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살라고 강요하지 마라
우리는 살면서 의외로 저 말을 많이 듣게 됩니다. '그냥 조용히 살지 뭣하러...' 자매품으로 '그냥 평범하게, 남들처럼 살자'가 있죠. 도대체가 현대 민주주의 국가를 사는게 맞긴 한건지 의심스러운 말들입니다.
시위나 집회에 나간다고 하면 '그런데 나가는거 아니다. 그냥 조용히 살아라'라고 말하죠. 자신이 성소수자라고 커밍아웃을 하면 '그냥 남들처럼 살면 안되겠니? 굳이 그래야겠어?'를 말하고.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고 말하면 '그래도 사람은 혼자 살면 안되는데... 평범하게 살아야지'를 말하고.
'조용히', '남들처럼', '평범하게' 내뱉는 사람은 아무 생각없이 말하겠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선 그 어떤 말보다 더 아프게 박히는 말들입니다. 왜냐고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게 불가능하니까요. 조용히 살라고요? 내 성향과, 성격과, 취향을 모두 부정하면서 사는게 어른들이 그렇게 말하는 '행복한 삶'인가요? 진짜 너무한거 아닙니까?
조용히 살라는 말은 일상에서만 나오는게 아닙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시위를 하거나,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낼 때도 똑같은 말이 나오죠. 전장연 때도, 간호법 제정 때도, 퀴어축제에서도 한결같은 반응이었습니다. '이해는 가지만 저렇게 하면 안되지...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데... 그냥 조용히 좀 살면 안되나?'라고 그들의 생각을 쉽게 무시해버리죠.
대체 무슨 사회를 꿈꾸는 겁니까? 사회적으로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들만 밖에 돌아다녀야 하나요? 내 눈에 보기 싫은 사람들은 전부 집 안에만 있어야 하나요? 진짜 이게 나치즘이랑 뭐가 달라요? 여기서 더 나가면 '동성애자들을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한다' 이런 주장 나올거 같은데.
다양한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다양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자유롭게 광장에 나와서 자기 생각을 펼치는 사회가 당신들이 그토록 울부짖는 '자유민주주의' 사회 아닌가요? 내 눈에 보기 싫은 사람들은 아무튼 사회에서 배제시키는게 '자유'인가요?
제발 조용히 살라고 강요하지 마세요. 당신들이 조용히 살 수 없게 만들었으면서. 기본적인 권리도 못 누리는데 어떻게 '조용하고 평범하게' 삽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