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4일 (토) 간담회 기록 2부
사측: 내빈으로 오신 이항진 전 여주시장님을 소개하겠습니다. 1980년대에는 야학에서 활동하셨고, 2000년대에는 환경운동을 하시면서 4대강 사업이 벌어질 때 이명박과 맞서 투쟁하셨습니다. 그리고 2018년 지선에서는 초접전 끝에 여주시장으로 당선되셨는데, 지난 2022년 지선에서 김동연이 김은혜를 아주 근소한 차이로 이겼던 걸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깝게도 이항진 전 여주시장님은 2022년 지선에서 낙선하셨지만요. 여주시장님께 다음과 같은 질문이 나왔습니다. 스피커와 그 팬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시장님의 세대와 현 젊은 세대-소위 ‘MZ 세대’-의 정치에 대한 인식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고 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어떻게 해야 민주당 지지자들의 패배감-21년 재‧보궐 선거, 22년 대선 및 지선에서 민주당이 내리 3번 패했으니-을 총선 전에 해소하거나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나요? 이재명 대표가 ‘당원존’이라 불리는 곳을 설치하였음에도 당과 당원, 또는 지지자들 간의 소통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말이 있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한국의 지방정치가 지닌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중앙정치가 아니라 지방정치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항진 전 여주시장: 이것에 대해선 지금 이야기해드릴 수 있겠네요. 갈 길을 몰라서예요.
(참가자들 웃음)
참가자: 그래도 지선에서 접전 끝에 승리하셨잖아요?
이항진 전 여주시장: 에이, 접전은 아니었어요. 300표 대의 큰 차이로 승리한 거예요. 여주시 인구가 11만 명 정도 되는데, 그중 유권자 수가 9만 명대잖아요.
사측: 그렇군요. 그러면 질문을 계속하겠습니다. 험지에서 초접전 끝에 당선되셨는데, 협치 문제에 관해 어떻게 대처하셨나요? 그리고 여주시장으로 계시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나 역점을 두었던 일, 혹은 아쉬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등 각 민주당계 정당 출신 대통령과 그 정부의 장단점으로 무엇을 꼽으실 수 있나요? 앞으로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길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소위 “청년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청년들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렇게 많은 질문이 들어왔는데, 먼저 제가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인간은 정치적인 동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유명한 문구인데, 원문은 “인간은 폴리스적인 동물”이라고 하죠. 그렇지만 여기서는 “인간은 정치적인 동물”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문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항진 전 여주시장: 질문에 답변드리기 전에, 여러분이 앞서 이야기했던 걸 제 나름대로 정리해보았어요. (칠판에 핵심 내용을 작성하며) 디시인사이드 민주당 커뮤니티에서 온라인 일을 하다가 사건이 터졌고, 그 커뮤니티 안에서 벌어진 일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정리했는데 맞나요? 제가 보았을 때, 커뮤니티 운영에서 사람이 문제가 되는 건지, 재원이 문제가 되는 건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 보여요. 그리고 커뮤니티가 민주당의 영향권 안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들어가고 싶은 상태라는 점을 알 수 있었고요. 그리고 제가 지역 정치를 계속할 건지는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 같습니다. 다시 돌아가서, 정치적 커뮤니티를 통해 영향력을 넓히는 문제에 관하여 이야기해 보자면, 오바마 이전의 미국 민주당 상황을 한번 볼 필요가 있어요. 앨 고어가 부시와 맞붙었을 때, 투표에서는 이겼으나 선거인단에서는 졌었죠? (마름모 모양을 가리키며) 당시 미국 정치 지형은 이런 형태였어요. 그러다 현재에 와서는 (아령 모양을 가리키며) 이런 형태가 되었고요. (아령 모양에서 마름모 모양으로 화살표를 그으며) 앞으로는 정치 지형이 다시 이렇게 되어야 한다고 봐요. 이런 쪽으로 커뮤니티 전략을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 싶네요. 정치에서 프레임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짚어볼 필요도 있어요. (참가자들을 바라보며) 그리고 오늘 전 여러분에게서 희망을 보았어요. 여러분은 전문가라 불리는 정치인들보다 더 품격 있는 언어를 사용하며 진지하게 정치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눴잖아요. 제가 여주시장을 하기 전 시의원을 했어요. 그러니 지방의원들을 자주 만났는데, 지방의원은 정말 실망스러운 수준입니다. 그런 지방의원들과 달리, 여러분은 전문적이고 점잖은 말을 했어요. 그래서 전 여러분에게서 희망을 본 겁니다.
(칠판을 지운 이후)
이항진 전 여주시장: 그러면 아까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여러분에게 물어볼게요. 정치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참가자들: (바른 다스림/세상을 바꾸는 방법/권력의 분배/갈등 해결/어려움을 좋게 바꾸는 것/정권을 획득하는 것/나은 삶/목표 등 대답)
이항진 전 여주시장: (참가자들의 대답을 기록한 이후) 좋아요, 정치는 누가 하는 거죠?
참가자: 사람이요.
이항진 전 여주시장: 네, 사람이 하는 거죠. 키워드를 뽑아보면, 사람이 하는 일/목표/변화, 이렇게 정리를 할 수 있겠네요. 그렇죠? 그러면 제가 여러분의 대답을 정리해볼게요. 사람이 목표를 세우고 변화를 하는 일, 즉 사람의 변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잠시 후) 어떤 것을 알기 위해선 본질을 알아야 하죠. 그렇다면 생명과 동물, 인간의 차이를 짚어야겠죠. 생명은 세포로 구성되었고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존재라면, 그중에서 동물은 무리를 짓거나 홀로 살아가는 존재라 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인간은 어떠한 존재일까요?
참가자: 무리를 짓는 존재죠.
이항진 전 여주시장: 그렇죠. 그러면서도 생각하고 말을 하는 존재죠. 동물에겐 없고, 인간에게만 있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잠시 대답하는 시간을 가진 이후) 종교, 돈, 정치라고 할 수 있겠죠. 이 세 가지를 한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는데, 그 키워드는 뭘까요? (참가자들 침묵) 그건 “상상의 질서”라는 거예요. 유발 하라리는 저서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중 “사피엔스”에서 그렇게 지적했죠. 여기서 “호모 데우스”를 봅시다. “데우스”는 무엇을 의미하죠? (참가자: 신이요) 맞아요. 그렇다면 신과 과학을 비교해봅시다. (참가자 한 명에게) 신과 과학 중 어떤 것을 믿나요?
참가자: 저는 과학을 믿습니다.
이항진 전 여주시장: 그렇다면 신은 어떠한 존재인지, 과학은 어떠한 존재인지 말할 수 있나요? (참가자 침묵) 일단 신은 모든 것을 아는 존재죠. 그렇다면 과학은 어떨까요? (참가자: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 네, ‘모른다’라고 할 수 있겠죠. 또 신은 틀림이 없는 존재죠. 반대로 과학은 ‘틀릴 수 있습니다.’ 신을 믿는 시대인 중세가 천 년을 갔죠? 그 중세가 가면 갈수록 균열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알면서 틀리지 않는 신 대신 ‘모르고’, ‘틀릴 수 있는’ 과학이 믿음의 대상이 된 거고요. 여러분이 정치를 바라보는 관점은 과학을 보는 관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