야 하는데, 공부할 때조차 기본 욕구를 포기해가며 공부해야 할까요? 도대체 학생들을 얼마나 극한으로 내몰아야 만족할건가요? 이제 그만 좀 합시다.
+) 대학 가서 공부할거면 하루 7시간 자고, 그게 아니면 하루 4시간 자라고 얘기하는건 또 뭡니까? 저걸 인생 조언이라고 들었다는게 참... 진짜 짜증나네요.

진짜 강사들 뻘소리 모음집같은거 만들어서 뿌려야 돼요. 1타 강사랍시고, 좋은 대학 나왔다고 무조건 칭찬해줄게 아닙니다. 인생관이 보통 사람보다 훨씬 이상하다고요.
사실 그 얘기의 핵심은 난 이 정도로 노력해서 원하는거 얻었다라고 그 "노력"을 강조하는건데.. 물론 그 "노력"도 중요합니다만 자기 몸과 정신까지 갉아먹는, 자기한테 안 맞는 "노력"은 아무 쓸모도 없죠.
시험공부는 재능으로 대변되는 "적성"이 젤 중요하고, 그 다음은 최대한 단기간내에 원하는 목표를 뽑을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 중요하다 봅니다. 노력을 할 수 있는 "의지"는 그 보조수단일 뿐이고요.
차라리 그런 면에선 철지나긴 했지만 "아공법"이 수험생들 입장에선 더 솔직하고 현실적인 공부방법론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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