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포스트시즌 영상+이야기
1995년은 한국프로야구 역사에서 의의가 큰 시즌이었습니다. 우선 역대 최초로 5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역대급 흥행 시즌으로 남았는데, 여기에는 잠실 두 팀이 1,2위를 차지한데다 롯데 3위, 해태 4위로 양대 인기 팀들이 좋은 성적을 보여준게 컸습니다. LG의 경우는 1994년 우승의 여세를 몰아 서울에서 절정의 인기를 과시하던 시절이었고, OB도 전년도의 항명파동과 90년대 초반의 암흑기를 딛고 기적의 역전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하면서 관중을 많이 불러 모았습니다. (참고로 8개 구단 체제에서 이 기록을 깬 것은 무려 13년이 지난 2008년이었습니다. 이 때는 롯데의 돌풍과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야구 인기가 폭발했죠)
이 시즌 관중 통계를 보면 전경기 관중 평균이 1만명이었고, 경기당 평관이 LG 20,076명(최초의 평관 2만명 돌파입니다), 롯데 18,739명, OB 14,518명으로 대단한 열기를 보여줬습니다. 당시 이야기를 들어보면 LG-해태의 잠실 경기는 평일에도 매진되는 일이 있었다고 하네요....
순위 |
팀 |
경기수 |
승 |
무 |
패 |
게임차 |
승률 |
1 |
126 |
74 |
5 |
47 |
0.0 |
0.607 |
|
2 |
126 |
74 |
4 |
48 |
0.5 |
0.603 |
|
3 |
126 |
68 |
5 |
53 |
6.0 |
0.560 |
|
4 |
126 |
64 |
4 |
58 |
10.5 |
0.524 |
|
5 |
126 |
60 |
6 |
60 |
13.5 |
0.500 |
|
6 |
126 |
55 |
0 |
71 |
21.5 |
0.437 |
|
7 |
126 |
48 |
5 |
73 |
26.0 |
0.401 |
|
8 |
126 |
45 |
3 |
78 |
30.0 |
0.369 |
시즌 최종 순위표입니다. 무려 엘롯기가 2-3-4위에 자리를 잡으면서 흥행이 폭발했는데, 이때는 규정상 3-4위간 승차가 3경기를 넘어가면 준플레이오프 없이 플레이오프를 7전 4선승으로 치르는 제도였기 때문에 해태는 4위를 하고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는 유일한 역사적 사례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당초 시즌 전망은 전년도에 압도적으로 통합우승을 차지한 LG가 2연패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였고 실제로 LG는 8월 중순까지 OB에 6경기차로 앞서면서 여유있게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할 것으로 봤습니다. 그러나 8월 중순부터 LG가 주춤하기 시작하더니 OB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막판 20승 7패로 몰아치면서 결국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LG에 0.5경기차로 앞서면서 우승을 확정지었죠. LG로서는 막판에 에이스였던 이상훈, 김태원이 주춤한게 결정적 타격이었는데 그 여파는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집니다.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2019년의 SK와 두산의 순위싸움과 상당히 유사했습니다. 이때부터 OB에게 미라클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하죠.
아무튼 정규시즌이 그렇게 끝나고 포스트시즌은 2위 LG와 3위 롯데의 7전 4선승제 플레이오프로 막을 올렸습니다. 참고로 당시에는 잠실 2경기 - 사직 2경기 - 잠실 3경기었는데, 저 막판 3경기는 중립구장 규정에 따라 5,7차전은 LG의 홈경기였고 6차전은 롯데의 홈경기였습니다.
https://youtu.be/MTh-nSu4e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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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가까운 영상인데 플레이오프-한국시리즈 통합 영상입니다. 보시면 KBS의 류근찬, 성세정 아나운서와 배재성 기자, MBC의 엄기영, 정동영 앵커와 같은 우리에게 꽤나 익숙한 얼굴들이 많이 나오는 것도 재미있었네요ㅎ
아무튼 7전 4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는 롯데가 LG에 비해 전력이 다소 열세였음에도 이를 극복하고 4승 2패로 3년만에(!) 다시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LG로서는 무엇보다 정규시즌에서 든든한 모습을 보여줬던 이상훈이 1차전에서 크게 무너지고 이후로도 부진했던게 너무 큰 타격이었습니다. 반대로 롯데는 타선의 응집력이 결정적일 때 나타나면서 시리즈를 가져올 수 있었고요. 또한 베테랑 윤학길과 프로 2년차 에이스였던 주형광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었구요.
