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하면 돈을 적게 벌어도 괜찮다?

지금도 이런 식의 조언이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소위 '아프니까 청춘이다' 식의 이상한 자기계발서, 강사들( 수능 강사말고 그냥 직업이 '강사'인 사람 )의 강연이 많았거든요.

물론 저 말은 어떤 수능 강사가 한 말입니다. '여러분들은 특별한 인생을 살려면 특별한 방식으로 살아야 해요'라는 말도 했죠. 대학 가서 남들이 토익한다고 무조건 따라하지 말고 자신만의 인생을 살라는 말도 했고요.

전 지난 몇 년 동안 이 수능 강사가 했던 소위 '자기계발서'류의 발언에 대해 많이 생각해봤어요. 그래도 강사가 학생들에게 뭐라도 좋은 말을 해주는게 낫나?  팩트폭행이랍시고 학생들에게 온갖 모욕적인 말을 하는 강사도 수두룩하니까요.

근데, 최근 들어서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세상 물정 하나도 모르고, 10년 전 자기계발서 책이나 가끔씩 유명인들이 하는 인터뷰에나 나올 법한 얘기를 '수능강사'가 하는게 맞는걸까요? 심지어 강사 본인이 맨날 강의 중에 '명문대에 가면 좋은 이유'같은 거 말하는데? 

제목에 적은 저 문장, '좋아하는 일을 하면 돈을 적게 벌어도 괜찮다.' 100% 틀린 문장은 아닙니다. 사람에따라선 돈은 적게 버는 대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테니까요.

근데 그 말을 수능강사가, 올해 수능성적 안 좋으면 당장 인생이 망한다고 생각하는 애들한테, 수능 강의 중에 말하는게 좋은 행동일까요?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으려면 인서울은 나와야한다면서요. 

그럼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하려면 최소한 인서울은 나와야하네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뭐해요. 강사주장에 따르면 지방대 나오면 차별받는 세상인데.

그리고 좋아하는 일이 없는 사람도 많고요,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고요, 좋아하는게 있지만그걸론 도저히 먹고 살 수 없는 사람이 대한민국엔 엄청나게 많답니다... 

누구에게나 잘하는게 있다고요? 그걸 20대 안에 발견하면 된다고요? 뭐 좋아요. 근데 그러면 돈은 누가벌죠? 30살 될 때까지 계속 돈 들어가는 공부, 활동 지원해줄 집안이 몇이나 있다고? 

진짜 세상물정 모르는거 좀 티내지마요... 당장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아니면 대학 졸업하자마자 취업해야하는 집이 얼마나 많은데요. 좋아하는 일인데 돈이 적다? 그럼 대체 어떻게 살죠?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지. 

남들 다 하는 토익같은거 하지 말라고요? 그럼 대학 때 뭐해요? 취업하려면 그거 해야되는데? 1학년 때부터빡세게 학점 관리하고, 취업 준비해도 괜찮은 곳에 취업이 될까말까인데, 참 한가한 소리나 하시네요. 

그리고 우리 사회가 무슨 가상현실도 아니고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제공되면서,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게 한 가지는 있고, 노력만 하면 누구나 자신의 재능을 키울 수 있고, 자신의 재능만 전문적으로 키우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사회인 것처럼 입털지 좀 마요. 

진짜 당신이 했던 '한국은 경쟁사회가 아니다'라는 말, 정말 잊혀지지가 않네요. 20대 때부터 강의나 했던 사람이 도대체 한국 사회에 대해 뭘 안다고, 인생에 대해 뭘 안다고 자꾸 입터는건지 모르겠네요. 요즘은 방송도 나가시던데, 좋겠어요 아주. 

전 진짜 수험강사들이 입터는거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bs처럼 빡세게 규제하고 관리해야죠. 그러지않고 지금처럼 아무말이나 막 하게 냅두면 부작용만 더 커진다고 생각해요. 물론 인강업체들이 규제를 할 리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