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킨테츠 퍼시픽리그 역전우승 장면
아마 일본야구 관심 있는 분들 중에 오사카 킨테츠 버팔로즈라는 팀을 기억하시는 분이 있으실까 궁금합니다.
이름만 들었을때는 근데 어디서 들어본거 같으신데 틀린건 아닙니다. 왜냐하면 현재 퍼시픽리그 소속 2022년 일본시리즈 우승팀 '오사카 오릭스 버팔로스'가 바로 오릭스+킨테츠의 결합을 통해 탄생된 구단이기 때문이죠. 이게 2004년들어 킨테츠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인근의 오릭스와 인수합병, 구단주는 오릭스가 맡고 팀명과 메인 홈구장은 킨테츠의 유산을 승계하다보니 다소 괴랄한 팀이 만들어진 셈이죠.
이게 한국으로 치면 대략 롯데와 NC가 한 구단이 되면서 '부산 NC 자이언츠'가 되는 그런 상황이라 보시면 됩니다.
참고로 킨테츠 모기업은 지금도 간사이 지역에서 대형사철 회사로 알려져 있는데, 이 구단이 어려워진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바로 홈구장인 오사카돔(지금은 교세라돔이라고 불립니다)이 최대 원흉이었죠.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사실 위치부터가 망이었습니다. 저 구장이 위치한 곳이 오사카에서도 낙후된 저개발지역이었는데다 지반이 약해 소음과 진동에 취약해서 기껏 큰돈들여 지었더니 홈관중 유치가 어려웠고, 유지관리비도 구단에 큰 압박이었습니다.(고척스카이돔이 처음 완공됐을때 상황과 좀 유사하죠) 사실 간사이권에는 한신이라는 엄청난 인기구단이 있지만 그래도 나름 킨테츠 팬들이 적지는 않았는데 이 홈구장으로 옮겨간 1997년 이래 흥행이 그리 좋지는 못했고, 결국 이전 7년만에 백기를 들고 말았죠.
아무튼 이 구단은 55년간 유지되면서 4번의 퍼시픽리그 우승을 차지했는데, 정작 일본시리즈 우승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특히 1989년 일본시리즈는 한미일 통틀어 유례가 없는 3연승 후 4연패로 준우승에 머무는 끔찍한 리버스 스윕의 악몽을 경험해야 했고요....
그래도 2001년의 킨테츠는 참 대단했습니다. 당시 퍼시픽리그의 신흥 강자였던 후쿠오카 다이에 호크스(이때 감독이 그 유명한 왕정치였습니다)를 2.5경기차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때의 킨테츠는 진짜 빠따 하나로 우승을 차지한 '상남자 팀' 그 자체였죠.
어느졍도였냐 하면 팀 방어율이 무려 4.98이었는데 반해(당시 3선발인 카도쿠라의 방어율이 6.48이었습니다....) 타선은 20홈런 이상 타자가 4명, 3~6번 타자들의 각자 타율이 전부 315.를 넘었습니다. 특히 3,4번을 맡은 터피 로즈와 나카무라 노리히로는 둘이서만 101홈런 260타점을 만들어냈고, 그 뒤의 5번 이소베도 17홈런 95타점으로 이들을 뒷받침 해줬습니다.
* 기록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로즈의 55홈런은 당시 왕정치의 55홈런과 타이 기록이었는데 기록 경신을 우려한 일본 야구계의 추잡한 견제로 결국 신기록 달성은 실패했습니다. 참고로 NPB에서 왕정치의 기록은 이로부터 12년이 지나서 2013년 블라디미르 발렌틴이 60홈런을 치면서 깨졌죠.
당시 로즈의 55홈런 달성 장면입니다. 허용투수가 익숙하실텐데 우리가 아는 그 마쓰자카 맞습니다ㅎㅎ
https://youtu.be/uNuY_eqi4-8

그리고 로즈가 55호 홈런을 친 2001년 9월 24일, 9회말. 당시 6대 5로 뒤지던 상황에서 클린업에 차례가 돌아갔는데, 로즈는 앞과는 다르게 마쓰자카에게 삼진을 허용합니다. 그리고 이어진 나카무라(당시 44홈런을 쳤습니다)의 타석에서....
(대략 5분 40초 보시면 됩니다)
https://youtu.be/cmDCScqshuU

나카무라는 144km/h 바깥쪽 공을 밀어쳐 끝내기 역전 투런홈런을 만들어 버립니다. 이로써 킨테츠의 12년만의 퍼시픽리그 우승이 가까워지는 순간이었죠. 마쓰자카는 9회까지 던진 끝에 완투패를 당한 셈이었습니다.
허나 다이에의 추격은 역시 만만치 않았고 결국 킨테츠는 9월 26일 최종전까지 가서 리그 우승을 놓고 오릭스 블루웨이브를 상대하게 됩니다. 당시의 일본시리즈는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의 정규시즌 1위팀들이 리그내 플레이오프 없이 시리즈로 직행하는 제도였기 때문에 여기서 지면 (다이에 경기 결과에 따라) 시즌이 끝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부담감이 커서였는지 9회초까지 5대 2로 뒤진 상황에서 9회말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타순도 678번이라(물론 이날 6번이었던 요시오카는 26홈런, 7번 기누가와는 18홈런을 치긴 했지만) 역전까지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려웠죠.
그런데 첫타자인 요시오카가 좌전안타를 치고 나가면서 약간의 희망이 생기더니 기누가와가 1루 선상으로 빠지는 2루타를 치며 무사 23루의 찬스를 만들면서 분위기가 슬슬 올라옵니다. 오릭스의 마무리 오쿠보는 뒤이은 나스다 타석에서도 볼넷을 내주며 무사만루를 만들어버립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킨테츠는 9번타자 자리에 당시 시즌 5홈런을 쳤지만 1~2군을 전전했 대타 키타가와 히로토시를 기용하는데 초구와 2구에 카운트를 잡히면서 수세에 몰리게 됩니다. 그리고 볼카운트 2-1에서 4구.
(당시 9회 풀영상. 문제의 장면은 막판인 9분에 나옵니다)
https://youtu.be/A32Eb8pkcx8

전설의 대.타.역.전.끝.내.기.만.루.홈.런 이라는 대박을 터뜨립니다. 그것도 그냥 끝내기가 아닌 리그 우승을 확정짓는 홈런이니 맞았을 때 얼마나 짜릿했을까요. 참고로 정규시즌 우승을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끝낸 경우는 한미일 통틀어 저게 유일한 사례입니다. 참 기록의 팀이죠ㅎㅎ
비록 킨테츠는 사라졌지만 이 2001년 우승은 지금까지도 강한 임팩트로 야구팬들에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2019년 두산의 페넌트레이스 끝내기 우승이 생각나기도 하는데 이건 무려 역전 대타 끝내기라 더 와닿는 느낌이죠.
다음번에도 이런저런 야구 이야기 한번 해 보겠습니다:)
cmt ale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