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형태의 육아에 대하여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정상가족'에 집착하는 것 같습니다. '이성끼리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삶'만 정상이라고 목 놓아 외치는 느낌이에요. 실제로는 여러 형태의 가족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럴 때마다 들려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단 가장 흔한 사례인 입양부터 얘기해보죠. 다양한 가족 중에서 그나마 제일 흔한 형태고, 법적으로 가장 잘 보장된 건데도 여전히 우리는 입양에 대해 썩 인식이 좋지 않습니다. 언론 보도를 봐도 양부모가 아이를 때리는 등 자극적인 얘기가 잘 나오고요.  부모가 없는 것보단 사랑으로 잘 키워주는 양부모가 있는게 나을 것 같은데, 참 우리나라는 '친부모'에 집착을 합니다.

하지만, 입양은 사정이 꽤 좋은 편입니다. 이제 한 부모 가정으로 넘어가보죠. 미혼모나 미혼부가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 사정상 부모가 이혼을 해서 한쪽이 아이를 키우는 경우, 비혼 여성(남성)이 입양해서 키우는 경우 등등. 이제 주변 훈수가 심해집니다.

부모가 양쪽 다 있어야지 한쪽만 있으면 어떡하냐. 애가 있는데 이혼을 왜 하냐, 결혼도 안 했는데 애가 생기면 어떡하냐 등등... 한 가지 웃긴건, 결혼 안 한 상태에서 애가 생긴게 그렇게 걱정되는 사람들이 낙태는 또 반대한다는 겁니다. 뭐 어쩌라는거야. 

이혼이요? 부부끼리 맨날 싸우고 소리치고 때리는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라는 건가요? 차라리 깔끔하게 이혼하고 혼자 키우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게 낫지 않을까요? 혼자서라도 꿋꿋하게 아이를 키우려는 용기를 칭찬해줘야지 왜 훈수만 두는건지 모르겠네요. 그렇게 걱정되면 당신이 애 아빠나 엄마가 되어주던가요.

다음으로는 동성 부부입니다. 아... 온갖 말이 쏟아지는 가족이죠. 애 성정체성에 문제가 생길거다, 남자끼리( 혹은 여자끼리 ) 어떻게 아이를 키우냐, 레즈비언 부부 밑에서 아들이 태어나거나 게이 부부 밑에서 딸이 태어나면 어떡하냐 등등... 온갖 훈수가 쏟아집니다( 참고로 저 말들은 제일 유명한 진보 커뮤에 올라온 댓글입니다 ) 

한 가지만 말해보죠. 동성 부부 밑에 있으면 자식 성정체성에 문제가 생긴다고요? 이건 마치 '초등 교사에 여자밖에 없어서 남자애들이 여성화된다!'라고 말하는걸 보는 것 같네요( 실제로 이런 말 인터넷에 돌아다닙니다 ㅋㅋ )  

한가지만 말해보죠. 자식이 버젓이 있는데도 불륜을 저질러서 이혼한 사람이 있다고 쳐봅시다. 그럼, 그걸 보고 자란 아이들은 불륜남/ 불륜녀가 되나요? 부모가 어린 나이에 미혼모 / 미혼부 상태로 아이를 키우면 자식도 똑같이 되나요?

아니잖아요. 레즈비언 부부가 남자애를 기르면 문제가 될거다? 그럼 여성스러운 성격의 남자랑 여자가 결혼해서 애 낳는건요? 이 상태에서 남자애가 태어나면 큰일 나겠네요? 도대체가 뭘 바라는거에요? 왜 이렇게 '정상'에 집착해요.

한 가지만 말해보죠. 친부모라고 해서 모두가 좋은 사람인가요? 낳아주긴 했는데 부모의 역할을 하나도 못한 인간들이 한국에 넘쳐나잖아요. 이런 인간들 밑에서 자라는 것보단 끊임없이 육아에 대해 고민하고,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는 동성부부가 아이를 키우는게 낫지 않을까요?

아니, 그렇게 다양한 가족이 걱정되면 당신들이나 결혼해서 애를 낳아요... 지들은 애도 안 낳으면서 왜 남들한테 왈가왈부야. 혹시나 해서 진보커뮤에 검색을 해봤는데 역시나... 이상한 댓글이 쏟아지네요. 아직도 우리 사회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할 준비가 안 됐나 봅니다. 

하긴 뭐 동거 찬성 비율도 나이대가 올라갈수록 줄어드는 판에 동성 부부의 입양 / 출산을 바라는건 무리겠죠. 아무쪼록 다양한 가족을 꾸리기로 결심한 사람들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지금 시점에서 동성이든 이성이든 만나서 애를 키운다는 것 자체를 축하해주고 응원해줘야지 뭔 말이 많아... 돈이라도 보내면서 훈수하던가.

+) 나도 멋진 남자랑 애 기르고 싶다... 할수만 있다면