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씁쓸한 하루

제목 그대로 한없이 씁쓸한 하루입니다. 부모님말고는 연락하는 사람도 없고, 취미는 진짜 아무것도 없고( 평소에 하는 짓이라곤 김어준 방송 시청 + 침대나 책상에서 망상 + 인터넷 서핑이 전부거든요 ), 감정은 매일 요동치고, 공부를 하긴 해야 하는데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고, 이제는 음식점에서 주문하는것도 힘들 정도로 말이 안 나오고...

모든 사람들이 어릴 때 꿈꾸던 모습 그대로 성장하는건 아닙니다. 어릴 때 내가 기대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어른이 되어있는 경우가 많죠. 근데 저도 제가 이런 인간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아니 적어도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 정도는 자연스럽게 할 줄 알았죠. 맨날 가상의 인물과 연애하는 망상을 할 줄은 몰랐고요. 

이럴 줄 알았으면 고등학교 때 공부나 덜 할 걸 그랬습니다. 오지도 않은 미래 때문에 머리 싸매고 고민하지도 말고. 그 땐 뭣하러 스스로 모든 욕구를 차단했는지... 그럴거면 엄청난 대입결과라도 가져오던가...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되어버렸네요. 이런 식의 어른은 바라지 않았는데.

가끔은, 아니 요즘 들어 자주 하늘이 원망스럽습니다. 왜 난 말더듬이 된걸까. 왜 난 아싸 중의 아싸 성향인걸까. 왜 난 취미라곤 시사방송 보는거 밖에 없을까. 왜 난 하필 성소수자인걸까 등등... 이미 몸과 마음이 망가질대로 망가진 상태라 지금 상태에서 다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건 꿈도 못 꾸고, 그냥 하늘이 원망스럽습니다. 

'지금의 나 자신을 인정하고,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하면 된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삶에서 나름의 행복을 찾게 될거다

 맞는 말입니다. 근데요...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못 하고, 그러니까 연애는 꿈도 못 꾼다는게 너무 답답합니다.. 하루종일 우울하고 외로운데 정작 사람을 만날 용기는 안 나오고요. 어차피 만나봤자 말더듬 때문에 제대로 말 못할거라는걸 너무 잘 알기에... 

그냥 답답합니다. 이런 식으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아찔하네요. 한없이 답답하고 우울하고 외롭고 슬픈 날들의 연속입니다. 이 감정을 잊어보려고 혼자 인형 끌어안고 연애하는 망상을 하는데, 우울한 감정이 지워지진 않네요. 하긴 실제로 하는 연애가 아니니... 

애도 아니고 이러면 안된다는걸 아는데... 이제는 공부를 해야하는걸 아는데... 할 엄두가 안 납니다. 집에선 슬슬 '혼자 밥벌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28살까지는 취업을 해야 한다' 이런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데... 모르겠네요.

+) 호르몬 치료 시작하면서 부모님에게 한 가지 통보한게 있습니다. '연애나 결혼엔 일체 관심없다'라고. 제가 말더듬 때문에, 아싸 성향 때문에 힘들어한다는걸 부모님은 모르거든요. 연애나 결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부모님이 취업 이후에 계속 결혼 얘기하는 걸 듣기 싫어서 미리 통보했습니다.

이랬는데 나중에 결혼해야 한다고 말하면... 특히 명절 때 친척집에서 그랬다간... 친척들이랑 인연을 끊어버리던가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