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교육은 이미 망가졌는데

지금 수능 문제 몇 개 없앤다고 사교육이 줄어들고 공교육이 정상화될까요? 학교교육은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져서 ebs 없으면 당장 무너질 수준인데?그리고, 전 진짜 이해가 안되는게 왜 교육개혁을 얘기하는데 학생들의 생각은 빠져있죠? 제일 중요한 당사자 아닌가요? 10대는 그냥 얌전하게 어른들이 시키는대로 해야하나요?

제 얘기를 잠깐 해보죠. 전 참고로 16-18년에 수원에 있는 공립 일반고를 나왔습니다. 제가 겪은 기막힌 수업 사례를 얘기해볼게요. 학교교육이 현장에선 어떻게 망가져 있는지 예시가 필요하니까( 다른 학교 다니는 친구들 사정도 비슷했습니다 )

지금의 학교교육은 입시용 교육도 못하고, 교육다운 교육도 못합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상황만 펼쳐지는거죠. 제가 겪은 입시용 교육이 실패한 사례를 얘기해보죠.

고3 영어시간에는 수능특강을 가지고 수업하는데, 교사는 ppt에 지문만 달랑 적어와서는 마우스로 대충 필기하면서 말로 설명을 때웠습니다. 설명이 끝나면 조별로 앉아서 프린트의 빈칸을 채우고 손 들어서 맞추면 마이쭈를 던져주는 수업을 했죠. 고3 때... 

저따위로 대충 수업했는데 시험은 또 기가막히게 어려운 문제를 내더라고요? 우리는 제대로 배운 적이 없지만 수특 분석서에는 적혀 있는 내용을 기가막히게 긁어서 출제했더라고요.

교육다운 교육은 또 어떨까요? 지금 학교에선 발표 수업이니 토론 수업이니 거꾸로 수업이니 온갖 다양한 수업이 펼쳐집니다. 이 현상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딱딱한 수업만 반복하는건 좋지 않으니까요. 근데, 다양한 수업을 할만한 자질이 있는 교사들이 부족합니다. 

제가 겪은 사례로는 고2 문학시간에 윤동주, 김수영 시인의 시에 대해서 아무것도 배운게 없는데 시만 던져주고 토론하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김수영 시인의 폭포같은 작품을 던져주곤 토론하고 분석하래요. 아무것도 배운게 없는데. 

이런 식으로 문학 수업이 진행됐습니다. 전 기말고사가 될 때까지 교사에게 김수영 시인의 작품에 대해 제대로 배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험은 인터넷에 널린 분석집에서 참고해서 냈더라고요. 학교에서 배운 적도 없는 내용이 시험에선 출제되는 기막힌 경험을 했었죠. 

참고로 고2 문학시간엔 햄릿만 한 달 내내 공부한 적도 있습니다. 이것도 역시나 선생님은 아무것도 안하고 학생들끼리 읽고 정리하고 글쓰고 발표하고 그랬죠... 정작 시험에선 출제할게 별로 없었는지 몇 문제 나오지도 않았지만. 

고2 영어시간엔 발표 수업을 했습니다. 학생들끼리 조별로 모아놓고 영어 지문을 던져준 다음, 정리해서 발표하래요. 뭐 여기까진 좋았습니다. 근데, 학생들이 발표를 다 하고 나면 선생님이 추가설명을 안합니다. 간단하게 코멘트만 하고 끝이에요. 이게 뭐죠? 이럴거면 교사가 왜 필요하죠?

이 외에도 고3 수시철에 담임이 자소서 상담을 제대로 안해줘서 친구들이 저한테 자소서 상담을 요청한 일도 있었습니다.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 사정도 비슷했습니다. 

물론 모든 교사 분들이 수준 미달의 교사라고 말하는게 아닙니다. 저도 고등학교 다닐 때 수업도 잘하시고 열정도 넘치시는 교사 분들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교사 분들이 의외로 많다는 겁니다. 학생들은 이런 환경에서 학교를 다녀요... 

이미 학교교육은 망가질대로 망가졌는데, 이걸 제대로 고칠 생각은 안하고 수능이나 건드린다? 진짜 환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