이렇게 해서 한국시리즈는 13년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로 돌아와 두번째 우승을 노리는 원년우승팀 OB와 3년만에 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롯데의 대결로 압축되었습니다. 부임 첫해 전년도 항명파동을 수습하고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김인식 감독과 취임 2년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성과를 낸 만 40세의 김용희 감독간의 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는데, 사실 3년전 우승을 맛본 롯데와 달리 OB는 13년만의 한국시리즈 무대였기 때문에 경험 부족이 우려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1차전에서 OB의 에이스인 김상진이 흔들리고 4:2로 롯데가 승리하면서 현실이 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2차전에서는 권명철의 9이닝 1실점 완투와 밀어내기 볼넷으로 균형을 맞추고 사직에서의 3차전은 비록 9회 공필성에게 동점 홈런을 맞으며 어렵게 흘러갔지만 결국 승리를 따내며 2연승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습니다.
이에 롯데도 반격을 개시했는데 4차전에서는 김민재의 역전 안타로 3:2 승리를 거두었고(지금까지 롯데가 사직에서 거둔 마지막 한국시리즈 승리입니다), 잠실로 무대를 옮긴 5차전에서도 연장 10회 임수혁의 희생플라이로 7:6 승리를 거두며 3승 2패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눈앞에 두는 듯 했습니다.
벼랑 끝에 몰린 OB의 6차전 선택은 3차전에서 호투한 당시 신인이었던 진필중(진필중이 마무리로 자리를 굳힌 건 1998년의 일이었습니다)이었는데, 놀랍게도 9이닝을 3피안타 1사사구로 틀어막으면서 완투승을 기록, 3승 3패 균형을 맞추는데 성공했습니다.
https://youtu.be/cxk1nxuDy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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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7차전. OB는 김상진, 롯데는 윤학길이라는 양팀 최고의 선발을 내세우면서 각오를 다졌습니다. OB는 1회부터 초장 연속 3안타로 2점을 만들어서 기선을 잡았는데, 롯데도 이에 질세라 3회에 1점을 쫓아가면서 2:1로 추격했습니다.
문제는 3회말이었는데, 1사 13루 상황에서 롯데의 핵심인 2루수 박정태가 치명적인 실책을 저지르면서 2실점, 4:1로 OB가 앞섰습니다.
4회에 롯데가 마해영의 솔로 홈런으로 추격을 하고 이후로도 찬스를 몇번 만들었지만 범타에 그치며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습니다.
마지막 고비는 9회에 찾아왔는데, 이제까지 구원등판해서 잘 막았던 권명철이 9회 2사에서 임수혁, 공필성에게 연속안타를 내주고(공필성은 롯데 선수들 중에 포스트시즌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 몇 안되는 선수입니다) 포수 김태형의 패스트볼로 인해 2사 2,3루 위기에 몰렸습니다. 그리고 롯데는 대타로 손동일을 내세우는데....
https://youtu.be/4nIsK7bWy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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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에서 손동일이 받아친 3구는 느리게 굴러 바로 권명철의 앞에 떨어졌고, 권명철이 이를 주저없이 1루로 던져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면서 OB의 13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이뤄졌습니다. 원년 우승 이후 온갖 풍파를 겪었던 OB의 원년 에이스 박철순을 비롯한 선수들은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고, 롯데는 우승에 가장 가까웠던 순간에서 아쉽게 2연패로 패퇴하면서 분루를 삼켜야 했습니다.
여담으로 이 해의 포스트시즌은 보시면 알겠지만 모두 서울-부산을 오가며 열렸던 덕에 경부선 시리즈라는 별명이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롯데가 수도권 연고 팀과 치른 유일한 한국시리즈로 남아있죠. 이 해 신인으로 준우승을 차지했던 마해영은 6년 뒤 삼성에서 한국시리즈 상대로 OB가 이름을 바꾼 두산과 만나서 또 준우승에 머무는 불운을 겪었는데, 바로 이듬해 한국시리즈 최초의 끝내기 우승 홈런으로 그 한을 풀어냈죠.
그리고 1995년에 데뷔했던 주요 선수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OB : 정수근, 진필중
LG : 심재학
롯데 : 마해영
해태 : 임창용
삼성 : 이승엽
한화 : 강인권
태평양 : 위재영
쌍방울 : 심성보
이래저래 야구팬들에게 회자되는 1995년 야구였습니다. 다음에도 한번 역사적 시즌을 한번 찾아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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