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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 기존 문서

제가 직간접적으로 겪은 고3 입시생활

문통최고 문통최고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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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반고, 모든 공립 교사분들이 제가 겪은 것처럼 이상하진 않을겁니다. 하지만 제가 학교를 다니면서 직접 겪은 얘기, 주변 학교 다니는 친구들에게 간접적으로 들은 얘기를 종합하면 왜 공립 일반고에선 좋은 대학을 못 가는지 바로 답이 나옵니다.

 

첫번째 사례를 얘기해보죠. 고3 2학기 초반, 거의 모든 학생이 열심히 생기부를 쓰고 있던 시절 한 학생이 저한테 오더라고요. 같은 반 여학생이었는데 자기 생기부 좀 봐달라면서.

 

전 그때 한창 수능 공부 중이어서 대충 말하고 치우려고 했는데, 그 친구의 답변을 듣고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제가 친구에게 "담임 쌤한테 자소서 상담 부탁하면 되지 않아?"라고 말하니까 친구가 "상담 해봤는데... 볼펜 하나 들고 자소서 쭉~ 보면서 '여긴 고치고~ 여긴 빼고~ 여긴 비문이네~'라고 해줬어..."라고 대답하더라고요.

 

그거 듣고 진짜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고3 담임이, 그것도 자기 반 학생이 생기부 상담을 해달라고 왔는데 저렇게 대충하고 넘어간다고? 그래서 이틀 동안 그 친구 옆에서 제가 생기부 조언을 좀 해줬습니다. 제가 도대체 무슨 자격이 있다고 조언을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친구의 사연을 들으니까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조언해줄 때 친구가 ebs에 있는 자소서 상담 내역을 보여주던데, 그거 보고 또 충격먹었습니다. 누구는 전문가한테 비싼 상담료 주면서 자소서 상담한다는데 누구는 ebs에 의존하고 있었으니까요. 

 

제가 ebs 상담 내역을 좀 읽어보니 그냥 뻔하디 뻔한 조언만 해주더라고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친구의 활동이랑 사연을 엮어서 자소서 조언을 해줬습니다. 진짜 이렇게 대입 준비하는게 공립 일반고입니다. 자소서 상담할 곳이 없어서 같은 반 친구한테 조언을 구한다고요. 

 

두번째 사례도 말해보죠. 이건 제 사례입니다. 고3 여름방학 때 담임선생님이 수시 6개 후보를 적어서 갖고오면, 같이 상담해주겠다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전 제 나름대로 인터넷에서 이 정보 저 정보 잔뜩 찾아서 6개 후보를 적어 갔습니다.

 

갈 때 되게 긴장했어요. '보통 고3 담임은 냉정하게 얘기한다는데. 난 무슨 소리를 들을까' 근데 정작 학교에 가보니? 모든 고3 교실에 있는 커다란 수시 지원 서적( 일명 수박책 )이랑 제 6평 결과를 보고 상담을 해주더라고요? 이미 제가 그거 보고 후보를 적었는데, 담임이 똑같은 짓을 한 번 더한거죠. 이러고서 상담은 끝이였습니다.

 

이게 대체 뭐죠? 심지어 제가 상담 후에 대학 한 곳을 바꿨는데, 이것도 저 혼자 바꾼겁니다. 담임은 그거 듣고 '알았어~'라고 넘어가더라고요? 아니 뭐 이리 고3 담임이 학생 입시에 관심이 없죠? 진짜 웃긴게 담임보다 고3 부장쌤이 저한테 더 관심이 많으셨습니다. 참...

 

전 오히려 고등학교 3년 내내 제가 다니던 영어 공부방 쌤이랑 입시 얘기를 더 많이 한거 같네요. 담임 쌤이 해줘야할 조언까지 모두 해주셨죠. 나머지는 저 혼자 인터넷 싸매고 정보 찾았고요.

 

물론 대학에 가는건 저니까 제가 제일 열심히 정보를 찾고 검색을 해야겠지만, 솔직히 제가 겪었던 고등학교교사 분들은 의욕이 없어도 너무 없었습니다. 가끔 보이던 의욕 넘치는 분들은 꼭 다른 반 담임이셨고.

 

세상 모든 공립 교사분들이 제가 겪은 담임같진 않을겁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만 해도 의욕 넘치고 잘 가르치시던 교사분들이 계셨으니까요. 근데, 너무 질 떨어지는 교사들이 많아요. 마치 옛날에 보던 의욕없는 공무원같다랄까? 

 

학원에 다니던 친구들도 학원에서 자기 학교 얘기를 많이 했는데, 사정은 저랑 비슷했습니다. 사립고 다니던친구는 특별반과 일반반의 차이에 대해 자주 말했고, 또 다른 공립 일반고 다니던 친구는 자기 학교의 이상한수업( 말도 안되는 거꾸로 수업같은거 )에 대해 자주 말했죠. 

 

공립 일반고에서 명문대 간 사람이 많이 안 나오는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환경 자체가 특목고나 유명 사립고보다 안 좋습니다. 정시만 파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고요( 이상한 조별 수업, 발표 수업이 워낙 많아서 )

 

이미 세상은 능력주의가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어버렸고, 이미 교육은 고등학교 때부터 사실상 서열이 나누어지고 있는데 언제까지 철지난 능력주의 담론만 말할건지 모르겠네요. 이상한 공부 조언, 대입 조언도 그만나왔으면....

 

+) 하나만 더 말하자면 제가 다니던 학교에선 고3 2학기 때 수능공부하던 애들에게 아무 배려도 안 해줬습니다. 제 반에선 저 포함 딱 3명만 수능 공부했는데, 시장 한복판같은 곳에서 소음 차단도 안되는 이어폰 갖고 공부하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태블릿 사용도 겨우겨우 허락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

 

자습실 좀 열어달라고 그렇게 부탁했는데 계속 거절하다가 수능 전 주 금요일 5교시에 열어주더라고요? 그거 보고 진짜 기가 차서... 

 

왠만한 고3은 정시로 갈아타면 대입에 실패하는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재수 n수생은 조용한 독서실이나 학원에서 하루 종일 공부하는데, 고3은 공부환경 개판인( 비유가 아니라 진짜 개판같은 교실 ) 곳에서 수능 전날까지 공부해야 되니까요. 

 

전 아직도 고등학교 시절만 생각하면 치가 떨립니다. 아마 고등학생 때 정신과에 갔으면 온갖 정신병을 앓고있다고 나오지 않았을지...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버틴건지 모르겠네요. 자퇴하면 안된다는 신념 하나로 버틴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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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통최고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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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대입 합격후기를 보니 또 짜증나네요. 저게 얼마나 말도 안되는 조언인지 직접 겪었던터라...
23.02.28.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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