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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은 날에 생각나는 시입니다

shorts shorts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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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토벌대원 셋이 한동안 심심했다


담배꽁초를 던졌다


침 뱉었다



오라리 마을 잡힌 노인 임차순 옹을 불러냈다



영감 나와



손자 임경표를 불러냈다



너 나와



할아버지 따귀 갈겨봐



손자는 불응했다



토벌대가 아이를 마구 찼다



경표야 날 때려라 어서 때려라



손자가 할아버지 따귀를 때렸다



세게 때려 이새끼야



토벌대가 아이를 마구 찼다



세게 때렸다



영감 손자 때려봐



이번에는 할아버지가 손자를 때렸다



영감이 주먹질 발길질을 당했다



이놈의 빨갱이 노인아 쎄게 쳐



세게 쳤다



이렇게 해서 할아버지와 손자 울면서 서로 따귀를 쳤다


빨갱이 할아버지가 빨갱이 손자를 치고

빨갱이 손자가 빨갱이 할아버지를 쳤다

이게 바로 빨갱이의 놀이다 봐라

그 뒤 총소리가 났다

할아버지 임차순과 손자 임경표 더 이상 서로 따귀를 때릴 수 없었다

총소리 뒤 제주도 까마귀들 어디로 갔는지 통 모르겠다

 

 

 

고은 시인의 <오라리>라는 시입니다

시인은 논란이 많지만 시는 무엇보다 4.3 사건을 표한하는게 인상에 남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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